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책은 노잼이기 쉽다. 아티스트를 다룬 평전, 장르에 관한 개론서,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음반 안내서 등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요즘 카라칼에선 음악책을 준비 중이다(어쩌다가… ㅠㅅㅠ). 작년부터 고민하기 시작해 올해 초 결국 그 외서를 계약한 이유는, 음악책인 동시에 좋은 문학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한 뒤로는, 예전보다 확실히 음악을 더 자주 듣게 되었다. 이 책이 다루는 아티스트와 장르뿐 아니라 다른 음악을 듣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리고 돌아보니, 야간캠프의 <나쁜 이모지>는 지난 몇 달간 가장 많이 들은 앨범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좋은 음악을 실속 있게 골라 듣지 못하는 형편에, 이 앨범을 알게 된 것은 그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애플뮤직 ‘에디터의 추천’ 코너를 통해서였다.
트랩 장르를 좋아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2000대 초반부터 이른바 ‘파티튠’이 인기를 끌 때에도 남부 힙합 쪽은 즐겨 듣지 않았다. 하지만 야간캠프와 같은 음악이라면 좋아하지 않기가 어렵다. 이 음악가는 지루함을 트랩의 미덕으로 용인하지 않는다. <나쁜 이모지>는 영특하고, 정교하고, 그러면서도 단순하고, 캐치하기까지 한 트랩/일렉트로닉 앨범이다. 근래의 국내 트랩 음반들을 십여 개 정도 찾아 들어보기도 했지만, 이 아티스트만큼 인상적인 음악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야간캠프의 전작들도 좋지만, <나쁜 이모지>를 들으면서는 내 기준에 거의 완벽한 트랩 앨범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만약 지금 이 시대를 20대 초반의 나이로 다시 살아가야 한다면, 그리고 내친 김에 그토록 원했던 음악적 재능까지 주어진다면, 나도 이같이 멋지고 우울한 트랩 음반을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