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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시피 Aug 18. 2016

Apple CarPlay, 애플의 빅픽쳐

애플의 자동차에의 야망은 이미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융복합 시대입니다. 제품과 제품의 경계가 무너지고 산업과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입니다. 자동차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의 자동차 시대는 기존의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아닌 IT/전자 업체가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LG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장 팀을 꾸려 자동차 업계에 진출하고 있고, 삼성은 최근 피아트의 부품 부문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다시 자동차 부품 분야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자 업체들이 자동차에 진입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자동차 시장의 구도


 기존 자동차 산업은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내연 기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엔진이 매우 복잡한 기계이다 보니 엔진 관련 고도의 기술, 노하우를 보유한 곳은 소수의 자동차 업체들뿐이었고 엔진 외에도 변속기, 서스펜션 등에서 역시 100~50년 전부터 차를 만들어 온 독일, 미국, 일본차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에 최첨단 전장 장비들 장착이 보편화되고 전기차가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면서 이런 상황들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에 전장 장비들이 대폭 추가되면 점점 컴퓨터의 제어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전자 업체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기 모터는 엔진에 비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업체들이 제작할 수 있어서 IT/전자 업체들이 직접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가 쉬워 있습니다. 


 즉 컴퓨터를 통한 제어(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IT/전자 업체들은 본인들의 장기인 소프트웨어 능력을 살리고 하드웨어들은 각각의 전문성을 지닌 Third Party들의 부품을 조합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겁니다. 이는 자동차의 개념이 기존의 Mobillty가 아닌, Driving Device로 개념이 변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구글카의 핵심은 소프트웨어입니다.



애플의 야망


 이러한 새로운 구도의 편성에 IT/전자 업계의 끝판왕인 애플이 빠질 리 없습니다. (요즘은 삼성이 더 쎈거 같기도...) 애플은 전 세계의 자동차 인력들을 수집하며 캘리포니아 본사 근처에 연구 시설을 건립하고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애플카"를 위한 프로젝트임은 애플 입으로 공식화되지 않았을 뿐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애플은 구글이 자율 주행차에 포커스를 맞추는 데 비해 우선 전기차를 2019년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사의 1차 목표는 다르지만 애플과 구글이 목표로 하는 스마트카의 핵심은 같습니다. 기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처럼 마력이 어떻고, 주행 가능 거리가 어떤지가 아닌 본인들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가 어떻게 Conectivity의 일부가 될 수 있느냐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앉아서 컴퓨터를 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동하면서도 세상에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 혁신이었다면 스마트카는 그 연결이 자동차를 통해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들과 연결되어 있다면 주행 관련 정보들의 공유가 원활해지면서 더욱 능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율 주행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자율 주행 기능이 발달할수록 앞으로는 자동차를 타면서 운전하는 것보다 이동하면서 어떤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느냐가 더 핵심입니다. 애플이 전기차를 우선 목표로 둔 것은 전기차가 전자 업체 입장에서 만들기도 쉽고, 전자 제어 기술을 적용하기 좀 더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의 경우 우선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쪽으로 바로 가는 쪽을 택한 것 같습니다. 즉 애플과 구글 모두 이러한 세상을 본인들 손으로 열고, 그 세상을 주도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빅 픽처의 시작, CarPlay

 애플이 그리고 있는 빅 픽처의 시작점은 바로 최근 국내 차량 중에는 스파크, 말리부, 쏘나타에 적용된 바 있는 "CarPlay"입니다. "CarPlay"는 우선 기존 자동차에 아이폰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CarPlay는 기존 자동차에 있는 내비게이션 화면 등의 디스플레이에 아이폰을 연동시켜 운전 중에도 안전하게 아이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입니다.


 CarPlay를 통해 아이폰을 차량에 연결하게 되면, 차량 디스플레이에 애플의 기본 앱인 전화, 음악, 지도, 메시지, 팟캐스트 등의 아이콘이 뜹니다. 운전 중에 위험하게 핸드폰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듯이 각종 기능들을 쓸 수 있습니다. 사용자 친화적인 UI를 만드는 데는 도가 튼 애플인 만큼 애플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을 유지하며 전화나 문자 기능을 운전 중에도 편리하게 쓸 수 있습니다. 또한 Siri를 통해 제어가 가능해 화면을 보지 않고도 다양한 동작들을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CarPlay를 통해 자동차에 첫 발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부족한 애플 맵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으로서도 CarPlay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CarPlay의 (현재 기준의) 한계점


 하지만 이러한 기능만으로 CarPlay가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전화나 음성인식은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시스템 하에서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UI가 아이폰의 그것에 비해 부족하고, Siri 만큼 똑똑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즉 CarPlay가 제공하는 아이폰과의 페어링은 완전히 새롭지는 않습니다.


거기다가 현재 CarPlay를 연결하면 애플의 기본 앱을 제외하면 쓸 수 있는 앱이 거의 없습니다.
기본 앱들의 성능만 하더라도 한국 기준 현재 CarPlay는 지도 면에서 오히려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CarPlay 연결을 하게 되면 기존 내비게이션이 아닌 애플 맵을 사용하게 됩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 애플 맵을 통한 내비게이션은 그다지 추천할만한 성능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냥 T-Map, 카카오 내비가 훨씬 낫죠. 음악의 경우 애플 뮤직이 꽤나 강력한 어플이지만,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결국 CarPlay가 진정으로 매력을 가지려면 아래 두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Third Party 앱들이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① CarPlay에도 확장 연결이 용이한 앱
② CarPlay에 연결했을 때 진정 매력적인 앱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Third Party 앱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카카오톡도 안됩니다.) 물론 아직 CarPlay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본격적으로 보급이 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애플은 CarPlay 용도로 다양한 앱들이 개발되는데 다소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국내의 여러 IT 공룡들도 관심을 가지고 CarPlay 용 앱 개발 관련 논의를 애플과 진행 중이지만 애플에서는 본인들의 기본 앱과 기능이 겹치는 앱(지도, 음악, 메신저 등)에 대해서는 특히 소극적인 태도로 CarPlay 플랫폼을 오픈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폰 유저가 드라이빙할 때 주의를 빼앗으면 안 된다고 안전을 이유로 앱 심사에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건 미국의 관련 법과 정서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은?


아이폰 유저들보다 더 숫자가 많은 안드로이드 쪽의 움직임은 어떨까요? 구글에서도 애플의 CarPlay와 비슷한 개념의 솔루션이 있습니다. 바로 "Android Auto"입니다. 또한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에서 제정한 국제 표준인 "미러링크" 기능을 통해서 비슷하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둘 다 애플 CarPlay처럼 지원 앱이 적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정식 지원하는 차량은 없습니다. 개발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고 미국 판매 중인 차량들에는 적용되어있는데 국내에 적용을 하지 않은 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애플 CarPlay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적용 차량이 확대될 것은 자명합니다. 또한 일부 소문에 의하면 이미 최신의 국내 차량들 내비게이션 시스템에는 Anroid Auto가 봉인(?) 되어 있다고 합니다. 허가만 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바로 해당 기능 제공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커넥티비티의 시대

 

애플 CarPlay든, 구글의 Android Auto든 모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자의 포석입니다. 그 포석은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Driving Device로 진화시키는 큰 그림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 시장을 애플, 구글, 테슬라 혹은 또 다른 회사가 주도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선 앞으로 다가올 혁신을 충분히 상상하고 기대할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하드웨어적인 측면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운영체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그런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애플, 구글뿐 아니라 국내의 삼성, LG 전자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자동차 진영인 BMW, 벤츠, 토요타, 현대차 등도 이 시대를 자신이 주도하려는 나름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각 업체들이 물밑에서 어떤 기술에 투자하고, 어떤 행보들로 미래를 대비하는 포석을 놓고 있는지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에서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커넥티비티 시대가 왔을 때, 우리는 지금을 불편했던 시대로 기억할까요 아니면 그래도 낭만적이었던 시대로 기억할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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