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의 2025년을 벗어나다

by 이기장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과도기'입니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과도기란 "한 상태에서 다른 새로운 상태로 옮아가거나 바뀌어 가는 도중의 시기, 아직 질서와 제도, 사상이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시간"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정의를 읽는 순간, 그것이 마치 저의 2025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올 한 해는 분명 끝과 시작의 중간, 안정과 불안 사이에 놓인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2025년 5월, 2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헬리콥터의 시동은 자동차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동작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확인과 절차, 그리고 기다림이 차곡차곡 쌓여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일주일만 조종석에 앉지 않아도 공간의 느낌과 손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질 만큼 예민한 세계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무려 2년이라는 공백이 있었습니다. 다시 조종석에 앉았을 때 느껴진 어색함은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그 자리에 다시 서 있는 저 자신에게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몸의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행 자체는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졌지만, 자격 회복 평가를 준비하며 항공 지식을 다시 정리하고, 달라진 조직과 업무 환경에 적응하며, 낯선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고된 육아에서 벗어나 몸은 한결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마음만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홀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 중인 아이에 대한 걱정은 늘 마음 한편을 무겁게 눌렀습니다.


그 와중에 아내의 입원과 수술까지 겹쳤습니다. 그때야말로 2025년의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자본 적 없는 아이의 잠자리가 가장 걱정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불안 속에서 흘러갔고, 제가 짊어진 책임과 가족이라는 삶의 중심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과도기라는 말이 이토록 실감 나게 다가온 적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은 이 시간을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2025년의 끝자락에 서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에 가깝다고 말입니다. 작년 말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과 계획은 대부분 지켜냈고, 아내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아이도 어느새 훌쩍 자라, 세 식구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합니다. 2025년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이 흔들렸지만,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고, 2026년으로 나아가기 위한 튼튼한 줄기를 만들어낸 시간이었습니다.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기에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불안했기에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2026년은 이 과도기의 끝에서 시작됩니다. 이제는 조금 더 준비된 마음으로, 조금 더 안정된 비행을 해보려 합니다. 흔들림을 지나온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게와 균형을 품은 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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