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기 위해 쓰는 사람.

by 이기장


반복되는 일상에서 '글감'을 발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곳에서 잠들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차를 타고 익숙한 길을 따라 일터로 향합니다. 직장에서는 매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늘 함께하는 팀원들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 보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끔은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지?'라는 생각이 떠오르며 멍 해지곤 합니다.


어쩌면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무심한 하루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는 작은 저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조금 더 충만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고요. 이번 주 역시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지난주 월요일부터 머릿속을 굴려보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일정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틈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꺼내 드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날의 메모를 다시 들춰보는 일입니다.


독서 기록과 일기, 미완의 글, 무심코 찍어둔 사진들. 이번에는 날짜별로 정리된 독서 기록을 넘기다 문득 손이 멈췄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묘한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때의 고민, 그때 느꼈던 부족함, 그때 적어두었던 다짐들이 지금의 제 모습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읽고, 쓰고, 다짐해 놓고도 왜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을까.'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완벽하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하고, 여전히 흔들리며, 지금도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만약 모든 다짐이 한 번에 실현되었다면, 우리는 굳이 기록할 이유도, 뒤돌아볼 필요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이 되면, 자연스레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달성한 목표나 성과보다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과 반복되었던 다짐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한 '성장'과 '성과'가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생각해 왔다는 사실, 멈추지 않고 기록해 왔다는 흔적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지난 한 해를 헛되이 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년에는 극적인 변화보다, 조금 더 솔직한 하루를 살아보고 싶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더라도 외면하지 않고 적어 내려가는 삶,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려 애쓰는 태도 말입니다. 글은 저를 완성시키기보다, 다시 걸어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연말의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으니,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자고. 읽고, 쓰고, 돌아보는 삶을 계속 살아가자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한 해를 살아오셨나요. 그리고 또 어떤 한 해를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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