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13호 SINLAKU

by 전희태
HWNHCHUN_011.jpg 황천의 시작




어느새 바람에 밀려 파도를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 배의 모습을 보며, 바람에 날리는 갈대 같은 여자의 마음을 닮아서 그런 것일까? 생각해 본다. 배를 표현할 때 여성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해 보는 생각이기도 하다.

좋았던 날씨가 순식간에 이렇게 흔들리면서 선체의 곳곳에서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우리를 숨죽이게 만들고 있다.


설사 쾌활한 마음이 들도록 시원하게 푸른 하늘과 거기에 잔잔하게 주름 짓는 물결이 곁들여진 조용한 바다가 있는 좋은 날씨 속일지라도, 내 머릿속 한쪽에는 황천에 대한 은근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는 어쩔 수 없는 뱃사람으로서의 마음 가짐을 숙명적으로 갖고 있는 거다.


그러기에 그동안 좋은 날씨에 편안한 항해를 이루며 지내왔지만, 이 계절 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태풍이란 불청객에 대한 경외심은 이미 육지를 떠날 때부터 숨겨 놓은 화로의 불씨 마냥 안고 있었다.



해운 관련 업무를 하는 회사 중에는 선박의 매 항차마다 적절한 항로를 추천해주고, 또 기상 상황에 따른 항로 수정도 안내하는 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있다.


금 항차 본선에 그런 업무를 하도록 회사가 지정해준 곳에서, 출항할 무렵 미리 통보하여 지정했던 항로가 아직도 모두 유효하니, 그냥 그 길로 가라는 안내를 다시금 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야 할 곳을 곰곰이 살펴보니 금년도 13번째 생긴 태풍 SINLAKU라는 녀석이 별로 빠르지 않은 속력으로 북상 중에 있어 우리의 갈 길과 혹시 겹쳐질 수 도 있는 상황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아직은 열대성 폭풍이란 기상 상황으로 알려주고 있었지만, 그 뜻은 시간이 지나면 태풍으로 발전될 수 있는 악성 기상이란 의미도 되는 것이다. 그건 마치 지금은 암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암으로 변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같은 형편인 것이다.


내일 GMT 18시-(현재 우리 시간으론 모레 새벽 4시)-에 가장 커졌다가 세력이 약화하여 줄 것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그 시간 안에 어떻게 해서라도 멀리 떨어져서 지나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렇게 태풍의 인자와는 될수록 멀리 떨어져야 하는 결정을 내기 위해, 받아 가질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참조하는 내 마음은 초조한 두려움에 어쩔 수 없이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감소시키며 안전하게 녀석과 조우하지 않고 지나가야 할 방법으로 택하려는 방안으로 루팅 컴퍼니에서 안내해준 대만 동쪽을 북상하는 것이 아니고, 대만 해협을 통과하여 북상하는 방법이라 결론 지은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SULU ARCHIPELAGO 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