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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Aug 09. 2016

카카오택시+폭스바겐=이지라이드,시승 플랫폼을 제시하다

카카오 택시, 시승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와 가능성              

  최근 카카오 택시와 폭스바겐은 함께 손을 잡고 이지라이드라는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얘기해 카카오 택시를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 대신 폭스바겐 차량이 와서 "무료"로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때 탑승객이 원하면 동의서 작성하에 직접 운전도 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승 플랫폼을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할 때 이 제안을 받고 귀가 솔깃했습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꽤나 괜찮은 대안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택시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수익 창출에 대한 압박을 해결할 카드이기도 하고요.


사진: 카카오


1. 자동차 회사들은 시승이 고민이다.


  저는 주변 지인들이 차량 선택에 대해 고민할 때 항상 시승을 추천합니다. 언제나 직접 체험은 간접 체험을 넘어서기 때문에 시승기나 주변의 의견보다는 직접 시승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 년간은 소유해야 할 몇 천만 원짜리 물건을 사는 데 그 정도 노력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회사들도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시승에 대한 니즈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물건이 팔리기 위해서는 "인지가치> 지불가치"의 공식이 성립되어야 하는데, 과거에는 광고, PR 등 간접 경험이나 전시처럼 제한된 직접 경험으로도 인지 가치를 올릴 수 있었는데 소비자들이 매우 스마트해진 요즘에는 시승 같은 직접 경험의 중요성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현대기아차는 5-6년 전 차량들 대비 최근 신차들의 상품성이 비약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시승을 통해 부정적 인식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수입차 브랜드들은 접근도가 아직 높은 편이지만 상품성에 워낙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승을 통해 소비자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진: 현대자동차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시승 이벤트들을 진행하고있고, 메이저 기업들은 아예 상시 시승센터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시승을 위해 자동차 회사에서 지불하는 비용이 굉장히 높다는 점입니다. 우선 시승을 위해서는 시승차가 필요한데 아무리 사용 종료 후 중고로 되판다고 해도 발생하는 비용이 굉장히 큽니다. 또한 시승 센터 운영을 위한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용은 더욱 커집니다.

 그리고 시승 센터나 영업소 시승의 경우 아무래도 영업사원이 동승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한 마음으로 시승을 하기가 힘든 편입니다. 신규 고객 확보 측면에서 생각해봐도 영업소 자체 시승 센터야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고, 고객을 찾아가는 데는 적합한 플랫폼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2. 시승 플랫폼으로서 카카오 택시의 가능성


 현대차가 투싼 TL 런칭 당시 활용한 그린카 무료 시승 이벤트도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였습니다. 카카오 택시도 이런 점에서 매력적인 시승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는 사용자 상황은 100%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카카오 택시가 자동차 업계의 시승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죠.

  카카오 택시의 매력은 가입자만 850만 명에 이르고 실사용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실사용자 비중을 살펴보면 30대가 40%, 20대가 36%로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자동차 업계의 핵심 타겟이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남자는 사용자의 30% 이상을 차지합니다.  또한 카카오 블랙을 통해 구매력이 큰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사의 플래그십 차량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차종 마케팅에도 유용한 도구입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카카오 택시라는 대중화된 플랫폼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시승 고객을 찾아 나설 때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합니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 택시의 또 다른 장점은 카카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타겟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무작위라고는 하지만 출발지, 거리, 목적지 조건을 설정해놓고 이에 맞는 사람들만 태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너무 장거리 고객은 배제해 시승의 효율성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이, 성별 등 해당 차종에 적합한 고객 군에게 타겟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장점 때문에 카카오 택시의 시승 플랫폼은 의미 있는 시도로 다양한 업체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3. 예상치 못한 폭스바겐 디젤 사태


 하지만 시작부터 카카오 택시가 생각치 못한 불운이 터지게 됩니다. 카카오 택시의 첫 번째 파트너로 낙점한 폭스바겐이 디젤 스캔들 때문에 한국에서 인증 취소 처분을 받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야심 차게 준비한 이 프로젝트는 제대로 된 보도 자료 한번 못 내보고 시행됩니다. 이걸 준비하던 담당자들은 아마 멘붕이었을 겁니다. 거기다가 이 괜찮은 프로젝트는 폭스바겐이 인증 취소된 차량으로 홍보에 나선다고 몇몇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카카오 택시 입장에서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대대적으로 알려져야 쉽게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이 플랫폼을 팔 수 있을 텐데 파트너인 폭스바겐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일 것입니다.
 (다른 제조업체들은 카카오로부터 이 플랫폼 제안을 받고 일단 지켜보고 들어가겠다는 입장으로 들었습니다.)


그나마 실제 이 프로모션을 경험한 고객들의 반응이 폭스바겐에 대한 감정과는 별개로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이 위안이 될 겁니다.


4. 앞으로 우려되는 점


 제일 우려되는 것은 택시 업계의 반발입니다. 카카오 택시 자체는 택시 업계의 이권과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으나 무료 시승은 다릅니다. 택시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 시승이기 때문에 어쨌건 택시 기사가 돈 벌 기회를 가지고 가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택시 업계와의 마찰이 우려됩니다.
 당연히 카카오 측에서 서비스 런칭 전에 법무적인 검토를 마쳤을 테지만 택시 조합과의 마찰은 좋을 것이 없으므로 이 시승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카카오

 또한 직접적으로 시승을 원하는 상황이 아닌 예측 못한 상황에 기회를 제공받으므로 직접 운전보다는 그냥 택시처럼 동승하는 비율이 높을 걸로 예상됩니다. 그럴 경우 직접적인 시승은 아니라 동승이므로 몰입도가 제한되어 실 구매로 연결되기에는 제한점이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 체험 고객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짧은 거리의 고객들 위주로 이벤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짧은 거리의 시승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조금 더 데이터가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차량 운영에 들어가는 기름값, 드라이버 인건비에 카카오에 내는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가격 메리트가 의외로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카카오와의 콜라보라는 홍보 효과까지 계산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텐데 폭스바겐이 이미 1번 주자를 선점한 상황에서 이 홍보 효과의 매력도는 다소 떨어진 상황입니다. 카카오의 시승 플랫폼을 활용할 2번 주자가 누구냐와 이를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해 발전시킬지가 궁금해집니다.

 또한 보수적인 국산 자동차 업계 임원들을 설득하기에는 택시 어플이라는 점에서 힘들 수 있습니다.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어쨌건 윗선을 설득해야 하는데 상당히 보수적이고 Old 한 자동차 업계 특성상 임원들에게 카카오 택시라는 서비스를 설명(!)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신차가 택시 모델도 아닌데 왜 택시로 쓰냐는 질문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5. 시승 플랫폼의 진화는 어떤 모습?

  개인적으로는 카카오 택시가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나 첫 스타트가 깔끔하지는 못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 덕분에 1차 폭스바겐과의 콜라보가 끝나는 10월 이후로 다른 회사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폭스바겐이 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이 프로모션으로 생긴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카오 택시 측에서 다른 자동차 업체를 좀 더 용이하게 설득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 디디 추싱


  또한 카카오 택시가 어쨌건 택시 앱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면 아예 전용 시승 플랫폼을 별개로 만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우버로 유명한 디디 추싱에서는 Test Drive Service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디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시승 신청을 하면, 딜러가 아닌 가까운 곳에 있는 해당 차량의 오너가 와서 30분-1시간 정도 동승하며 차량 시승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디디는 이렇게 시승을 하면 차를 구매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디디가 시승 플랫폼으로서 뿐만 아니라 유통 플랫폼의 역할까지 하는 것이죠.


 카카오는 필요하다면 이를 충분히 벤치마킹해 한국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역량이 충분합니다. 담당자들 역시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해도가 높고요.


  분명한 건 점점 더 소비자들은 시승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있으며 자동차 회사들은 시승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이 고민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서비스들은 점점 더 진화해나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것의 시작이 카 쉐어링이든, 택시 형태이든 말이죠. 어떤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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