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는 무척이나 흔한 질병인 '월요병'. 나는 그 월요병을 휴직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앓아본 적이 없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주말을 즐길 생각에 들떴고, 일요일 저녁에는 월요일에 있을 비행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 월요병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그저 아직 좋아하는 일을 만나지 못한 운이 안 좋은 이들이거나, 몸과 마음이 허약한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면서 월요병에 대한 생각이 아주 달라졌다. 누구보다 나야말로 월요병과는 매우 거리가 멀어야 하는 사람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이와 월요일을 맞이하는 '운이 좋은' 아빠이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꼬박꼬박 운동을 챙겨하는 '몸도 마음도 튼튼한' 아저씨이니 말이다. 그런 내가, 월요일마다 극심한 월요병에 시름시름 앓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월요병... 도대체 원인이 무엇이란 말인가...!?
아이가 커가면서, 그리고 점점 날씨가 추워지면서 월요병은 그 병세가 날로 심해져 갔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요일에 상관없이 아이와 함께 이리저리로 산책을 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월요병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추위 때문에 외출이 어려워지게 되었고, 정기 출입하게 된 집 근처 키즈카페마저도 월요일이 정기휴무일인 바람에, 그야말로 월요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날이 된 것이다. '설상가상', '첩첩산중'.
아빠 홀로 월요병을 앓으면 다행일 텐데, 아이도 월요병 때문에 지독히도 힘들어하는 듯하다. 주말이면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엄마가 월요일이 되면 어느새 사라지고 안 보이니 말이다. 온 세상과 같은 엄마라는 존재가 별안간 사라지니, 어쩌면 아이가 나보다 더 심한 월요병을 앓는 것이 분명하리라는 짐작을 해본다. 그렇게 아빠와 아이 모두 월요일마다 월요병으로 골골대고 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답은 비교적 분명했다. '엄마를 찾아가자!' 아이의 엄마는 회사에 있으니, 아빠의 엄마라도 찾아가야지! 사실 아이의 할머니 댁에 가기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아이의 식사와 간식, 장난감 등의 짐을 챙기는 것은 둘째 치고, 왕복 3시간의 거리를 아이가 잘 견뎌줄 것인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특히, 엄마가 옆에 없는 상태에서 오랜 시간 차를 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러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월요병 때문에 골골대느니 뭐라도 해야지!
할머니댁을 다녀오기로 결심한 날부터 묘안을 떠올려보았다. 아이는 졸린 시간에 차를 타면 비교적 잠을 잘 자는 편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자는 때를 맞춰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아이가 낮잠에 들 때 즘 출발해서, 밤잠에 들 때 즘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언제나 계획은 그럴듯하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계획도 결과도 그럴 듯? 해 보였다는 사실!
아이는 가는 길에서도, 오는 길에서도 차에 타기 무섭게 잠들어 새근새근 거렸고, 할머니댁에서도 엄마의 빈자리를 전혀 느끼지 않는 듯, 밝은 웃음과 귀여운 몸짓으로 집안 곳곳을 분주하게 오가며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왕성한 식사량으로 똥똥한? 배를 선보여주었다는 사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지는 순간의 '오열 엔딩'이 나름 위기의 순간이라 할 수 있었지만.
어쩌면 이제 월요병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다음 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할 예정이니 말이다. 2년 가까이 도무지 면역이 생기지 않는 월요병을 견디느라 고생했다 나란 아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월요병이 아니라 '휴일병'을 앓기 시작한다는데. 그 녀석은 또 얼마나 무서운 녀석일지... 벌써부터 걱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