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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MARY CORGIAS

파나막스형 벌커

by 전희태


Mary-Gorgias1.jpg MV. MARY CORGIAS


29일 0550 시. 일곱 개의 해치 커버를 덮고 있는 한 척의 PANAMAX 형 BULKER가 짐을 모두 부려준 공선 상태로 우리 배 부근에 나타나더니 3번 묘박지(NO.3 ANCHORGE)에 닻을 내려주고 있다.

MARY CORGIAS라는 이름을 가진 배다.


그 배도 우리와 같이 기다려야 하는 형편으로 당분간 운항을 중지하고 기다리려는 게 아닐까?

다시금 지레짐작하여 내가 작성하고 있는 대기 정박선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려 놓아준다.


이곳의 기상 상황이 그래도 닻을 내리고 버틸만한 상태라 마음에 불안한 감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불안감을 무시하면서 안전하다고 자위하는 확신을 스스로 키워내며 시간 보내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여름철이라 태풍이 가까이 접근하는 경우가 빈번하여 그러할 경우 지금보다 못한 상황을 유발하는 투묘 지일 것이라는 게, 태풍 접근이 없는 형편에선 역으로 이렇듯이 안심시키게 만들어 주는 이유가 되는 거겠지.


어제까지 바람이 낮아있긴 했지만 계속 불고 있었다. 기상도도 강풍경보를 주위에 풀어 내놓고 있지만, 오후에 들어서면 아마도 강풍 경보도 없어지고 진짜로 좋은 날씨가 계속 찾아 오리란 기대를 세워주었다.

5노트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선수 회두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물에 잠긴 선체(몸)는 어지간한 조류이지만 선수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바람을 좌현 쪽으로 돌게 하고 있다. 기다리기 지루하게 천천히 110도까지 돌았던 선수가 다시 멈추어 선 후 이번에는 좌현 쪽으로 되돌아 가기 시작한다.


배가 한 바퀴 한쪽으로 360도 돌아가는 걸 우려하지만 그래도 돌만큼 돌면 다시 반대로 되돌아서 닻줄의 꼬임을 방지하는 상황이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110도까지 돌아 주고 잠시 멈칫거리고 있는 우리 배의 선수 쪽에 두 척의 파나 막스 형 벌커의 모습이 더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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