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ES SEA에서 SULU SEA로 들어서며
사람들의 편협된 마음 씀씀이가 만들어낸 불화의 결과로 이 조용하고 편안해 보이는 잔잔한 바다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속칭 해적 당직을 선다고 밤새 부대끼며 달리고 있었다니 참 딱한 심정이 감기려는 눈꺼풀만큼이나 무겁게 지쳐 든다.
밝아오는 여명에 힘이 실려 눈에 들기 시작하는 섬들조차 조용하게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이하느라 정중동 중의 바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괜한 짓인지도 모르는 야간 당직으로 날밤을 새웠다니 새삼 약이 오르기도 한다.
어디 저런 섬들에 기지를 두고 진짜로 해적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도저히 그런 일을 할 곳이 아닐 거라는 심정이 드는 아름답고 조용하게 바다 위에 엎드려 있는 섬들의 풍경에 슬그머니 밤새워 선 당직이 억울할 정도라고 곱씹어 보고 있는 여기는 필리핀의 민다나오섬 서쪽이며 말레시아령 보르네오의 사바(SABAH) 주에서는 동쪽이 되는 두 섬 사이의 SULU ARCHIPELAGO(스루 다도해) 해역이다.
이 바다 위에 사람들이 줄을 그어 못생긴 오각형 꼴의 전쟁위험 담보 지역을 선포해 놓고 그 안을 통항하는 배는 해적(이곳의 해적은 필리핀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있는 일종의 반란군을 칭하는 것임)의 납치나 강탈당할 위험이 있는 곳이니 조심하여 통항하라고 알려주며 그런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료의 할증도 부과되는 규정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해역은 다음과 같은 기점들 간의 연결로 이어진다.
1) 서쪽 경계는, Tanjung Bidadari(북위 5도 49.6분, 동경 118도 21.0분)에서 북위 3도 32.0분, 동경 118도 57분까지 이은 선
2) 동남쪽 경계는, 북위 3도 32분, 동경 118도 57.0분 위치에서 북위 5도 50.0분, 동경 122도 31.0분 까지 긋고 거기서 다시 정북 쪽 방향인 북위 7도 06.6분, 동경 122도 31.0분까지 직선으로 그어주어 동쪽 경계를 이룬다.
3) 북쪽 경계는, 북위 7도 06.6분, 동경 122도 31.0분 위치에서 Batorampon Point Light (북위 7도 06.6분, 동경 121도 53.8분)까지 직선으로 그어준다
4)그리고 북서쪽 경계는, Batorampon Point Light (북위 7도 06.6분, 동경 121도 53.8분)에서 Tanjung Bidadari 까지 그어주어 오각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이제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면서 그 해역에 입역 했던 지점과 시간과, 또 빠져나간 위치와 시간을 회사에 알려주는 보고를 하여서 보험관계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회사로부터 온 공문이다.
수신: 각 선 선장님
참조: 각 운항담당
제목: 전쟁위험 담보 위반 지역 -"SULU ARCHIPELAGO" 통항보고절차
노고 많으십니다.
전쟁보험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쟁위험 지역들 중 ‘SULU ARCHIPELAGO’ 지역에 대한 통보 절차는 업무편의상 보험자와 다음과 같이 간소화하기로 협의되었습니다.
1) 기존 보고 방식: ETA/ETD 5일 전/2일 전 통보, ATA/ATD보고,
2) 간소화된 보고 방식: ATA/ATD Base로 1회 보고하되, 형식은 ATA/ATD LT (Local Time) & 진로 표시(Northbound or Southbound)로 하시고, 통항 완료 즉시 회사에 통보하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보고처는 각 영업부 운항 담당자에게 하여 주시고 편의상 저를 cc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그 외 전쟁위험지역 입출항 및 통항에 대해서는 사전 통보 방식 그대로 유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각 운항 담당자는 본선 전쟁위험 지역 진입에 따른 AP부과 여부 등 반드시 체크하여 용선주에 청구 시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끝-
지구 상 인간들의 갈등의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서 소화해내야 하는 일선 선박 운항의 고달픔을 툴툴거리면서도 받아들였고, 이미 회사에는 위와 같은 지침에 따른 보고서를 최종 통과 시간과 함께 모두 보내 주었다.
그리고 무사하고 안전하게 그 모든 곳을 지나치게 된 것은 결국 본선 모든 선원들이 일치된 마음으로 잘 대응해 주었기 때문이란 믿음을 새삼 확인하며 밤새 지친 몸을 쉬러 브리지를 떠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