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등원기
아이는 이제 두 돌을 앞두고 있다. 요즘 들어, 아이의 성장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아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 맞춰서 자연스레 아이를 돌보는 육아의 형태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아이도 나도 끊임없는 변화에 맞춰 적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3월부터,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가정보육을 해왔기 때문에,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3월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아이들의 적응을 돕는 기간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주마다 조금씩 늘려가며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1주 차는 아이가 단 30분만 어린이집에 머물렀다. 하루, 이틀은 그 30분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겨우 30분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니! 그때까지만 해도 30분이 참 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깨달았다. 30분으로는 도무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아이의 외출을 위해 씻기고, 먹이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는 시간을 고려해 보니, 오히려 등원 전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여유를 찾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등원 2주 차,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어린이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얻었다. 첫 주와 마찬가지로 하루, 이틀 정도는 참 좋았다. 그러나 곧 다시 깨달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맞이한 3주 차. 아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났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의 양과 질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특히, 아이가 점심식사를 먹고 하원한다는 사실이 가장 극적인 포인트였다. 아이의 식사를 준비하고, 끼니때마다 도망 다니는 아이를 쫓아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었으니 말이다. 밥 한 끼 덜 먹이는 것뿐인데, 이렇게나 세상이 달리 보일 줄이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아이 없는 시간으로 환희에 찬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아이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해 보았다. 씩씩한 걸음으로 어린이집을 향하는 아이,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빠의 손을 놓기 우습게 교실로 '후다다닥' 들어가는 아이, 밥도 잘 먹는다고 하는 아이였지만, 그렇다 한들 어린이집이 엄마, 아빠의 품보다, 집보다 편할 리가 없을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던 때를 벗어나, 어색한 공간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운 체 나름의 생존법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엄마와 아빠는 도와줄 수 없는 아이만의 고뇌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 한 구석이 울컥 대며 젖어드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보내주시는 아이 사진이 사랑스럽지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가 곁에 없는 시공간 속에서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로운 변화를 스스로 견뎌내는 아이가 자랑스럽다.
육아라는 삶 속에서 아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아빠도, 엄마도 매일매일 조금씩 커가고 있다. 그러니 조금 서툴더라도 잘했다 이야기해 줘야겠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잘하고 있다.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