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것이 먼저다.

방황 끝에 찾은 나만의 궤도

by 이기장


우리는 평생에 걸쳐 무언가를 배웁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머릿속에 집어넣습니다. 세상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는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나'에 대한 데이터를 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어쩌면 미적분 공식이나 마케팅 이론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나만의 데이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며 살아왔습니다. 저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남의 지도를 들고뛰었던 시간들

학창 시절, 저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품고 오로지 입시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다행히 운이 따라주어 소위 말하는 '좋은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은 찰나였습니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자마자 거대한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향을 향해 전력 질주했지만, 정작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멈춰 서서 제 성향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것을 선호하는 저는, 물건과 사람이 오가는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유통업'이 적성이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저는 또다시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내린 결론보다는 사회가 정답이라 여기는 '전자산업'의 화려함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 것입니다.



'소설'을 쓰던 마케터와 2차 방황

그때부터 인생의 스텝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직무를 맡았지만, 제가 매일 마주한 것은 실재(實在)하는 현장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엑셀 숫자들을 가공해 '판매확대전략'이라는 이름의 그럴듯한 소설을 쓰는 것이 제 주 업무였습니다. 평소 접할 일도 없는 제품을, 만나본 적도 없는 타국의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나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숫자와 씨름하며, 저는 두 번째 깊은 방황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하늘에서 찾은 나라는 존재의 확신

방황과 시행착오의 끝에서, 저는 기적처럼 '조종사'라는 길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칵핏에 앉아 비행을 할 때면 이것이 꿈은 아닌지 생각하곤 합니다. 세상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분명히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운 좋은 결말에 이르기까지 지불해야 했던 기회비용이 너무나 컸습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일찍 '나'라는 사람을 공부하고 연구했다면 어땠을까요?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가지고, 내가 지향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미리 정의했다면 그 길고 괴로웠던 방황의 시간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가장 소중한 공부

이제 저는 제 아이를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내가 밟았던 시행착오의 전철을 아이는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이가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지에 끼워 맞춰 살기보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너는 어떤 순간에 눈이 반짝이니?", "너를 움직이게 하는 가치는 무엇이니?" 저는 아이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을 탐구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식은 책에서 얻을 수 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은 오직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아는 것은 인생의 '제자리 비행(Hovering)'과 같습니다

헬리콥터는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 나가는 화려함은 없지만, 거친 지형에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잡으며 공중에 정지할 수 있는 '하버링(Hovering)'이라는 고유한 능력이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비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세상의 바람 속에서 나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내면의 균형 감각'이 필수적입니다.


나를 아는 것이 인생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가장 정밀한 조종술이라는 사실을, 저는 오늘 낮은 곳과 높은 곳을 오가는 헬리콥터의 조종석에서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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