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社會生活)
- 명사 :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집단적으로 모여서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생활.
누구나 인생 최초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현재 간직하고 있는 여러 기억 중 가장 첫 번째 순서의 기억, 지금으로부터 가장 먼 날에 대한 기억 말이다. 내 인생 최초의 기억은 내가 여섯 살이 되어 처음으로 유치원에 등원했던 바로 그 순간이다.
물론 당시의 모든 순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통곡하며 울부짖던 여섯 살 어린 나의 모습이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유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던 중, 양쪽에서 불쑥 다가온 두 선생님에게 붙잡혀 교실로 끌려가게 되었다. 첫 사회생활의 시작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품을 떠나 낯선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그때의 강렬한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내 머릿속 한편에 남아 있다.
한동안 그때의 기억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날의 기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리고 있다. 이제 만 22개월을 갓 넘긴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하다가도, 어린이집에 들어서며 울부짖을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금세 마음이 불편해지길 반복했다.
등원 일주일 전부터 아이에게 틈나는 대로 신신당부를 했다. "이제 너는 언니가 되는 거야. 추피*가 유치원에 갔듯이, 너도 언니가 되어 어린이집에 가는 거야."라고. 아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알았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과연 그날은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유아용 책의 주인공 이름)
대망의 'D-Day' 아침, 어린이집 등원 30분 전부터 바삐 몸을 움직이며 준비를 시작했다. 30분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었고, 20분 전에 옷을 입히며 양말을 신겼다. 드디어 15분 전, 아이에게 신발을 신기고 현관문을 나서면서 속으로 '화이팅!'을 외쳤다. '자, 가즈아!!'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서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처음으로 낯선 환경에 아이를 두고 돌아서며 나는 어떤 기분을 느낄지 떠올려보았다. 우는 아이를 따라 나도 울음을 터뜨릴지, 아니면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인지.
어린이집에 이르렀을 때, 여러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차례를 기다렸다. 잊지 못할 첫 순간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현관에 들어서자, 긴장되던 마음이 아이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신발장을 보며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모든 순간이 그저 귀엽게만 느껴졌다. 귀여움 때문에 새어 나오는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아이의 신발을 벗긴 후, 선생님께 아이의 손을 건넸다. 아이는 처음 보는 선생님이 낯설었을 텐데도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 슬금슬금 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어쩌면 '끌려들어 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도 모르겠지만?
약속된 30분의 적응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아이는 다시 선생님의 손을 잡고 총총총 걸어 나오더니, 나의 손을 잡았다. 울지 않고 잘 놀았다는 아이가 참 기특하고 대견했다(물론 그 이후 며칠 동안은 오열 파티가 끊이지 않았지만). 30분 전에 시작된 웃음은 30분 동안 이어졌고, 아이 손을 다시 잡을 때도 그 웃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를 둘러싼 모든 장면에서 귀여움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고나 할까?
아이는 첫 사회생활의 순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한다면 그 순간을 어떤 장면으로 떠올릴까? 혹시나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가 말해주어야지. 귀여움이 아주아주 충만했던 순간이었다고.
그나저나... 30여 년 전 내가 유치원에 갔던 그날, 우리 엄마, 아빠도 내가 보았던 것과 비슷한 귀여움을 목격하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