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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Oct 17. 2018

현대차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 못하는 이유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냐, 생존권 사수냐.

i30 N은 안되고 벨로스터 N은 되는 이유?


i30 N은 9월까지 약 6천 대가 출하되었습니다.


현대차가 발표한 첫 번째 N 프로젝트인 i30 N은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두 번째 프로젝트인 벨로스터 N이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 결정에는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생산 공장"에 따른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체코 공장


 i30 N은 유럽의 체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벨로스터는 한국의 울산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에 따르면 해외 생산 차종 및 부품의 국내 수입은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현대차 단체협약 제42조의 존재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 및 부품(엔진, 변속기, 시트, 소재 등)은 해외 현지 공장에서 수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하되 국내 공장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를 통해 심의, 의결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i30는 국내 울산 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는 차량이므로 체코 생산 분을 국내에 수입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벨로스터 N 역시 국내에서 판매가 호조 중으로 8,9월 2달 간 704대가 판매되었습니다.


 물론 i30 N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유럽에 수출하면 이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i30 N은 애초에 유럽 전략 차종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차량입니다. 이러한 차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할 경우 유럽 현지 생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공급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에 집중하는 데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반면 벨로스터의 경우 유럽보다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차량이고 벨로스터의 생산 공장은 애초부터 국내 울산 공장 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판매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왜 이런 규정이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그렇다면 이러한 해외 생산 차량의 국내 수입을 제한하는 조항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이를 단순히 노조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노동 조합은 생존과 더 나은 권리 확보를 위해서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관련 내용이 언급되어있는 현대차 단체협약 제42조의 전문을 읽어보면, 종업원들의 고용보장과 임금 및 통상적 노동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사측의 해외 공장 생산을 견제하고 조합과 공동 결정 없이 일방적인 정리해고,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을 것을 명문화한 의도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이는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현대차가 해외 공장 생산 물량을 자유롭게 수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생산량을 대폭 해외 공장에 배정하고 국내 공장 생산 물량을 줄여 노동조합의 협상력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즉 이러한 조항은 노동조합 입장에서 고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으로 보면 "생존권"과 연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이슈입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이 전후방 산업에의 영향력이 매우 큰 산업임을 감안하면 이를 단순히 노동조합만을 위한 조항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은 직간접 고용 효과가 큰 산업으로 자동차 생산량은 지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GM의 군산 공장 폐쇄로 인해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GM의 군산 공장보다 규모가 더욱 큰 국내 최대 규모의 울산 공장이 생산 물량이 대폭 줄어들어 흔들린다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차세대 차종(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의 생산을 국내 공장으로 배치하는 것을 최우선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나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생산 물량이 줄어 공장 폐쇄가 불가피할 시 해외 공장의 우선 폐쇄를 원칙으로 하는 조항들은 일정 부분 국익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유연한 대응을 기대하면 안될까?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현대차, 기아차의 해외 전략 차종인 i30 N이나 (프로)씨드를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합니다. 이런 차량들을 국내 판매만을 위해 국내에서 생산하기에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클 것임은 과거 사례들을 고려해봤을 때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합니다.

기승전 프로씨드 타령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제한된 물량만이라도 국내 수입을 허가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50대 만이라도 해외 생산 차량을 수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국내에서도 i30 N이나 (프로)씨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국내의 자동차 도로와 자동차 문화가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이러한 양보와 동시에 노동조합에서도 꾸준히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더 많은 국민들이 현대차 노동조합을 지지해 노조의 생존권 확보에도 더 도움이 되지않을까요?

[참고]
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 단체협약 (2016.07)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박태주 저)

[사진]
현대차, 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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