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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Feb 02. 2019

SELAT GELASA 수로


 인도네시아의 중형 섬들 중에서 주석(朱錫)의 산지로 또 질 좋은 후추의 생산지로 이름이 나서 부자 섬이란 소문이 있다는 스마트라 동쪽에 있는 BANGKA섬과 서부 칼리만탄(보르네오섬)의 남서쪽에 있는 BELITUNG 이란 작은 섬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좁은 수로인 SELAT GELASA 찬넬은 남지나해에서 순다 해협을 통과하려면 지나쳐야 하는 좁은 수로구역 중 한 곳이다. 


 이곳을 통과하여 순다 해협을 가는 길목에 있는 또 다른 좁은 구역인 OUTER PASSAGE까지의 거리는 대충 200마일이 되므로 일반적인 광탄선의 속력으로선 13시간 반에서 14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양쪽을 다 같이 하루의 밝은 시간 때에 통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쪽을 어둠 속에서 통과하면 다른 쪽은 밝은 시간대에 통과하는 식으로 당직에 임해야 하는 어려움이 늘 있는 것이다. 


 어제저녁 열 시경에는 순다 해협에서 우리의 진로를 피해 줘야 하는 충돌 예방법상의 일차 의무 상황조차 무시하고 그대로 우리의 선수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파고 들어오는 스마트라/자바 간 페리선을 만나 왼쪽으로 전타하는 긴급 피항 동작을 취하여 아슬아슬하게 항과 했었다.  


 이어지는 항로에서 오늘 새벽 두 시에는 자카르타 북부에 있는 OUTER PASSAGE를 거칠게 뿌려 치는 소나기가 시야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상황 아래 통과하면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그 시간 그 구역에서 만나게 된 예인선단과의 조심스러운 항 과로 인해 새벽의 잠을 멀리해야 했었다. 


 그러나 한나절의 간격을 가지고 오후에 들어서게 된 SELAT GELASA 수로 중앙인 좁은 해역에서는 환한 낮 시간인 다섯 시에 들어서서 사방을 편한 마음으로 살피며 순항하게 되었다. 

우리와는 반대쪽에서 통항하려고 들어선 배가 보인다

 

통항하고 있는 작은 인도네시아 국내선의 모습


크기도 작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무선국의 안테나와 등대가 있으며 인가도 빽빽이 들어서 있는 수로 중앙의 섬


 사실 좁은 수로는 언제나 병목현상이 존재하므로 종종 만나게 되는 다른 선박의 출현으로 인해 항해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육안으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상대방들과 통화하며 안전하게 항과 하는 방법을 서로 논의하여 타당한 방법으로 결정한 후 지나쳤다.


 이 항로의 부근은 때때로 해적이 한 번씩 나타나는 해역이라 밤중에는 항해등 이외에 선미 갑판을 환하게 밝히는 불을 켜주고 소화 호스로 물을 뿜어내는 상황을 연출하여 그들의 침입에 대비하는 당직도 겸해서 서면서 달리곤 하는 곳이다. 


 바로 눈앞에 아기자기한 섬을 가까이 보면서 지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해적-실은 좀 과한 도둑인 해상 강도라고 하는 게 나을 듯싶은 녀석-들을 만난다는 게 참 억울한 맘이 들 정도이다. 


가까이 지나칠 때 보여주는 섬들의 올망졸망한 친근한 모습은 너무나 평화롭게 보이기에 그런 악행은 생각할 수가 없건마는 그렇게 종종 나타남은 결국 밤이란 시커먼 어둠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나쁘게 만드는 모양이다.


 이번 항차 발라스트 상태로 이곳을 지나쳐 순다로 향했을 때는 한밤중에 지나치게 되어 선위나 접근하는 타선박들에 굉장히 신경을 쓰며 지나느라 또한 어둠 속이라 오랜만에 지나는 이곳 풍광을 구경할 염을 못 내었지만 지금은 환한 낮에 지나고 있으니, 해적 걱정도 잠깐 접어주며 예전 지나다녔을 때와 어떤 게 달라져 있는지 섬 모습들을 살펴가며 여유롭게 지나가고 있는 거다.

무사히 수로를 빠져 나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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