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유난히 “~같다”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지금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이 일이 맞는 선택인 것 같아”, “조금 피곤한 것 같아”와 같은 표현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입에서 나옵니다. 처음에는 그저 말버릇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짧은 말끝에는 우리 사회의 소통 방식과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합니다.
사실 “나는 지금 기분이 좋다”라고 말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굳이 “좋은 것 같아”라고 한 발 물러섭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말의 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습관 때문일 것입니다. 단정적인 표현은 때로는 강하게 들리고,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확언 대신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택합니다. 틀릴 가능성을 미리 열어두고, 상대가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끝을 둥글게 다듬는 것입니다.
이 말투에는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도 숨어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그 생각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 됩니다. 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면, 그 생각은 잠정적인 의견이 됩니다. 대화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물러설 수도 있습니다. 갈등을 피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분명 유용한 방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타인에게 하는 주장뿐 아니라 자기 감정에 대해서도 “~같다”를 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은 맞고 틀리는 문제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나는 화가 났다” 대신 “화가 난 것 같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한 걸음 거리를 둡니다. 어쩌면 감정을 명확히 규정하는 일이 부담스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정을 확언하는 순간, 그 감정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틀리는 것을 유독 두려워하는 문화도 한몫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확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배워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생각과 느낌조차도 언제든 틀릴 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말 한마디에도 보험을 들 듯 “~같다”를 붙이게 된 것은 아닐까요.
물론 이 표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다”는 배려의 언어이고, 조심스러움의 표현입니다. 다만 모든 감정과 생각을 이 말 뒤에 숨겨버릴 때, 우리의 언어는 점점 흐릿해집니다. 감정은 감정대로, 생각은 생각대로 또렷하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슬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례도, 독선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표현 자체가 아니라, 언제 단정하고 언제 유보할지를 아는 감각일 것입니다. 전망과 예측 앞에서는 “~같다”가 필요하지만, 나의 감정과 책임 있는 판단 앞에서는 조금 더 분명해져도 괜찮습니다. 조심스러움과 확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일,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어른의 언어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