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를 담은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의 저자 브리 리는, 지난달 <마리끌레르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모든 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항상 싸워왔습니다. 물론 제가 꿈꾸는 결과를 근시일 내에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요. 하지만 아름답고 멋진 세상은 결국 그것을 바꾸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에,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에 달려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미 가장 아름답고 멋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끔찍한 현실에서도 낙관과 연대의 의지를 잃지 않으려는 저 태도는, 어쩌면 힘겨운 싸움에서 작게나마 승리를 쟁취해본 여성으로부터 우리가 전해 받을 수 있는 작은 응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박원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분도 하루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낄 날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도 그의 곁을 지키고 있을 여성 단체 활동가들만큼이나 좋은 사람들을 그가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기원한다. 한편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쏟아지고 있는 온갖 폭력이 그에게 되도록 가닿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현실을 텍스트화해 중용을 표방하며 가해자 편향을 일삼는 지식인들과 한마디라도 더 얹지 못해 안달이 난 일부 남성들은 말을 좀 줄여도 좋을 것 같다. 그 번듯한 지성 뽐낼 자리에, 피해자에게 깊이 공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얹어준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