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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록 Feb 26. 2022

지의 최전선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6년 전쯤 이어령 교수님의 강의와 인터뷰를 유튜브로 찾아보고 책도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뇌가 아이처럼 말랑할 수 있지?"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유연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청년 같은 순수한 시선이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같았습니다.


나이 40의 길목 앞에서 삶의 방향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때, 베르길리우스처럼 나의 길을 밝혀준 이어령 교수님, 부디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찬란한 모험의 길을 밝혀주시길….


2016년에 읽었던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추억을 남겨봅니다.


                     —————————



무더운 여름날 바닷가나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집에서 책을 펼쳐놓고 지의 최전선으로 피서를 떠나기로 했다.


디지로그의 창시자 이어령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유튜브로 가끔 챙겨보면서 창조적 사고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던 적이 많은데, 올여름은 직접 책으로 접해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얘기했던 것은 3d 프린터가 혁명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제 머지않아 집집마다 3 d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들어올 것이며, 이제 유통이라는 구조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우주에서도 3d 프린터를 통해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3 d 프린터로 건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주에서는 3 d 프린터를 활용한 초가집과 세계 가로등 거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시대가 변화하는 속도는 얼마나 빨라질 것인가?


지금 나는 스마트폰도 제대로 활용 못 하고 있는데, 80세의 노교수님은 참으로 생각하시는 게 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적인 것은 계속해서 사물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사고의 유연함 같은 발상의 전환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반도국인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누가 이기는 관계가 아니라, 가위바위보 처럼 모두가 이길 수 있는 관계를 한국이 만들어내자고 얘기한다.


그리고 요즘 포장마차에서  ‘닭 뒷다리 주세요.’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마트에서 포장된 닭 부위만 보기 때문에 닭다리를 네 개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닭의 생김새, 아날로그 결핍이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문제들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인터페이스의 시대. 즉 생명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다고한다.


그리고 인간은 핵으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의해 종말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하지만 메르스를 대처했던 우리의 자세는 너무도 체계적이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했다고 했다. 메르스가 터지기 전 에볼라 바이러스가 터졌을 때 우리는 충분히 이를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체계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인류는 3d 프린터를 통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휴~~


지의 최전선에선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이 교수는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니 하는 편협한 생각이 아니라, 나와 타자를 구별하고 그것이 침입했을 때 박멸하던가, 아니면 관용이라는 특별한 세포로 포섭하여 그와 공생하는 면역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 교수의 얘기는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자연스레 물고 지의 최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알기 쉽게 이어진다.


서양의 '이거냐? 저거냐?'인 데카르트적인 사고방식에서 동양의 '이거나! 저거나!'적인 사고방식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특허법에 관하여 얘기했다.

애플과 삼성의 천문학적인 소송을 통해, 비기능적 감성적 가치까지도 저작권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러움'이라는 것도 하나의 가치가 된 것이다.

우리는 성능 뿐 아니라 인문학적 접근을 통한 새로운 감성적인 가치까지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된다고했다.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혁명이 일어나야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외친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책을 덮으며, 뇌를 꺼내서 깨끗하고 시원한 냇가에 씻어낸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무덤(tomb)이 곧 자궁(womb)이라고 했다.


위기가 기회이고, 우울한 기분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면 그 바닥을 딛고 다시 튕겨져 올라올 수 있다.


지금! 다시 시작하자!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을 읽고

201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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