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의 시작점에서

산하이관(山海關)을 찾아서

by 전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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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의 확인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과 기대마저 가지고 찾아 나선 관광이었지만 결코 흡족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었다.

예전 중고등학교 시절 배운 역사에서 만리장성은 중국의 한족(漢族)이 자신들은 중화(中華)라 일컬으며 주위의 타민족들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불러가며 얕잡아 보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워하였기에 그만큼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패막이로 쌓아왔던 성벽들을 서로 연결시킨 것이라 하였다.


그곳 중 동쪽에 사는 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동이(東夷)족인 우리 민족이 사는 곳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고 여기는 곳 산하이관에 있다는 만리장성의 시작점을 보러 나선 관광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국 형편을 보건대 오성홍기 아래로 통일된 유래 없이 팽창된 힘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 식의 역사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동북공정이란 강력한 정책을 쓰고 있다.


이웃인 남의 나라 역사까지 왜곡해가며 자신들이 이곳의 유일한 주인이라 행세하며 벌이고 있는 그들의 정책을 이야기 들었을 때 받았던 답답해지는 느낌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게 역사임을 그들은 잊고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품으며 최종적으로 나섰던 관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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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주에서도 구경할 수 있는 지구 상 인조 구조물이란 소문으로도 나 있지만, 그건 좀 허황된 허구라는 이야기도 있는 만리장성이다. 그 성곽이 시작되는 곳을 보게 되었다는 것 때문에 예전에 배운 역사를 한 번쯤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에 큰 기대감을 품고 나선 관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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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루려 하고 있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그들만의 자존을 앞세운 역사 왜곡에 대해 그 피해 당사자의 한 사람일 수 있는 한국인으로서 씁쓸한 마음 아니 가질 수 없는 불쾌감이 또한 관광에 큰 기대를 거부하게 만들고 있다.


JJS_4902.JPG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일전을 불사하고 아편을 불살라버렸던 임칙서의 글이 세워져 있다


역사는 모든 순간들이 점 되어 흘러가지만, 다시 되돌려지는 물의 생애같이 언젠가는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속성을 지녔다고 나는 믿고 있다.


그런 믿음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라는 것으로 제일 먼저 손꼽고 있는 심정이므로 이번에 뜻하지 않게 갖게 된 관광이 내 개인적인 맘속에서는 역사탐방이라도 하는 기분을 가지게 했다.

사실 지금껏 내가 배웠던 중국은 한국전 때 북한을 도와 우리에게 대적해왔던 중공이라는 불공대천의 원수였다는 감각이 제일 먼저 떠 오르게 하는 국가였다.


그게 어느새 새롭게 수교를 트고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나라로 내 앞에 펼쳐져서 어리둥절한 역사의 회전을 실감케 했었고, 그런 어지럼증도 그 후의 세월 따라 어느새 옅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동북공정東北工程)과 만나면서 시간 흐름에 따른 나태(懶怠)에서 벗어나 정신 똑바로 차려서, 다가서는 모든 국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며 행동할 때라고 새삼 결론을 내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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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무섭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껏 되풀이되어 온 그들 민족의 역사에서 보듯이 자신들을 귀속시키고 있던 환경을 어느새 자신이 주역으로 등장하여 주종관계를 바꿔버리던 관행을 되풀이하는구나! 느끼게끔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무거운 느낌을 가슴에 품은 채 주마간산 식의 관광을 하였기에, 풍광이 수려한 절경이 보이면 카메라를 들이 대기는 했지만, 평범한 안내판이던가 게시판에 쓰인 공고문 역시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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