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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Jun 14. 2017

자동차 이미지의 세계

아래 글은 2017년 6월 3일 SK엔카 매거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자동차는 고가인 동시에 감성적 만족도가 매우 영향력이 큰 상품입니다. 때문에 자동차 디자인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이 디자인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는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실제 차량보다는 카탈로그, 광고, 홈페이지, 온라인 등을 통해 "이미지"로 디자인을 먼저 접하게 됩니다. 자동차 이미지는 우리가 소개팅 전에 사진을 보고 첫 인상을 판단하는 것처럼 소비자의 최초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이미지 촬영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디스플레이 발달에 따른 자동차 이미지의 변화

이미지 촬영에 있어서 기본적인 구도는 과거와 지금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정 정면, 정 측면, 정 후면을 기본으로 해당 차량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얼짱 각도를 찾아내는 것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색감에 있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사진기도 디지털로 발전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접하는 매체의 색깔이 점점 더 컬러풀해지고, 정밀한 색상 표현이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먼 과거에는 주요 매체가 종이, 옥외광고 등 인쇄물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디스플레이가 가장 핵심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 10년 간 눈 부시게 발전해서 과거의 브라운관 TV가 표현할 수 있는 색과 현재 최신의 (S)UHD TV가 표현할 수 있는 색은 차원이 다릅니다. 또한 PC/노트북과 스마트폰/태블릿 역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한 차원 더 진일보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합니다. 때문에 자동차 이미지 역시도 과거에 비해 더 풍부하고 다양한 색감 처리가 필요해졌습니다.


 자동차 이미지 촬영에서의 주요 문제


자동차 이미지 촬영에서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자동차의 색깔이 굉장히 복잡 미묘하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도장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색깔이 더욱 정교해지고 색상도 다양해졌습니다. 요즘에는 블랙이라도 다 같은 색이 아닌 제조사마다, 차종마다 미묘하게 다르며, 여러 층의 빛이 감돕니다. 때문에 자동차의 색은 자연광과 인공광 하에서 다르게 보이므로 어떤 상황에서의 색을 기준으로 표현하느냐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한 자동차 디자인 자체도 2000년 대 들어서 복잡한 형태감이 강화되면서 이미지에 담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미디어나 일반 소비자들이 찍는 사진일 경우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판매를 책임지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공식 카탈로그의 차량 색상과 실제 색상의 차이가 크다면 소송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한 문제입니다.


 또한 실무적인 측면에서 촬영의 보안 역시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자동차는 출시 전 디자인 보안이 상당히 엄격한 편입니다. 때문에 카탈로그 촬영을 위해 제조사는 위장막(Camouflage)를 씌운채로 차량을 이동시켜 스튜디오 내부에서만 보안 속에서 위장막을 해제하는 방법을 씁니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 촬영입니다. 배경이 없는 Cut을 찍을 때는 이 방법으로 충분하지만 실제 배경과 어우러지는 Cut들은 보안 문제를 극복하고 촬영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비용 역시도 문제입니다. 자동차를 운반하는 것은 다른 상품에 비해 매우 비용이 많이 듭니다. 특히나 해외 로케이션을 위해 급박하게 운송한다면 운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통상적인 자동차 이미지 촬영 방법

  자동차 카탈로그 촬영에는 많은 차량이 소요됩니다. 익스테리어 촬영용 차량은 물론 인테리어 촬영을 위해서는 절개차가 다수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과거에 비해 자동차가 점점 더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다보니, 촬영에 과거 보다 훨씬 더 많은 차량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을 위해 많은 차량을 수급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차 카탈로그는 당연히 출시 전에 미리 촬영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는 차량이 정식 양산이 되지 않고, 보안이 엄격하기 때문에 촬영용 차량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통상 자동차 회사들은 1~2 가지 색상의 차량으로 익스테리어를 촬영하고 디지털로 처리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해왔습니다. 즉 우리가 카탈로그에서 보는 대부분의 다양한 색상의 차량들은 실제로는 다른 색의 차량을 촬영한 경우가 많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칼라 작업을 위한 촬영 차량은 은색의 차량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은색의 경우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까지 디지털로 보정했을 때 색감, 형태, 빛 등의 다양한 요소를 실제와 비슷하게 작업하기에 가장 무난한 색이라고 합니다. 

 외부 촬영이 제한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합성을 사용했습니다. 외부 배경만 별도로 촬영하거나 라이센스가 있는 이미지를 구입해 거기다가 촬영한 차량을 합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합성은 아무래도 다소 어색한 느낌이 남게됩니다. 

때문에 차량의 노출을 감안하고 그냥 외부에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출시 직전 공개되는 스파이 샷들은 (해외) 광고 촬영 현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와 광고 대행사에서는 보안을 위해 최대한 주변을 통제하지만 스튜디오처럼 엄격하게 보안을 유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외부에 스파이샷이 유출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 국산 차량의 경우 해외에서는 광고 촬영을 해도 큰 관심을 받지 않았고, 지금처럼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해외 로케이션을 활용했지만 현재는 해외에서 촬영해도 여지없이 스파이샷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출시 직전이고 납기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보안 리스크를 감수하고 촬영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이미지 촬영의 새로운 세계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Felix Hernandez라고 하는 작가는 정교한 미니어처를 통해 비용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는 CG가 발달하기 전에 과거 헐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쓰이던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우디 R8과 Q3를 작업하면서 그는 스튜디오 내부에서 자연 세계를 재현하고 이를 촬영해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CG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3D 랜더링 기술은 더 광범위하고 손 쉬운 해결책입니다. 3D 랜더링은 말그대로 디지털 상에서 CG로 차량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한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자동차 회사들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360 VR입니다. 과거에는 360 VR 이미지가 실제와는 다소 괴리되어 어색한 느낌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거의 실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기술 수준이 올라왔습니다. 360 VR은 한번 만들어 두면 다양한 색상 표현은 물론이고 심지어 부품 별로 수정을 해 트림별로 디자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바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디지털에서 볼 수 있는 컨텐츠들이 실사가 아닌 이러한 3D 랜더링을 활용한 대표적인 작업물들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미지 뿐만 아니라 영상 소스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3D 랜더링 차량은 디지털 세계에서 주행도 가능합니다. 이를 역시 3D 랜더링된 배경과 같이 적용하면 직접 촬영없이도 리얼한 영상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배경이나 차량의 주행이 어색한 게임화면 같았지만 최근에는 실제와 구별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계속 발전해 처음부터 스튜디오에서 3D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실제 Motion 기반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 더욱 정교하고 실제처럼 다이나믹한 느낌으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이미지의 미래

 자동차 이미지 역시 우리가 접하는 매체의 변화에 따라 같이 변화하고 발전해왔습니다. 주류가 되는 매체를 얼마나 잘 활용해 소비자들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지가 자동차 이미지 촬영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에 자동차 이미지 촬영의 미래 역시 우리가 사용하는 매체의 변화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SNS 컨텐츠의 경우 지금도 영상이 아니면 조회수도 적고 공유도 잘 되지 않습니다. 또한 모바일의 핵심은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반응성"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감안해보면 앞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더 많은 영상을 생산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영상을 통해 차량의 장점을 실제와 같은 느낌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속 고민할 것입니다. 또한 실시간으로 트림에 따른 익스테리어/인테리어의 변화, 주행 성능의 변화 등을 전달할 필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저렴한 비용과 빠른 작업 속도로 다양한 컨텐츠 생산이 가능한 3D 랜더링 기술이 답이 될 수있습니다. 3D 랜더링을 활용한 기술 소개, 극단적인 상황, 시뮬레이션 등 실제로 연출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반응형 영상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VR 역시 주목해볼만 합니다. VR은 어느새 조금 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삼성,LG 등은 이미 360 카메라, VR 기기를 출시했으며 페이스북에서는 360 VR 이미지와 영상 업로드가 가능합니다. 또한 홍대와 강남을 중심으로 VR 방이 생기는 등 점차 VR 컨텐츠에 대한 대중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VR 컨텐츠의 핵심은 감각의 확대, 현실적인 느낌 등 현실을 얼마나 가상 세계로 가져올 수 있느냐입니다. 앞으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직접 시승을 하지 않아도 실제 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VR 컨텐츠들이 새롭게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자동차 영업소에 VR 운전 기기가 설치되어있어 현장에 보유하지 않은 차량의 경우에는 시승을 VR 운전 기기로나마 체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자동차 회사들은 점점 더 디지털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모바일 영상 소비에 익숙한 지금의 10대가 자동차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는 10년쯤 후에는 지금의 종이 매체는 사라지고 모바일 기반의 인터렉티브 매체만 살아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자동차 카탈로그 역시 실제와 같이 움직이고, 반응하는 멀티미디어 형태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경우에는 CG에 기반한 기술들만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자동차 회사들이 공식 카탈로그를 위해 실차를 촬영하는 것은 역사 속의 일로만 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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