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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Jul 22. 2023

연이틀 맞이하는 생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여느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비장한 마음을 품었다고나 할까.


  이미 전 날 바리바리 싸놓은 짐들이 거실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이는 마치 전투를 치르기 위해 준비한 군수품을 늘어놓은 모습과 같았다.


  평소라면 사과 한쪽이라도 베어 물고 외출을 하려고 했겠지만, 수술을 앞둔 아내가 전날부터 금식 중이었고 나 또한 끼니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지휘관을 깍듯이 모시는 부하의 마음으로 짐 한 무더기를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채운 뒤 마침내 결전의 장소로 출발하였다.


  우리의 비장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수술실로 향하는 병원 내 복도는 무척이나 차분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아내를 수술실에 빼앗?겼고 나는 홀로 분만실 앞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수술실 환자 현황을 안내해 주는 안내판에는 여러 명의 환자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분만실 앞을 서성이는 보호자는 나 혼자였다.


  '언제 즘 우리 찰떡이를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이,


  "아이 출생 후 확인을 위해 보호자는 분만실 앞에 위치하세요" 라는 안내문자를 전달받았다.


  아내의 안부를 묻는 가족들의 메시지에 '걱정하지 마시라'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사실 그 메시지는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님 보호자분~"

간호사님의 부름과 함께 아가가 나타났다.


  작은 인큐베이터에 고이 모셔져 나온 아기는 새근새근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간호사님께서 귀, 입, 손가락, 발가락 등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을 연신 동영상에 담았다.


어찌 이리 작고 귀여운 존재가 세상에 나타난 건지 '신비롭다', '놀랍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하마터면 아내의 '촬영 특명'을 깜빡할 뻔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라는 말이 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익숙했던 세상이 낯설게, 새롭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나의 생일 바로 다음 날, 아이의 생일을 맞게 되었다. 매년 두 번의 생일을 연이틀 맞으면서

생을,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 같아 벌써부터 대된다.


아빠로서의 삶은 어떤 삶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반가워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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