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레시피 Aug 11. 2016

자동차는 왜 온라인으로 안 팔까?

재규어/티몬 사태로 본 자동차 온라인 판매 가능성

  우리는 세상 온갖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아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계약, 판매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물론 자동차가 고가의 물건이라 온라인으로 덜컥 사기에는 꺼려지는 사람들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온라인으로 사면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을 텐데 이런 온라인 판매가 아예 없다는 건 언뜻 이해가 안 되지 않으신가요?

  1. 티몬, 재규어 XE를 700만원 할인해 완판하다.


 얼마 전인 8월 8일 이와 관련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티몬에 재규어 XE가 무려 700만 원이나 할인되어 올라온 것이죠!  이 아마도 한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였을(?) 할인 판매 시도는 성공적이어서 20대 한정으로 올라온 물량이 3시간 만에 완판되었습니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온라인 판매 시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와 동시에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멘붕에 빠졌습니다. 이는 수입사인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와 협의 없이 진행된 건으로 만약 이를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가 직접 진행했다면 딜러사들의 이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소송을 당할 우려까지 있는 큰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측은 즉시 이에 대해 티몬에 항의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티몬 측은 10일 공식 딜러사를 통해 공급받은 차량이라고 반박하며 딜러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사실 SK엔카가 중간에 끼여있었습니다. SK 엔카가 차량 공급을 담당하고 차량 구매자에게서 발생하는 중고차 소요를 제공받는 대가의 거래였습니다. 쟁점은 SK엔카가 차량 공급을 위해 재규어 딜러사인 아주 네트웍스와 협의를 할 때 "온라인 재판매"임을 밝혔는지입니다. SK엔카는 분명 언급했다고, 아주 네트웍스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재규어는 티몬 측을 상거래에 무단 로고 도용, 브랜드 가치 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할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티몬 측은 어떻게든 구매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해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며 차량 공급 담당인 SK 엔카에 최종 책임이 있으므로 SK 엔카에 손해 배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티몬이 건드린 것은 자동차 유통 구조의 역린


사실 이번 일은 어떻게 보면 오랜 시간 지속해온 기존 자동차 유통 구조 체제에 티몬과 SK엔카가 도전을 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유통 구조의 역린을 건드렸다고나 할까요.


 자동차 유통구조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해왔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판매 거점의 숫자와 판매 직원의 네트워크가 곧 판매량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은 크게 직영점과 대리점(딜러십)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동안 자동차 업체가 직접 온라인에서 자동차를 판매하기에는 이 두 가지 체제 모두 제한점이 있었습니다.


사진: 한성자동차

  대리점 형태는 보통 수입차 업체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복수의 대리점(딜러사)들이 브랜드로부터 특정 지역에 대한 판매 권리를 보장받고 차량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와 쉐보레, 쌍용차가 이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은 브랜드를 대신해 각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리스크를 지며, 판매를 많이 해야지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브랜드는 대리점에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각 대리점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유통망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진: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쳐

 직영점은 말 그대로 브랜드에서 직접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직영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 브랜드의 소속 직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차가 이 방식과 대리점 방식을 혼용 채택하고 있습니다.

 직영점 판매사원들은 브랜드로부터 일정한 금액의 월급을 보장받는 대신 차량 판매 1대당 인센티브가 작은 편입니다. 또한 본사로부터 직접적으로 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차량 판매 대수에 민감한 편입니다.

[이슈1]
온라인의 기존 판매 영역 침범
사진: 폭스바겐 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결국 대리점과 직영점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본인들의 권역이 있습니다. 이 권역을 침해받는 것에 대해 대리점과 직영점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브랜드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각 대리점의 수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문제는 온라인이 누구의 영역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브랜드가 직접 온라인에서 판매를 할 경우 결국은 대리점 or 직영점의 판매 대수를 가져가는 것이므로 판매 거점의 반발은 필수적입니다. 또한 이번 티몬 건과 유사하게 각 대리점 or 직영점이 자체 온라인 판매에 나서게 되면 전체적인 가격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결국 판매 체계의 전체 이익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때문에 2000년대 초반 한창 온라인 카페를 통한 쪽지 영업들도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슈2]
온-오프라인 가격 경쟁력 격차
사진: 넥센


 또한 온라인에서 판매를 할 때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오프라인 거점 유지에 드는 비용 없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을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대리점 / 직영점 판매 경쟁력에 치명적입니다.


자동차는 전자제품이나 기타 제조업과 달리 고가의 물건이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수백만 원 이상 저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오프라인에서 차를 보고, 실제 계약은 온라인에서 하는 비중이 다른 제품군에 비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판매는 필연적으로 기존 유통망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온라인 판매는 대리점 / 직영점 체제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를 대신해 오프라인 거점을 운영하는 리스크를 지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크게 반발할 것이며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리점 체제만 있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섣불리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가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째로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직영점의 경우에도 판매 사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노조는 매우 응집력이 강한 편으로 즉각 사 측에 조직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동안 자동차 브랜드들은 온라인을 통해 차량 판매를 "금기시"해왔고, 간혹 TV 홈쇼핑 정도만 홍보 차원에서 딜러들과 협의하에 제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니면 리스 업체에서 진행)

  이번 티몬 건에 대해서도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측은 매우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몬과 SK 엔카의 이번 시도로 인해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라는 점이 새삼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3. 그럼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는 불가능한것인가?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온라인 판매도 언젠가는 반드시 닥쳐올 흐름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둑이 터지지 않았을 뿐 둑이 한번 터지게 되면 금방 변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일부에서 언급한 온라인 판매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거나 사후 관리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국 지금 체제에서 온라인 판매가 안되고 있는 이유는 기존 유통망의 반발 때문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애초에 기존 유통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신규 플레이어가 온라인을 통한 가격 파괴와 채널 관리의 효율을 실현하면 어떨까요?


4. 테슬라가 그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


  재규어/티몬 얘기하다가 급 넘어와서 조금 엉뚱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테슬라 한국 진출이 둑이 터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테슬라는 전시장도 있지만 온라인 주문도 받는 걸로 유명합니다. 테슬라는 초기부터 막대한 돈을 들여 딜러망을 구축하기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판매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썼습니다. (대신 충전망에 올인을..)


사진: Tesla


  테슬라가 한국에 진출할 때 마찬가지로 아예 처음부터 오프라인 매장은 직영으로 소수만 운영하고, 매장을 판매 목적이 아닌 전시+체험 위주로 운영하면서 주력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가지고 가면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테슬라는 이미 Fan 층을 확보했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 매장의 접근성이 높지 않아도 매장에 찾아올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테슬라의 Fan 층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익숙한 얼리어답터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기존 자동차 회사들처럼 판매 거점 확보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이유가 충분히 많은 것이죠. 때문에 테슬라가 온라인 판매로 시장의 법칙을 바꾸면 다른 업체들 역시 테슬라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칼을 꺼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현대자동차

 예를 들면 현대가 친환경 브랜드인 아이오닉만은 일반 직영/대리점에 공급을 안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이번에 얘기가 나온 하남 등 몇 개의 체험 존만 운영하며 판매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죠. 현대는 더군다나 영국에서 이미 http://www.rockar.com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 폭스바겐 이지라이드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했듯 중국의 디디 추싱은 이미 모바일 시승 요청과 온라인 할인 판매를 묶은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볼보와 벤츠도 온라인 판매 경험이 있구요.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후속 사례가 나오다 보면 기존 자동차 유통 구조도 오프라인 Only에서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재편되는 건 필연이라고 봅니다. 차를 쿠팡, 티몬, 11번가 등에서 사는 날이 오는 것이죠.
 이번 재규어-티몬 사건은 어쩌면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하나의 사건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