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ON REPORT를 발송하며

투묘 정박 중의 떠오르는 생각들

by 전희태
JJS_57622.jpg 레이더를 손보고 있는 3항사와 실항사. 투묘중에는 항행 중에 하기 어려운 점검이나 밀린 수리를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용선주로부터 매일의 NOON REPORT를 보내달라는 이멜이 도착했다.

NOON REPORT는 사실 항해 중일 때, 매일의 연료유 소비량을 체크하느라고 한낮 12시의 위치에서 사용하고 남은 양과 소모량을 위주로 하여 보고하는 체제인데 정박 중에 보내달라는 뜻은, 줄일 수 있는 기름 소모량은 모두 줄여 보겠다는 의지를 품은 용선주의 이멜인 셈이다.


마침 우리 배는 기름을 아끼기 위해 하루 4.5톤을 쓰는 연료유의 양을 디젤유로 하루 1톤 정도 쓰는 것으로 최대 절약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 중이었는데 그들도 그런 우리 배의 노력을 알아주기는 할는지 이 힘든 시황을 이겨내기 위해 허리띠를 조이는 내핍을 그래도 이런 내용으로나마 해낼 수 있다는 자체가 회사의 형편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바라는 마음이 든다.


주위에 작은 배들이 제법 여러 척이 가까이 투묘하고 대기를 시작하는데 그중의 한 척인 핸디사이즈의 유조선이 우리 배의 북서쪽 0.7마일 정도 되는 곳에 투묘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멀리 투묘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우리도 눈치껏 투묘하고 있는 형편에 무어라 이야기 걸 처지는 안 된다고 여겨져서 그냥 지켜보기로 한다.


오후 들어 가오슝이 선적항인 그 유조선으로 도선선이 접근하더니 여러 명의 선원들을 받아 싣고 항구로 들어간다. 이곳이 선적항인 이들의 국내선이니 오랜만에 들어온 선원들을 위해 통선을 내어주어 상륙시키는 형편임을 감지한다.


아울러 기상상황이 별로 나쁘지 않아서 그런 조치를 하고 있구나 하는 짐작이 드니 한결 황천에 대한 걱정이 덜어진다. 사실 기상도 상에서도 별다른 악천후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이상 상황이 없는 상황이다.

많은 수의 우리 배 선원들이 외항에서 상륙 실시하는 그 배를 보며 황천에 마음 놓으며 한결 든든해하면서 한술 더 떠 우리는 상륙 못하나? 괜한 바람을 구시렁거려 본다.


브리지에 올라가 풍향 풍속을 본다. 북서풍 15노트 정도의 바람이 있고 파도는 크지 않지만 50센티 미터 미만의 자잔 한 너울이 찰싹거리며 지나가는 형편이다.


시정은 뿌옇게 흐려있는 안개로 인해 별로 좋지는 않지만 주위에 닻을 내리고 있는 배들의 모습이 흐릿한 상태이긴 해도 윤곽이 다 나타나는 형편이라 이역시 크게 걱정은 안 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다리는 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