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그란데 거리의 창밖 풍경들
상파오로를 떠나며 잠시 잠깐 만났던 비가 오든 날씨 이후 계속 괜찮았던 하늘이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빗방울이 흩날리는 바람 찬 날로 다가온다.
거리 모퉁이에 서있는 전광판에는 오늘의 온도가 섭씨 10도를 조금 넘는 글자로 표시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방안에서도 추위를 느끼게 한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 역시 조각 돌로 된 도로 바닥이 축축이 젖어들어 번쩍거리고, 널따란 잎을 가진 플라타너스의 잎새에 찾아온 누런 때깔의 낙엽 진 태가 바람 앞에 애처롭게 팽개쳐져서 떨고 있다.
서울을 떠날 때는 모든 가로수가 한창 물을 먹어 진초록의 향연을 서두르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겨울로 들어서려는 반 이상 퇴색한 잎새를 통해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나가고 있는 가을의 조락을 보게 해준다.
그렇긴 해도 날씨가 맑았던 어제만 해도 우리나라의 초겨울 같은 매서움은 없는지 대나무를 비롯한 다른 온대성 나무들의 모습도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었다.
이제 흐려진 날씨에 낙엽 지는 나무들만이 지나가는 바람결에 붙여두고 있던 누렇게 뜬 이파리를 하나씩 둘씩 날려주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하는 것이다.
새벽녘에 깨었다가 다시 잠을 청하며 깜박 들었던 새우잠에서 퍼뜩 눈을 떠 보니 아침 7시 40분이다.
식당에서는 아침 6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하니 이미 늦은 감을 갖게는 하지만 오늘도 예상되는 기다림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낯도 씻고 몸은 추스르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다행히 아직 식사 시간은 계속되고 있었다. 식빵 한 조각에 치즈 한 장, 역시 얇게 저민 햄과 밀크 한잔을 마신 후 파파야와 멜론 한 조각씩을 후식으로 취한 후 방으로 돌아왔다.
아직 흡족하게 배가 부르지 못한 좀 아쉬운 감이 드는 배를 슬며시 쓸어 보지만 더 이상 먹으면 비만의 첩경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여 조심스레 행하는 내 식사의 한 풍경이다.
방으로 돌아왔다. 밤새 귓가를 어지럽히며 달리던 모터사이클의 소음은 새벽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이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잊을만하면 달려드는 못난이 오토바이 족 때문에 아직도 날이 선듯한 기분이 남아도는 귓속으로 달가닥거리지만 아주 경쾌한 기분 좋은 소리가 들어선다.
그야말로 말이 걸으며 내는 속보의 발걸음 소리라는 걸 얼른 창가로 다가서 내려다보며 확인한다. 마차 위에는 지금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상태로 한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좀은 정장 차림인 걸로 봐서 마차를 타고 출근길에라도 나선 것처럼 보인다. 같은 탈 것이 라도 훨씬 정겨운 소리를 들려주며 소음 공해와는 관계없다는 듯이 들려주는 말 발걸음의 달가닥 거리는 경보음의 소리가 그렇게나 정겨울 수가 없다.
이번에는 또 다른 마차가 지나가는 데 나이 든 사람과 젊은이가 함께 나란히 서서 탔는데 마차의 흔들림에 몸을 동화시키려 열심히 균형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찍이나 말고삐를 잡지 않은 젊은이가 더 흔들림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몸을 비틀어 보이는 데 그 두 사람은 틀림없는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커플이다.
딸가닥거리는 소리에 일어나 내려다보는 사이에도 빠르게 지나가 쉽게 카메라의 렌즈에 넣기가 힘들어 이번에는 카메라를 손에 들어 준비한 채, 다시 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앵앵거리는 구급차의 경보 음이 급하게 들려온다. 별로 교통 체증이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커브를 돌아가던 버스들 까지도 얼른 돌아선 후 길 한편으로 비켜서며 멈춰서 준다.
구급차는 더 이상 경보 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거리를 달려 어느새 멀리 가 버렸다.
차가 많이 밀집해 있어 진짜로 비켜서 줘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구급차의 경보음 조차 쇠귀에 경읽기가 되는 무감각한 운전자들의 행태와 새삼 비교되는 마음이 든다.
사람 사는 각박함이 훨씬 눅어 있는 이곳의 풍토가 한결 부러워 보이는 순간들이다. 또한 시내 곳곳에서 마차를 그렇게 만나는데도 말똥을 구경하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