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트라이를 또 하였는가?

닻을 점검했던 건가?

by 전희태

사진 : 다시 옆에 와서 닻을 내리고 야간 조명등을 켜기 시작한 OOCL ATLANTA호의 모습.

JJS_58501.jpg 이제 제 갈길 찾아 떠나는 컨테이너 OOCL ATLANTA호의 뒷 모습.


우리 배랑 같이 투묘하고 기다리고 있던 컨테이너 선이 오늘 낮 닻을 감아올려 묘박지를 떠났다.

그동안 한번 엔진 테스트한다고 움직였다가, 멀리 떨어져 있던 배를 가까이 접근하여 재 투묘함으로써 은근히 신경 쓰게 하기도 했던 배다.


그래도 옆자리에 우리 배와 같은 이유로 머물고 있었던 때문에 친구 같은 느낌을 주던 녀석인데 오늘 낮 두 시쯤에 닻을 거두어서 북쪽으로 가버린 것이다.

지난번 이야기로는 이곳을 20일경 떠나서 미국을 향해 갈 거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예정이 빨리 당겨졌는지 오늘 슬그머니 떠나고 있다.

마치 가까운 친구가 말없이 먼 길이라도 떠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좀 쓸쓸한 감흥이 든다.


그래 이렇게 죽치고 투묘하고 기다리기만 할 건 아니지~ 그래 잘 가거라! 떠나는 녀석의 등을 보며 안전항해를 기원해준다.


M/V OOCL ATLANTA. 그래 그 배는 그렇게 뒤도 쳐다보지 않고 기적도 울리지 않은 채 저 멀리 희뿌옇게 옅은 안갯속으로 떠나가 버렸다.


떠나보낸 후의 마음은 짝사랑이라도 하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없이 멀리 이사라도 가버린 듯 한 섭섭함이 묻어나는 그런 상황이라, 저녁 식사 후 다시 찾아 올라간 브리지에서 유심한 마음은 그 배가 있었던 방향을 습관처럼 쳐다보았다.


아! 그런데 그 배가 그곳에 다시 닻을 내려주고 있는 거다. 그 부근의 바다 위에 이제는 제법 우리와의 안전거리 마저 잘 갖춘 거리를 둔 곳에 닻을 내린 모습으로, 방금 어두워가는 야간에 대비하여 갑판상의 불을 밝혀 주고 있다.


새삼 반가운 마음이 새록새록 든다. 즉시 쌍안경을 들고 자세히 살피니 이번에는 좌현 닻을 내려주고 있다.


지난 일요일부터 나빴던 일기를 겪고 나서 아마도 기관이나 투모 상황을 점검하려고 SIGHTING ANCHOR를 실시하느라고 그렇게 움직였던 모양인가?

이젠 우리와의 거리도 제법 안전하게 벌려 놓은 상태라 아침마다 운동하면서, 두 배가 서로 터닝 할 때마다 너무 가까운 것 같은 기분에 신경을 쓰던 일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은 안도감까지 주며 거기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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