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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Aug 03. 2016

김영란법으로 자동차 PR 방식이 바뀔까?

지나친 접대를 받지도/하지도 말라는 것이지 않나..

1. 화제의 김영란 법, 왜 민감할까?


  김영란법이 화제였습니다. 김영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서 말 그대로 공직자 등이 부정 청탁을 받거나 1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식사, 선물, 경조사 비를 받는 것에는 예외를 두었는 데 이 예외 한도가 각각 3만 원, 5만 원, 10만 원입니다. 이 한도 내에서는 대가 없을 경우 받아도 되는 것이죠. 이 법안의 대상자에는 최초 공직자만 포함되었으나 수정을 거치면서 교직원, 언론인이 포함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디어들은 각종 기사를 통해 이 법안에 대한 우려를 다양한 형태의 기사로 내고 있습니다.



  농수축산물 업계의 타격 등 경제적 손실에 관련된 기사가 아닌 이러한 기사들이 우려하는 점의 핵심은 인맥을 쌓거나, 취재를 하는 데 제한 사항이 있는 점, 국가가 사적 영역에 개입해 처벌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법의 의도가 인맥 쌓거나 취재를 하는 데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 "대가성이 없다"라고 위장했지만 사실은 대가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나친 접대"를 하지도, 받지도 말자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얼핏 이런 일부 기사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기사를 보면서는 대체 식사를 왜 꼭 신라호텔 팔선에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계산은 어느 한쪽에서 (일반적으로 업체/을인 쪽에서) 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기사에서 이 법을 김영란법이라고 하지 말고 "부정 청탁 방지법"이라고 부르게 강제라도 해야 이런 뻔뻔한 기사들을 안 쓸까요? 그러던 중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나온 김영란법 관련 우려 기사입니다. 과연 정말 이 기사처럼 신차 출시 마케팅에 영향이 있을까요?



2. 자동차 업계의 PR 

본 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어느 업계든 마찬가지겠지만, 신차 출시에서 기자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TV 광고, 고객 프로모션을 통해서 이미지,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한다면 기자들이 참석하는 미디어 행사를 통해서 최초로 기술적인 부분, 제품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초기 평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출시 후 미디어 대상으로 신차 발표회와 시승회를 진행합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기자들은 자동차 회사의 디자인, 상품, 마케팅 PT를 듣고, 어떤 소비자보다 빨리 신차의 실물을 접하고 운전해봅니다. 이러한 미디어 대상 행사에서 나온 정보들은 초기 판매와 해당 차량의 평판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행사의 격을 높이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 장소가 고급 호텔에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이벤트에서는 본 행사와 더불어 식사와 소정의 선물이 제공되는 데 장소가 고급 호텔인 만큼 1인당 식대가 작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 이상이 됩니다. 또한 참가 기념품 역시도 통상 5만 원 수준을 제공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업계에서 10만 원에서 20만 원의 고가 선물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본 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또한 자동차 업체에서는 기자 시승회에 참석을 못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차량 체험 기회 제공을 위해 수시로 신차를 대여해줍니다. (수입차 업체는 통상 대규모 기자 시승회를 하지 않으므로 이런 차량 체험이 더 많습니다.) 기간은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1주일가량 대여를 해주는 데 당연히 대여 비용은 없으며 연료까지 2/3 이상 채워서 빌려줍니다. 이러한 차량 제공의 목적은 시승기 게재를 기대하거나, 기사를 위한 구체적인 차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 첫 번째이지만 기자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목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굳이 시승기를 쓰지 않아도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시승차 운영을 통해 기자들에게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또한 르포 형태의 기사를 통해 본인들의 해외 시설 (생산, 연구, 판매 등) 견학 및 홍보하기 위해 몇몇 매체들에게 해외 교통, 숙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가끔씩은 주객이 전도되어 르포 기사를 위한 현장 견학은 잠깐이고 좋은 호텔과 관광지에서 소위 접대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그렇듯이 기자들과 홍보 담당 직원들은 취재 및 친분을 목적으로 수시로 만나 식사, 술자리를 가집니다.


3.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사실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은 없다고 봅니다. 김영란법이 제품 발표회나 제품 체험 기회를 제한하는 법률이 아닌 "부정 청탁", "불필요한 접대"를 막기 위한 법률인만큼 이 법으로 인해 기존 PR 방식이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 법안에서도 '직무 관련 공식적 행사에서 통상적·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은 예외로 삼고 있습니다. 통상적, 일률적이 어느 정도 수준이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지만요.

  결국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존처럼 자동차 회사는 열심히 개발한 제품 PT 하고, 시승 기회 제공을 통해 본인들 제품의 장점을 열심히 홍보하면 됩니다. 통상적, 일률적의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기존처럼 호텔에서 비싼 식사 제공하는 대신 3만 원 이하의 식사를 제공하고, 참가 기념품도 5만 원 이하로 주면 기존 행사 방식에서 크게 변할 것은 없습니다.

  차량이 들어갈 거대한 홀과 시승 차량 대기를 위한 넓은 주차장을 동시에 보유한 곳이 대부분 호텔인 만큼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아예 점심 이후에 행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제공하면 될 일입니다.

(사실 이런 행사비의 대부분은 행사장 대관, 연출에 쓰이는 비용이므로 식대 절감한다고 마케팅 예산이 크게 절감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호텔은 식수가 줄어들면 대관료가 올라가서 전체 비용은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 우려하고 있는 시승 행사의 연료비 부분도 공식적 행사를 위함이므로 기존처럼 주최 측에서 부담하는 것이 법안 위배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시승차의 경우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가성 없이 빌려준 경우라면 기존에는 빌려줄 때 연료 꽉 채워서 주고 돌려받을 때 연료 안 채워 넣어도 됐다면 이제는 쓴 만큼 연료 채워서 돌려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시승기 게재 등 대가성을 가지고 빌려준 경우라면 각 주최 측에서 비용 처리를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빌려준 쪽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PR 기사라면 빌려준 쪽에서 기름값을 비용 처리하거나, 언론사 자체 기사라면 언론사에서 비용 처리하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봅니다.


본 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자료 사진입니다.


 해외 르포의 경우도 홍보 기사라는 용역 제공에 따른 비용 정산을 하면 될 일입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해외 취재 기회 제공이 다소 나이브하고 접대의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는 용역에 대한 비용 지급 개념의 비즈니스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해외 취재 기회가 하나의 특혜처럼 여겨져 친한 미디어들에게 주는 당근 성격의 혜택이었다면, 이제는 동행할 언론사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홍보 기사 용역 제공을 할 미디어를 경쟁 입찰하는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 법안이 왜 생겼는지 의도를 살펴보면 접대 행위라는 현상이 존재하는 것과 그것을 일순간에 금지하는 것은 무리라는 걸 인정하되, 지나친 접대로 인해 부정 척탁, 부적절한 카르텔 형성 등이 되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 적당한 선의 가이드로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을 국가에서 제시한 것이고요. 이 가이드 라인은 어디까지나 받을 때의 가이 드지 본인들이 비용 처리를 하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즉 내부 회식을 할 때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이 가이드라인이 적절한 게 맞는지, 너무 급속하게 고민 없이 정해진 것은 아닌지 등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 대한 아쉬움,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통한 가이드라인 제시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는 것은 몰라도 이 법안 때문에 업무가 안될 것처럼 얘기하거나 비아냥거리며 감정적으로 쓰는 기사들은 문제라고 봅니다. 또한 이 가이드라인의 적절성에 대해 대상자와 일반 국민이 느끼는 온도차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기사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일 수가 없어 보입니다. (최저 임금은 시간당 1만 원이 안되는데, 뭘 얼마나 접대 받길래 3만원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는지..)


  결국 언론도 이권 집단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사의 반발은 이해가 가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핑계를 대며 법안이 시행되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말하는 건 없어 보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링크한 기사들과 같은 생각을 정말 가지고 있는 언론인들은 일부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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