SULU ARCHIPELAGO 통항

해적 준동 해역의 통항

by 전희태
11.jpg 필리핀 국내 여객선



평화로운 모습의 여객선이 다니고 있는 해역 이건만, 이 바다 어느 곳에 지나다니는 상선을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이 숨어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SULU SEA의 해적 준동 위험 구역에 진입하게 되었다.


현재 세계의 해상보험에서 선박이 보험사에 통항보고를 하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곳이 소말리아 해역과 이곳 필리핀의 SULU AECHIPELAGO 해상이다.


이미 이곳을 통과할 것이란 보고를 회사를 통해 보험회사에 통보하여 그들이 원하는 보고의 의무를 끝내 놓고는 있지만 하필이면 이곳을 통과하는 시간이 저녁 어두워질 무렵부터 밤 시간을 지나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의 시간이라 온밤을 해적 방지 당직을 서며 지나야 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브리지에 올라가 상황을 살피는데 마침 두 척의 배가 레이더 상에 나타나서 우리와 지나쳐 가야 되는 일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 척은 이미 우현 방향에서 우현대 우현으로 지나가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뒤에 나타난 배는 거의 선수 방향에서 어찌 지날 생각인지 그냥 꼿꼿하게 선수대 선수를 유지하며 달려오고 있다.

18 마일 떨어진 상황이지만 그 배의 속력이 15노트 우리가 12노트이니 합쳐서 27노트의 속력으로 서로를 향해 달려오는 셈이니 결국 40분 후이면 서로 만나게 될 것이고, 현재 서로의 침로를 변하지 않고 그대로 계속 달린다면 충돌까지의 시간이 40분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선박 자동식별 장치)와 레이더를 통해 그 배의 이름을 알아낸다. NIGHT WHISPER라는 이름을 가진 CAPE SIZE의 BULKER이다.


그 이름을 알아낸 순간, 속삭임, 귀엣말. 또는 소문, 풍설; 고자질, 험담. 그런 뜻을 가진 WHISPER라는 단어와 더욱이 NIGHT-밤-라는 단어와 어울린 그 이름을 어떤 뜻을 가진 이름으로 챙겨야 할까? 잠시 머뭇거려 본다. 하지만 안전하게 서로 통과하기 위해 VHF로 그 배를 불러내는 일부터 하기로 한다.

-MOTOR VESSEL NIGHT WHISPER, THIS IS MOTOR VESSEL C.POLARIS. DO YOU READ ME OVER?

-MOTOR VESSEL C.POLARIS, I HEAR YOU LOUD AND CLEAR, GO ON PLEASE.

-GOOD EVENING, I WILL PASS PORT TO PORT REPEAT RED TO RED WITH YOU, HOW ABOUT YOUR INTENSION?

-UNDERSTOOD AND AGREE TO PASS PORT TO PORT

-THANKS YOUR GOOD COOPERATION. HAVE A NICE VOYAGE! OUT


좌현대 좌현으로 항과 할 것을 제안하여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우리 배의 선수를 오른쪽으로 좀 돌려주고 그 배의 형편을 계속 살펴본다.


쌍안경에 들어온 그 배의 항해등이 홍등-좌현 등-과 항해등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안전하게 지나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 마음을 좀 한가하게 돌려주어 선박의 이름을 나열한 선명 사전을 찾아 그 배의 선적항을 찾아보기로 한다. IMO NO. 와 선적항의 이름만 적혀있는 정보란에 선박 번호와 바하마를 뜻하는 BHA가 나와 있다.


선박의 편의 치적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곳이며, 유명한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페이퍼 컴퍼니가 수두룩하니 모여 있는 곳이 바하마이니 그 이름과 연결하여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식의 야릇한 의문을 가져본다.

어쨌거나 <밤의 속삭임>이라던가 <밤의 귀엣말>로 상상하면 이건 핑크 빛 도는 이야기인데 정말로 배의 이름으로 가당한 것일까?

그런 선명으로 작명한 선주의 의도가 아리송할 뿐이다.


낮에 지나치더라도 가까운 상황인 1마일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두었지만 그 배와는 서로 약속한 대로 무사히 지나쳐 간다.

우리와 스위치 해서 지나가는 그 배의 실루엣에서 케이프 사이즈라는 크기가 느껴지지 않는 건 짐을 실으려 가는 상황 이련만 발라스트를 최대로 실었기 때문일까? 제법 흘수가 잠겨 있는 모습으로 보여서 일 게다.

<나이트 위스퍼>와는 그렇게 속삭임의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로 지나쳐 보내며, 우리는 해적 방지 당직을 열심히 서야 하는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 험악한 곳을 이미 지나쳐서 지나가는 그 배의 형편이 부러울 뿐이다.


보름을 일주일 앞에 둔 상현달이 하늘 공중 머리 위에서 비치고 있어 그나마 칠흑 같은 어둠은 피할 수 있으니 그것 만이라도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당직 교대 차 올라온 삼항사와 실항사 당직팀에게 당직 잘 설 것을 지시하며 이미 해적 방지 당직에 임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금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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