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과 강의실 사이를 오가며>
지난주 졸업시험을 끝으로, 저의 석사 과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입학은 2021년 3월이었지만, 학위 과정을 마무리하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석사 과정 하나를 끝내는 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느냐고요.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단순히 '주경야독'이라는 말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제 삶의 굴곡진 기록들이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2021년 3월,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만 해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습니다. 회사의 지원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감사했지만, 무엇보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조금씩 굳어가던 사고의 회로를 낯선 지식으로 다시 달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강의계획서를 하나하나 훑으며 수강 과목을 고르는 시간은 학부 시절의 풋풋함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그 환상이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것까지도 그때와 참 닮아 있었지만요.
4학기를 마친 뒤에는 예상치 못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육아휴직이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2년 동안 저는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조금은 애매한 경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헬리콥터 조종간 대신 아이의 작은 손을 잡았고, 전공 서적 대신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펼쳤습니다. 공부는 멈추었고 졸업은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매듭짓지 못한 과업'에 대한 묵직한 부채감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복직과 함께 일상은 다시 숨 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였으나, 9월부터 시작되는 마지막 학기를 더는 미룰 수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이틀은 근무를 마치자마자 강의실로 달려가야 했습니다. 비행과 회의, 각종 행정 업무 사이사이에 수업과 과제를 힘겹게 끼워 넣어야 했습니다. 사실 공부 자체보다 힘들었던 것은 '시선의 괴리'였습니다. 일터에서는 학생이라는 신분이, 학교에서는 직장인이라는 처지가 어딘가 늘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곤 했습니다.
강의 시간도 고단했지만, 쏟아지는 과제와 발표, 조별 모임은 매 순간 저의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끔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 당장이라도 자유의 몸이 되고 싶은 유혹이 일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붙잡아 준 것은 역설적으로 '다시 학생이 되었다'는 그 감각이었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매뉴얼의 세계를 잠시 벗어나,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존재로 살아 있다는 느낌이 저를 마지막까지 버티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주, 졸업시험을 끝으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시험장을 나서며 느낀 감정은 시원한 해방감보다는 묘한 허전함에 가까웠습니다. 강의를 듣고, 과제를 걱정하고, 업무 일정을 조정하며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린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4년의 시간이 제 삶의 해상도를 조금 더 높여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주경야독의 터널은 어둡고 길었지만, 그만큼 제 삶의 밀도는 촘촘해졌습니다. 이제 학생의 자리를 내려놓고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치열했던 '배움의 감각'만큼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삶이 정체되었다고 느껴질 때마다, 조종석과 강의실을 오가며 스스로를 담금질했던 이 4년의 기억이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