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카페 일을 하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손님들로 가게가 붐비던 때였습니다. 평소처럼 바쁘게 주문을 받고 있던 중 한 손님이 다가와 “오늘은 기분이 별로예요. 커피로 위로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표정이 진지해 보였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 손님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고, 라떼 위에 작은 하트를 정성스럽게 그려드렸습니다. 손님은 커피를 받아 들고 미소를 지으며 “이거면 충분해요.”라고 말하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나갔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커피 한 잔이 누군가의 하루에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또 다른 기억은 한국과 문화 차이에서 생겼습니다. 한 손님이 “라떼 주세요.”라고 주문해 저는 에스프레소 라떼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이거 말고 그냥 따뜻한 우유를 원했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현지에서는 라떼라는 단어만 쓰면 ‘우유’로 통하기도 했던 겁니다. 결국 다시 만들어드리면서 서로 웃었지만, 이 작은 사건 덕분에 해외에서는 메뉴 이름 하나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 한 번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찾아와 플랫 화이트를 주문하던 손님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분이 늦게 와서 “오늘은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서 늦었어요.”라고 말하며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 잘 버티시길 바랄게요.”라고 답했고, 그분은 놀란 듯 웃으면서 “여기 와서 커피를 마시면 항상 힘이 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카페가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따뜻함을 더하는 공간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 카페에서 겪은 이런 일화들은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커피는 결국 기술보다 마음이 담길 때 더 깊은 가치를 가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