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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브루 추출 방식 차이

by 커피바라

콜드브루를 처음 배울 때 가장 신기했던 건, 같은 원두를 쓰더라도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뜨거운 물로 빠르게 추출하는 드립과 달리, 콜드브루는 시간이 길고 방식이 다양해서 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침출식입니다. 굵게 분쇄한 원두를 찬물에 담가 12시간 이상 우려내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추출이 부드럽고 단맛이 잘 살아납니다. 대신 산미는 다소 약하고, 원두의 뉘앙스가 둥글게 표현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 콜드브루를 접했을 때 마셨던 것도 이 방식이었는데, 묵직하면서도 자극이 적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은 드립식, 흔히 더치 커피라고 불리는 방식입니다.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서서히 원두를 통과시키는 방법입니다. 추출 시간이 길지만 물줄기의 속도와 균형을 맞춰야 하므로 다루기 까다롭습니다. 이렇게 내린 콜드브루는 침출식보다 향이 선명하고, 원두의 개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 원두를 드립식으로 추출했을 때는 꽃향과 과일향이 살아나 훨씬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페셜티 카페에서 사용하는 고압 추출식도 있습니다. 찬물 대신 압력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추출하는 방식인데, 맛이 비교적 깔끔하면서도 빠르게 준비할 수 있어 매장에서 효율적입니다. 다만 긴 시간 우려내는 깊은 맛보다는 깔끔함에 집중된 결과물이 나옵니다.


콜드브루는 결국 ‘시간과 방식의 예술’이었습니다. 침출식은 부드럽고 편안한 맛, 드립식은 개성이 선명한 맛, 고압식은 효율적인 깔끔함. 같은 원두도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차이를 알게 된 뒤로는 손님이 원하는 취향에 맞춰 방식까지 제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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