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hanjiang항 출항 수로 결정

옅은 스모그성 대기 속으로 입항

by 전희태

옅은 스모그성 대기 속으로 입항





091031-ZHANJIANG_0081.jpg 접안을 위해 항내를 지나고 있는 모습



지난 10월 31일 새벽에 입항하여 닷새간 두 번의 부두 옮김을 하며 유황의 양하를 계속했다.


이제 마지막 작업이 밤 12시 전에 끝날 태세이지만 출항은 밤에 하지 않는다는 하역회사 포어맨(FOREMAN)의 말을 듣고 한시름 놓고 있었는데, 마침 찾아온 대리 점원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곧 출항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차피 작업 끝나면 떠나야 하는 건데 하는 생각을 품고 있음은 시간 다툼으로 돈벌이를 하는 선박 운항의 현장 책임자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하는 각오이므로 대리 점원의 말을 수긍하여 당연히 출항을 하는데 동의를 하려는 데 안전사항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우리 배가 출항할 때 이용해야 할 수로가 <남수로>라고 못을 박으며 이야기를 하였는데 <남수로>는 <북수> 로와는 달리 수심에 조금 문제가 있는 수로였던 것이다.


 이 항구를 찾아드는 수로에는 최근에 완성시킨 북수로(NORTH CHANEL)가 NEW CHANEL이란 이름으로 통하고, 먼저부터 있었던 남수로(SOUTH CHANEL)는 OLD CHANEL로 대비되는 두 갈래의 수로가 있다.


 <북수로>는 수심도 괜찮아 우리 배도 만선 한 상태로 입항하였을 때 이용하여 들어왔었는데 <남수로>는 7미터 20을 최저 수심으로 한다고 말하지만 수로 부근에 6.8미터를 표시한 수심을 해도에서 읽을 수 있어 별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출항 시에도 당연히 <북수로>를 이용하여 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리점의 이야기가 <남수로>를 통해서 출항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이 항구의 룰이라고 하니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세상에 좋은 수로를 놔두고 일부러 그보다 안전상황이 떨어지는 수로를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항만 당국이 있다니 참 어처구니없고 약이 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도선사가 하선한다는 지점도 원래 해도에 기재된 외항의 수로 끝 부근이 아니라 내항의 끝 양 수로가 서로 갈라지는 부근에서 미리 내린다니 더욱더 <남수로>를 이용한다는 말이 터무니없어 보이기만 한다.


용선주와 전화로 연결시켜 주도록 대리 점원에게 요청하여 전화기에 나온 용선주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해 본다.


 입항 시 도선사가 타고 들어 온 <북수로>에서도 많은 어선들이 수로에 진입하여 작업을 하고 있어서 본선 진로에 방해가 되어 고생하며 들어왔었다.


 지금 이 밤중에 나가면서도 역시 비슷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데 수심도 낮고 여러 가지 상황이 <북수로>보다 더 떨어지는 <남수로>를 택해서 나간다면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위험할 수 있어 도선사가 내린 후 투묘하여 기다렸다가 조고도 괜찮아지고 날도 밝아진 연후에 출항해야겠다며 그럴 경우 이번 용선 기간이 종료하는 시점이 DLOSP (Dropping Last Outwards Sea Pilot 마지막 외해 도선사 하선 시점)로 정해져 있지만, 내렸던 닻을 다시 걷어서 출항할 시점으로 통보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용선계약서상에 SAFE PORT라는 말에 이 항구가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그리 할 경우 CLAIM을 청구할 거라며, 다른 배들은 모두 두말없이 <남항로>로 나가는데 나더라는 왜 따르지 않느냐? 며 오히려 힐난하는 말투다.


그렇게 전화기를 붙잡고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속마음으론 그냥 남수로를 통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자조 섞인 현장 책임자의 한숨을 가만히 내쉬기도 했다.


도선사가 승선하였다. 실랑이를 지키고 있던 대리 점원이 출항 면장을 가지러 내려간 사이 도선사에게 물으니 <북수로>를 통해서도 당연히 출항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대리 점원이나 용선주는 출항선은 무조건 <남수로>를 통해 출항하는 것이 이 항구의 룰이라고 이야기한 것 자체가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 돌아와 출항 면장을 주는 대리 점원에게 도선사가 북항로로 나가도 된다는데 왜 그랬는가? 나는 북항로로 출항할 거니까 당장 항만청에 통보하여 허가를 얻으라고 하였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그럼 그 경비는 누가 내야 하는가? 하고 물어 온다


. 이 친구들 이래서 그랬는가? 하는 짐작이 퍼뜩 든다.


아무래도 북항로(북수로)를 이용하면 남항로(남수로) 보다 돈이 더 들어야 하는 이용료가 있는 모양인데 그걸 아끼기 위해 본선의 안전은 내팽개치고 이렇게 악랄하게 거짓말까지 해가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구나! 하는 괘씸한 생각과 함께 들어서려는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동안 며칠이지만 매일 보며 웃는 얼굴로 지냈던 대리 점원의 모습이 갑자기 처음 보는 외계인 같이 느껴진다. 그가 나더러 50대 중반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이야기했던 말도 실은 입에 발린 거짓말이었구나 싶은 게 괜히 그 말 듣고 기분 좋아했던 내가 바보 같지 않았을까? 부끄러운 심정이 든다.


이제 도선사만 남고 모든 외부인은 본선에서 내려갔다. 두 척의 터그 보트가 밀고 당기어 배를 부두에서 떼어낸 후 서서히 외항을 향한 침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반짝이는 녹색과 홍색이 어울린 수로의 등불과 항해등과 정박등이 같이 얽히어 있는 항내에서 움직이는 배들을 피해 가며 저속으로 움직이던 배가 속력을 높이더니 어느새 도선사가 내린다고 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그는 이제 제 할 일을 끝내고 편한 마음으로 DLOSP의 시점을 즐기겠지만 나는 이제부터 일의 시작이 되는 거다.


두 개의 등 부표가 마주 보며 열심히 반짝여서 수로를 표시해주는 속으로 왼쪽에는 녹색 등을 오른쪽으로는 홍색 등을 보면서 나는 외항 <북수로>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이미 도선사를 통해 <북수로>를 이용하여 출항한다고 항만 당국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고 있었다.


이 항구의 등부표 배열은 IAL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LIGHTHOUSE AUTHORITIES, 국제 등대 당국자 협회) BUOY SYSTEM 상 A-REGION에 속하는 등부표(燈浮標)의 배열인 것이다.


 극동지역에서는 우리나라, 일본, 필리핀이 REGION-B구역이고 중국, 대만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가 REGION-A에 속하는 것이다.


 REGION-A에서 수로의 양쪽 등부표 색깔 배열은 입항 시에는 본선 현등과 같은 색깔로 우현은 녹동 좌현에는 홍등을 배열해주고 있다. 물론 REGION-B의 배열은 그와 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안전 보장이 제대로 안되어 있는 수로를 이용하라 고집하는 용선주의 지시를 어기고-따르지 않고- 본선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모든 것이 최신화되어 있는 신수로를 이용하여 출항에 임하였다.


이것은 항해의 완성을 이루어야 하는 선장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장의 고유한 권리라고 믿어지는 사항이므로 분쟁이 생기더라도 용선주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취한 행동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쓰가루 해협에 들어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