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란 라멘
아름다웠던 교토 여행을 끝내기 전, 오사카로 가기 전에 아침 겸 점심으로 이치란 라멘을 먹기로 하였다. 물론 가는 길에 니시키 시장을 한 번 더 들려서 맛있는 타코야끼를 사 먹었다(니시키 시장 최고).
이치란 라멘은 맛있기로 엄청 유명하고(물론 회사 동료분이 추천해 주셨다), 대기시간 길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오사카에 있는 이치란 라멘은 대기시간이 어마무시하다고 해서 교토에서 가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라멘을 좋아하질 않는다. 라면과 다르게 라멘은 먹다 보면 느끼해져서 한 그릇을 다 먹어본 적이 없다. ‘보통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기호에 맞게 바뀐다고 하던데, 그럼 원래 일본 라멘은 얼마나 더 느끼할까?’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고 ‘그래도 일본에 왔으니 먹어봐야지’하고 대기 줄을 기다렸다(일찍 가서 다행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친절한 직원분이 안내를 해주셨고,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한국어 패치 O) 안내해 주신 자리에 앉았다. 조금 기다리니 라멘이랑 반숙 계란이 나왔다. 느끼하면 다 못 먹을 테니 오렌지 주스도 하나 시켰다. 처음 본 비주얼은 ‘그냥 일본 라멘이네’였다.
한 입 먹고 ‘어?!’하고 또 먹으니 그냥 진짜 맛있었다. 내가 알던 느끼했던 라멘의 맛이 아니었고, 국물 역시 너무 담백했다. 그런데도 곧 느끼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며 긴장하고 있었는데(보통 속이 더부룩해졌었다), 다 먹을 때까지 느끼한 맛 자체가 없었다. 제일 기본 맛을 시켰는데 이 정도라니! 심지어 니시키 시장에서 타코야키를 먹고 바로 온 건데도 한 그릇을 다 먹었다. 국물도 밥 말아서 반 정도를 마셨다. 세상에 내가 라멘 국물을 마시면서 배가 너무 불러서 더 못 먹는 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역시 사람 일은 모른다.
이후로 나는 한국에 와서도 일본 라멘을 먹는다. 심지어 내가 먼저 라멘 먹으러 가자고 한다. 아직은 이치란 라멘을 대체할 수 있는 라멘을 한국에서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제 라멘이 크게 느끼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원래는 한국에서 어쩌다가 라멘집을 갈 일이 있을 때 솔직히 ‘오늘은 집에 가서 또 배고프겠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젠 아니다. 라멘은 느끼하다는 인식 자체를 바꿀 수 있던 계기가 되어 너무 행복하다.
그렇게 교토에서 맛있는 오전을 보내고, 우리는 오사카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