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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Aug 07. 2016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유럽 자동차 생활

  유럽은 자동차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유럽은 최초의 자동차가 만들어진 곳으로서,
지금까지도 자동차 유행을 선도하는 글로벌 업체들의 본산입니다. 유럽 중 스페인, 프랑스, 독일을 여행하면서 느낀 그들의 자동차 생활에 대한 글입니다.

여행 코스


스페인: 마드리드,세비야,론다,그라나다,말라가,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옹플레흐,몽쉥미셸,스트라스부르,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자동차 환경


  제가 주로 다닌 곳은 아무래도 관광지이고 유럽의 관광지들의 많은 곳이 舊 도심이다 보니 오래전에 만들어진 골목길들이 참 많았습니다. 덕분에 구석 구석 아름다운 골목길을 원없이 걸어다닐 수 있었습니다. 다만 과거에 만들어진 길이다 보니 다소 비좁았습니다. 과거에는 마차가 지나다녔을 이 골목들에는 이제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굉장히 좁아 일방통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구글 맵에서는 꽤 넓게 표시된 도로도 막상 길 찾으며 가보면 간신히 양방통행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골목길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도심 속 주차 공간은 정말 부족했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시골인 곳에 가면 그래도 널찍한 주차공간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하지만 도심에는 역시나 골목이 많아서 골목, 골목에 비집고 올라가거나 딱 붙여서 주차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바싹 대는 편이지만 유럽은 환경 덕분에 어쩔 수 없는지 다소 극단적으로 인도 쪽으로 바싹 붙이는 편이었습니다. 일렬 주차의 경우에는 앞뒤 간격도 매우 좁게 붙이는 편이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편하게 주차/출차가 가능한 스마트나 르노 트위지 같은 차가 유럽에서 등장하게 된 배경이 이해가 갔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도로들은 넓지는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도로가 왕복 4차선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4차선 정도면 Gran Via 라고 불리더군요. 이는 아마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도로들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리의 경우 1860년대에 만들어진 도로가 여전히 사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외곽의 고속도로의 경우 좀 더 넓지만, 그래도 여전히 6차선 이상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로터리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는 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예전 구도심의 상징물들 (분수, 조각) 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기한 건 교통 정체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출근 시간대부터 저녁 늦게 까지 구석 구석 도심을 돌아다녔지만 정체 현상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처럼도심이 거대하지 않고한 도시에 너무 많이 수요가 몰리지 않아서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론해봅니다.



자동차 문화


 도심이 차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기본적으로 보행자 지향적이었으며, 운전자들 역시 보행자를 우선시 하는 문화가 자리잡아 보였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보행자들이 신호등을 잘 안 지킨다는 점이었습니다. 차가 안 오면 빨간불에도 그냥 건너는 게 예사였습니다. 어렸을 때 분명 선진국은 파란불에만 건너고 다 손들고 건넌다고 배웠는데 아무래도 그건 그냥 교육용 멘트였나봅니다. 단 무단횡단도 차가 안 올 때 횡단 보도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차량도 보행자 횡단 시에는 위협적으로 빵빵거리기보다는 기다려주는 편이었습니다. 차량 운전자도 신호등 앞에 정지선을 잘 지키는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에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정지선 지키는 문화 형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최근에는 잘 지키는 편이지만, 유럽은 특히나 잘 지키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체 상황이든 아니든 급하게 꼬리 물기보다는 정지선을 일단 준수하는 편이었습니다. 이런 보행자 중심의 자동차 환경, 문화 덕분에 유로 NCAP에서 차량 충돌 안전 평가에서 충돌 시 보행자 보호 항목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유로엔캡, '보행자 안전성' 가장 우수한 차 TOP5, 어느 차가 더 안전할까?"


 또한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매우 실용적이었습니다. 차를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우리 나라 사람과 달리 그냥 소비재로 여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차량의 긁힘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도심부는 공간이 좁아 주차가 매우 힘든 환경이다 보니 주차/출차 시 휠이나 범퍼가 긁히는 일이 매우 흔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긁히는 정도의 손상에는 상당히 쿨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다르게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를 보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또한 자동차에 사치재적인 성격의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선호하는 차량도 우리나라가 세단 혹은 큰 차를 선호하는 것과 달리 유럽은 1)주행 환경 자체도 세단/큰 차에 불리하고 2)일상 도심 생활 반경이 비교적 작은 데다가 3)트램,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에 차는 정말 필요와 목적에 따라 사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뿐 아니라 짐도 많이 실을 수 있는 해치백, 웨건, 밴등의 수요가 많아서 실제로 도로에서 세단보다 이런 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택시도 세단 형태도 있지만, 웨건 형태가 한국에 비해 꽤나 흔했습니다.

 1990년대생으로 보이는 올드카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치아, 스코다 등의 저가 브랜드가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이러한 저가 브랜드들은 내장재 수준이 상당히 낮은데 전혀 불만이 없어보였습니다. 저렴한 차에는 그만큼 기대치가 낮고 철저하게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재미있는게 이러한 저가차를 탄다고 엠블렘 튜닝을 하는 경우도 못 봤습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운전 문화가 매우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듣던데로 한적한 외곽 고속도로에서도 1차로는 철저하게 추월 차선이었습니다. 신호도 사람이 있던 없던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럽의 시간이 부러웠던 시간


 전반적으로 이들의 자동차 환경, 문화를 바라보면서 부러웠던 것은 이들 주변엔 자동차가 100년 이상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자동차와 함께한 만큼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를 더 성숙하고, 실용적이고, 인간 중심적으로  급하지 않게 찬찬히 만들어 나갔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일상생활에서의 자동차는 그냥 자동차로 보는 게, 사람 위에 차가 오지 않는 게 당연한 문화가 잘 갖춰진 것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저부터가 차를 살려고 고려할 때 무리를 해서라도, 남의 눈을 의식해 선택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얘네도 모나코 같은 데 가면 과시용 벤틀리, 애스턴마틴 등 어마어마하긴 합니다. 하지만 즐길 거리로서 차는 모터 스포츠로, 과시로서의 차는 럭셔리 세그먼트로, 일상에서의 차는 목적에 맞게 세그먼트와 브랜드 모두 다변화된 것을 보면서 자동차 시장 자체가 성숙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문화란 환경, 시간,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그들의 다소 불편한 구도심에 비해 더 훌륭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우리에게는 단지 시간이 없었을 뿐인지 모릅니다.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규제와 소비자 목소리가 충분한 시간을 만나면 우리도 우리만의 뿌듯할만한 뭔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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