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 Nas X - Old Town Road
오늘도 제대로 한 게 없었다는 자괴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 하루 종일 들어댄 이 노래에 대해서라도 뭔가 적어둘까 싶어 컴퓨터를 켰다. 릴 나스 엑스라는 신인 래퍼의 곡이다. 한마디로 단순하고 근사한 트랩송이자 후크송이다. 불과 최근 두세 달 동안 동영상 공유 서비스 틱톡의 배경음악으로 크게 히트했고, 그 여파로 얼마 전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10대와 20대에게 인기 짱인 틱톡을 통해 떴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캐치하고 컨셉추얼한 곡이라는 얘길 텐데, 그 중심에는 컨트리라는 장르가 있다. 이 곡이 ‘컨트리 트랩’으로 불리는 이유다.
어찌 보면 별로 뜯어볼 것 없는 2분짜리 트랩송일 수도 있지만, 노래의 탄생과 전파 과정을 둘러싼 재밌는 구석이 두 군데 정도는 있어 보인다. 비트를 만든 네덜란드 프로듀서 영키오(YoungKio)는 애초에 컨트리 음악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고 한다. 그저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었고, 우연히 나인 인치 네일스의 ‘34 Ghosts IV’라는 곡을 발견해 샘플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음원을 자르거나 비트는 방식으로는 원곡의 매력을 살리지 못할 것 같아 그냥 템포를 올리고 트랩 사운드를 가미하는 정도로 작업했고, 그렇게 만든 비트는 다른 음원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인들 간에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스토어에 올라갔다. 그 트랙을 누가 구매했는지는 영키오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12월, 누군가 인스타그램에 영키오의 이름을 태그했고, 자신의 비트에 구수한 컨트리풍으로 랩과 보컬을 얹어 만든 영상을 본 그는 릴 나스 엑스에게 바로 DM을 보냈다. “네가 내 비트로 만든 노래 너무 맘에 드는데, 내가 프로모션을 도와줄 테니 내 이름만 크레딧에 넣어줄래?”
또 하나 재밌는 건, 이 곡은 빌보드 ‘핫 알앤비 힙합’ 차트뿐 아니라 ‘핫 컨트리’ 차트에도 상위권에 올랐는데 최근 컨트리 차트에서 갑자기 배제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빌보드 측은 이 곡에 컨트리적인 요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차트에서 제외시켰다고 답했지만, 평단이나 팬들의 반응은 컨트리 곡으로도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게 지배적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버스를 제외한 인트로나 코러스 부분은 엄연히 컨트리 송이고, 보컬도 컨트리 창법인 데다, 스토리(메시지) 또한 컨트리 장르의 관습에 기대고 있다. 단지 전통적인 컨트리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걸 장르상으로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흥미로운 건, 이러한 장르 논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젊은 음악인들이 주류 음악계에 얼마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는지 말해준다는 점이다. 둘은 앞으로도 새로운 컨트리 트랩 곡들을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고 하니, 살짝 기대를 해본다. 참, 둘 다 현재 열아홉 살이고, 이 곡이 뜨기 전까진 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