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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유럽은 특별한 곳이었다.
2013년부터 2020년 봄까지 (정확히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기 전까지) 그곳은 간단히 말하자면 나의 일터였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장난스레 부모님보다 호텔 리셉션의 직원이 더 친숙하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자주 갔던 곳. 치열하고 안쓰럽고 멋지고 행복했던 나의 20대가 고스란히 머물러 있는 곳.
나는 TC(Tour Conductor) 흔히 말하는 해외여행 인솔자로 7년을 일해왔었다.
하지만, 2월 29일이 올해 마지막 귀국날이었던가? 그날을 끝으로 예고도 없이 '일'이 나를 떠나버렸다. 잘 지내다 갑자기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하고 잠수를 타버리는 애인처럼...
11월, 결국 그녀도 떠나갔다.
3월~11월 코로나와 싸운 결과 '우린 졌다.'
'가을이면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그럼 저희 cx를 개선해 볼까요?' '그리고 홈페이지도 좀 개선해봐요!'
'겨울이면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그럼 저희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여행을 만들어 볼까요?'
그렇게 가을이 왔고, 겨울이 왔지만 여행은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 자꾸 일이 불명확해지고 불안해지니 하나 둘 동료들도 떠나갔고 채용을 해도 다시 이별을 반복하게 되었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리고 11월, 1년을 함께 했던 그녀도 떠났다.
일도 동료도 모두 떠났지만, 그럼에도 우린 일하고 싶어서!
일도 동료도 떠나고, 더불어 일하는 재미도 열정도 떠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즐겁게 일하고 싶다. 어차피 일하며 살 거라면 7년을 함께 했던 이곳에서 일어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맙게도 남은 동료들도 이 뜻을 함께 했다.
미련하게 시간 낭비하는 걸까? 아니면 전화위복이 될까?
결과는 모르지만 될 대로 되라지! 이제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리의 도전기가 시작된다. 1차 경기는 졌지만 다시 8개월, 그리고 1년 뒤에는 승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