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희태 Jan 19. 2019

급유차 홍콩 기항

광조우의 XINSHAN WHARF에서 출항 시간에 맞추려고 몸부림치듯이 작업을 진행하는 속에 그들이 원하는 LINE SHIFTING을 포함한 선창 내 발라스트 주수 까지도 협조해 주었다.


 이미 파이로트까지 승선하여 터그보트도 본선에 묶어주고, 하역 작업의 맨 마지막 단계인 흘수 서베이(DRAFT SURVEY)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속에 유니폼을 차려 입고 나타난 서베이어는 이미 일항사와 같이 측정했던 선창 내 발라스트 양을 다시 체크하겠다며 나서고 있어서, 그들의 끝나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브리지에 모여 있는  여러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이윽고 모두 끝났다는 보고가 올라와 그들이 본선을 떠나는 모습을 내려다본 도선사가 본선을 부두에 묶어 놓고 있는 계류삭들 중 선수, 선미에서 각각 4개씩 나간 헤드라인 및 스턴 라인들부터 해삭하도록 지시를 시작한다.

XINSHAN 부두에서 모든 라인을 걷어 들이고 출항하는 모습


 18시가 출항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 시간이라는 설명에 바쁘게 그 시간에 맞춘 상황으로 끝을 내느라고 서둘렀기에 아무래도 선창 내에 많은 석탄의 잔존물이 남겨졌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떠난 출항의 뱃길이 낮에 보면 독특한 모습 때문에 괴기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DAHU SHAN섬을 지나 HUMEN BRIDGE 밑을 지날 무렵에는 이미 깜깜한 한밤중이 되었다. 

HUMEN BRIDGE 밑을 지나며


 아무래도 밤샘을 하며 움직여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 HUMEN BRIDGE를 지난 후 도선사에게 양해를 구하여 방으로 와서 조금 쉬기로 한다. 


 도선사가 하선하려는 예정지에 가까이 다가설 무렵 다시 브리지로 올라갔다. 


두 시간 정도 밝은 방에 있다가 올라간 시야 안으로 어둠 속의 브리지 앞 창 쪽을 통한 여러 가지의 불빛들이 자신부터 확인하라고 강요라도 하듯이 제 나름의 명멸과 색조를 가지고 반짝이고 있다.  


 이윽고 하선 준비를 마친 도선사들은 엔진을 정지시키고 전진 타력으로 가게 한 후 브리지를 떠나 밑으로 내려간다.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홍콩의 MARDEP(홍콩을 관할하는 CTS)에 SOUTH EAST(SE) LAMMA ANCHORAGE에 도착하는 ETA를 통보해 준 후였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불빛들이 어떤 내용인가를 제일 먼저 쌍안경과 레이더를 통해서 확인한 후 그 대처방안을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풀이해 넣으며 그에 따른 조타와 기관사용에 대한 지시를 하며 항행을 계속한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불빛들에 대처해야 할 상황이 모두 머릿속에 입력된 상태에서 가깝게 접근하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가며 선속의 증가를 위해 텔레그라프를 상향 조정하도록 지시한다 


 <정박하고 있는 타선의 옆을 지날 때에는 절대로 그 선박의 앞쪽을 스치듯 지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 나름대로 경험으로 체득하여 머리에 입력된 철칙을 상기시키며 지금 정박 중인 선박들이 있는 투묘지와 섬 사이의 안전은 하지만 좁은 공간을 지나가기 위해 조심스레 최선의 조선에 임하고 있다. 


 좀 전에 본선을 떠난 광저우 도선사는 지금 내가 선택한 쪽은 많은 정박선으로 지나기 어려우니 넓은 공간의 다른 쪽 항로를 추천해주었지만, 그 의견을 따를 경우 너무 많은 우회가 있어 홍콩에 도착하는 시간이 그만큼 늦어지므로 결단을 내어 택한 항로이다. 


 광조우 VTS의 구역을 벗어나며 보고해주고 이제 홍콩의 관할 구역에 진입하기 위해 MARDEP에 다시 보고를 한다. 


 투묘지 도착 3마일 전에 다시 보고를 하라는 통보를 접하고 우리가 가서 투묘해야 할 묘박지를 다시금 확인해 본다.


 홍콩섬 서남쪽으로 가까이 접근해 있는 LAMMA 섬. 그 남쪽에 고시된 세 개의 묘박지가 나란히 해도에 그려져 있다. 


 일변의 길이가 0.95마일인 정사각형의 이 묘박지는 서쪽이 SW LAMMA ANCHORAGE, 가운데가 S LAMMA DG(DANGEROUS GOOD) ANCHORAGE, 그리고 동쪽이 SE LAMMA ANCHORAGE인데 우리 배가 투묘하라고 지정받은 곳은 SE LAMMA 묘박지 안의 대략 22-10.0N, 114-09.5E 위치이다.


 LAMMA 섬 남쪽의 TRAFFIC ZONE에 들어서서 순방향을 따라 동향으로 가던 중 우리가 투묘해야 할 위치를 향해서는 할 수 없이 좌현 전 타로 직각되게 빠져나가서 곧 이어서 투묘지에 진입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다.  


 투묘지에 접근이므로 빠르게 다가설 수도 없는 상황인 데다가 더하여 선착 투묘선이 두 척이나 버티고 있는 사이를 향하려니 미 저속의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TRAFFIC ZONE을 우리와는 반대인 서향으로 움직이던 배가 우리가 자신의 침로를 가로질러 들어서는 형태를 취하니 좀은 당황한 모양이다. 


 VHF 전화로 서로 통화하여 그 배가 우리 배의 선미로 빠져 주기로 합의하며 우리는 투묘선 두 척의 가운데를 파고드는 조선을 안전하게 이루어 내어 지정받은 묘박지에 투묘를 했다.


 투묘 후 시계를 보니 약속했던 도착 시간인 두 시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 급유를 위해 찾아 온 도착 보고를 마치고 벙커 바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하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한다. 직접적으로 급유작업에 참여하는 직책은 아니기에 잠깐이나마 쉬는 시간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아침이 밝아진 다음 홍콩 투묘지 부근의 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광조우 XINGSHAN 부두에 접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