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O 간판이 내걸린 상수동 사거리의 그 건물을 지날 때마다 늘 궁금했다. 내가 아는 일본의 그 위생도기 브랜드가 맞는지. 한때 ‘로얄 토토’로 국내에 알려졌던 그 토토가 맞는지. 그러다 마침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이 책의 한 챕터가 통째로 토토 변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핑계 삼아 그곳을 방문해보았다. 토토 코리아는 연매출 5조 원의 세계적인 일본 회사 토토의 한국 지사다. 내가 찾은 쇼룸은 강변북로 옆에 위치한 곳답게 엄청난 전망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냥 잠시 둘러보다 갈 생각이었는데, 마침 친절한 직원분이 안내를 해주겠다고 하셔서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국내 제품들보다 훨씬 높은 가격대인지라 대부분의 고객은 기업이나 부유층인 듯했다. 가장 눈에 띈 제품은 마치 미래의 우주선처럼 생긴 최고급 네오레스트 변기였다. 내가 그 모델을 가리키며 “저건 최소 삼사백만 원은 넘겠죠?”라고 하자, 웃음과 함께 돌아온 직원분의 답변은 “천만 원이 넘는 제품이에요.”였다. 천만 원짜리 변기는 어떤 사람이 쓸까 잠시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이어 ‘저 모델은 꽤 오래 대기를 해야만 구매할 수 있으며 대기자도 많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물론 토토에는 보급형 일반 변기도 여러 종류가 있고, 고기능 변기인 워슈레또(Washlet) 중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이 있다. 하지만 10~20만 원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시중의 국내산 제품들에 비하면 그런 일반 모델들조차 왠지 필수품이 아닌 사치품처럼 느껴졌다.
여타 위생도기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토토는 변기만 만들지 않는다. 반투명 에폭시 소재로 제작된 루미니스트 세면기는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름다웠고, 수전 등의 욕실 기기 또한 한 치도 허투루 만들어진 느낌 없이 고급진 디자인을 뽐냈다.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똥에 대해…》에도 등장하는 ‘세피온텍트(CeFIONtect)’라는 미세 이온화 기술(극친수성 광촉매를 이용해 변기에 묻은 이물질을 자동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책의 저자가 그랬듯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직원분은 나더러 세피온텍트가 반쪽만 적용된 변기에다 직접 연필로 선을 그어 양쪽을 비교해보라고 했고, 정말 그 차이는 확연했다. 도기를 굽기 전에 유약을 바르는 노하우가 비결이라는데, 기업 특유의 집중력이라고 할까, 장인 정신과 자부심, 지독한 고집 같은 것들이 강렬하게 전해졌다. 전반적으로 뭔가 고결하면서도 실용적인 전시를 감상한 듯한,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