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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Jan 31. 2019

원양 예인선과 조우

궨스레 짠한 생각을 갖게 하는 원양 예인선단


 앞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그리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어서 한 번씩 배를 흔들어 주며 지나는 너울을 기분 좋은 운동 삼아 몸을 맡겨주며 인도양에서의 아침을 달리고 있는 중이다.


 현지 시간은 2010. 08. 02 09:50시( 0650 GMT)이고 마다가스칼 섬의 남단을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왼쪽 편으로 잡아주지 못한 채 계속 접근 중에 있는 남위 27도 26.48분, 동경 042도 01.5분의 위치이다.


 침로 078도로 가면서 좌현 선수 쪽 5마일 정도에서 두 척의 원양 예인선으로 한 척의 해상구조물을 예인하고 있는 해상수송 선단을 만났다.


 레이더 상으로 그 선단과 0.8마일 정도 떨어진 채 약 30분 후면 지나칠 것으로 이미 예측하고 계속 주시하며 조심을 하고 있는데 그 배에서 우리를 찾는 VHF 전화가 온다.


 자신들의 좌현으로 1마일 정도 거리를 두고 항과 해 달라는 요청이 온 것이다. 


물론 알았다는 승인을 주고 코스를 약간 오른쪽으로 수정해서 지나치게는 하지만 가깝게 지나치며 사진을 찍고 싶었던 마음이 슬쩍 불만을 드러내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전항행이 우선이니 그냥 조금 멀어진 느낌을 가진 채 사진을 찍기로 마음을 달래며 윙 브리지로 나선다. 


 모양이나 선체 색깔 모두가 다른 두 척의 오션 터그 보트가 약간의 거리 차이를 두고 앞서고 뒤에 따르며 나란히 예인 삭을 내주어 해상구조물을 끌고 있는 모습이 쌍안경의 렌즈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각각 MV ROTTERDAM과 ITC CYCLONE 이란 이름의 원양예인선인데 CAMELOT이라는 이름의 해상구조물을 현재 247도 침로를 유지하며 8노트의 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행선지가 POINTE NOIRE라는 걸 선박 식별장치에서 찾아낸다.


 목적지 POINTE NOIRE는 콩고공화국의 항구이니 이들이 가려는 항로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 아프리카 중부 지역까지 올라가야 하는 아직까지도 장거리 항정이 제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런 원양 예인 선단을 볼 때마다 언뜻 갖게 되는 심정은 장거리 항해에 따른 기상 악화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니 고생할 기회가 그만큼 많을 거라는 짐작을 하며 괜히 짠한 마음을 품게 되는 거다.


 요사이는 기상뿐만 아니라 해적이라는 더욱 무서운 인재까지 곁들이는 경우가 많으니 이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내가 그들의 입장을 걱정스레 여기고 있는 동안에도 두 척의 예인선은 열심히 예인을 계속하여 8노트라는 속력을 유지하며 제 갈 곳을 향해 점점 우리 배와 멀어지고 있다.

수평선에 나타나서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원양 예인선단의 모습

    

두 척의 예인선이 선두에 차이를 두고 예인을 하고 있는 모습


예인 당하고 있는 특수선의 모습


점 점 멀어져 가고 있는 예인선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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