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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01. 2019

롤링, 피칭, 요잉

배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선체 운동들


 세계 3 대양 중 가장 작은 바다인 인도양은 별로 큰 바람이 없는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역시 대양임을 알리려 함인지 그냥 호락호락하니 지나쳐주질 않으려는 심사가 내비쳐지는  모양새도 종종 보이곤 한다.


 아프리카 남쪽에 위치한 남아공의 리차드베이를 떠나 마다가스카르 남쪽을 지나며 스마트라와 자바의 연결 통로인 순다해협을 향한 여정에는 풍속도 별로 높지 않고 날씨도 환하게 개이어 맑고 푸른 하늘을 보이는 아주 좋은 기상 상황으로 편한 맘을 갖고 항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피칭을 맞아 선수루에 작열하는 선수파의 부서지는 모습

  

횡요로 인해 갑판 위로 파도가 실어 올린 해수가 흩어지고 있다


흔히 조금 날씨가 나빠졌다고 느껴질 때면 찾아볼 수 있는 파도들의 모습
호시탐탐 갑판 위를 노리는 파도가 선체만 흔들어 주며 지나치고 있다

  

파도가 배의 보침성을 낮게 하여 선미의 항적이 비틀대고 있는 모습

  

갑판 위로 올라오는 파도의 부딪침이 커질 경우 때로는 갑판상 구조물이 파괴 유실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롤링, 피칭 등의 여러 가지의 크지 않은 선체 동요가 함께 찾아온 케이스의 모습


이 모든 형편을 지켜보며 항해에 임하는 선체 상부에 있는 브리지의 모습

 

  낮부터 조금씩 달라지던 바람과 파도의 움직임이었다. 한밤중이 되면서는 잠에서 깨우기에 충분한 움직임을 가해와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들치고 창 밖을 내다보게끔 만들어 준다.


 몇 개의 별들이 보이는 하늘과 그에 맞닿은 어둠 속에 파묻힌 수평선을 유별나게 우뚝 솟아 보이는 선수루가 갈라놓은 그림자가 어둠에 익어 있는 눈 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주위에서 바람꽃인 백파는 눈에 뜨이지 않으니 바람은 별로 세지 않다는 걸 감지시켜 주어 안심하는 마음으로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단지 그 어디선가 이 바다 먼 곳에서 보내주어 순화는 되었지만, 아직도 커다란 파장을 지닌 너울로 인해 이따금 배를 흔들어주는 YAWING 현상이 생겨서 흔들어 주었던 것이다.


 바다 위에서 이런 해양파로 인해 항해 중인 선박의 선체가 받게 되는 운동을 전문적인 입장을 살짝 벗어나, 그냥 누구나 알 수 있게 쉽게 풀이해 본다면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겠다.


 여기서 해양파(海洋波, OCEAN WAVE)란 바람이 불어 해면이 일으키는 풍랑(風浪, WIND WAVE)과 장시간 지속된 풍랑으로 일어난 커다란 파도가 무풍(無風)의 해역까지 전파되어 나타나는 너울(SWELL)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이제 배의 동요 운동(動搖運動)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첫째가 롤링(ROLLING)이라 불리는 횡요(橫搖)로 이것은 파도를 옆으로 받아 선체의 좌우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움직이는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뱃멀미를 느끼게 하는 움직임이며 복원력이 크게 나쁜 상태에서는 전복할 위험을 줄 수도 있는 선체 운동이다.


 즉 횡요 운동은 선박의 복원력과 깊은 관계가 있어 이것으로 인해 화물이 무너지면 최악의 경우 선박이 전복되어 침몰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둘째가 피칭(PITCHING)이라 말하는 종요(縱搖)로 이것은 파도를 앞으로 받아 선체의 선수미 방향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선체 운동을 만들어 내어 별로 크지 않은 때에는 적당한 시소를 타는듯한 쾌감도 갖게 하지만 그 심도가 깊어지면 베테랑 뱃사람에게도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뱃멀미를 안겨주며 VLCC 선박에 따라서는 종강력을 급격히 약화시켜 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받기도 한다.


 즉 피칭은 선속을 감소시키고 거대선이 만선 상태에서 심한 피칭을 하게 되면 GREEN WATER(주*1)의 선수 범람 때문에 선체가 파손/침몰당하는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가 요잉(YAWING)이라 말하는 선수요(船首搖)로 이것은 고유의 주기를 갖지 않고 그때그때 발생한 외부조건에 따라 움직임의 주기가 결정된다. 즉 선체 주위의 파면(波面)의 경사나, 파랑(波浪)의 궤도 운동, 횡요나, 횡요와 종요가 같이 발생하였을 때 복합적인 운동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선박의 전후 좌우 모든 방향을 향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기에 침로(COURSE LINE)의 보침성(保針性)과 깊은 관계가 생긴다. 따라서 요잉이 심할 경우는 자동조타를 시행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침로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언젠가 이 세 가지의 선체 동요 운동을 우연찮게 친구에게 설명해주다가 좌우 운동인 횡요나 전후의 움직임인 종요는 금세 제대로 이해시켰는데 선수가 전방위로 움직임을 보이는 요잉에 대해서는 그 복합적인 운동이라 하였지만 금세 알아듣질 못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설명했었다. 


 -요분질이란 말 알아? 

-요분질? 

 왜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그에게,

-파도가 배에게 요분질을 걸어와 그에 따라 움직이는 운동이라 생각하면 되는 거야.

-….. 으응 그런 운동이구먼 허허. 

 그 친구는 그렇게 빠르게 이해하여 주었는데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주*1) GREEN WATER- A large quantity of water on a ship's deck as a result of massive waves during a large storm. 

 영어사전에 있는 설명은 이렇지만, 쉽게 그 상황을 이해하려면 이따금 외국 소식에서 볼 수 있는 해안가에서 커다란 너울을 타고 서프를 즐기는 광경의 마지막 장면인 서프를 탄 채 파도에 휩슬려 파묻히는 과정을 염두에 둬보자. 그리고 그 보다 훨씬 더 큰 파도의 덩어리(GREEN SEA)가 커다란 배를 뒤집어 씌우듯이 달려든 상태로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아무리 큰 배라 해도 제대로 달려드는  그런 파도에는 그냥 일엽편주 밖에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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