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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거봉 Jan 05. 2022

[양거봉의 커머스생존기]#5

교과서엔 없는 ‘커머스 물류’, 무엇이 문제인가

2017년 06월 30일 clo 업로드

https://clomag.co.kr/article/2351



필자는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거쳐 뷰티 이커머스 스타트업 ‘미팩토리’에 정착했다. 이직 초기에는 산재하는 물류 문제를 유관부서와의 소통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크나큰 착각이었다. 개성 넘치는 회사만큼이나 커머스의 물류는 독특했다.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홀로, 때로는 팀원들과 고민했다. 가끔은 동종업계 누군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어디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물류 달인 느낌이 나는 ‘로켓기업’ 관계자조차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커머스 업체의 물류에 뭐 특별할 게 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느낀 ‘커머스 물류’는 학교에서 배운 일반적인 물류와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전통적인 물류업계에서 커머스로 넘어온 경력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본지 독자 가운데서도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겪는 커머스 물류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고에서는 필자가 미팩토리에서 근무하며 고민했던 여러 문제들, ‘커머스 물류란 무엇인지’, ‘커머스 제품의 흐름 및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커머스 물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재고 폭발, 수요가 요동친다 

지난 2월 미팩토리 물류팀은 인천에 물류센터 확장 이전을 완료했다. 당시 재고량, 판매량, 제품 출시계획 등을 고려해 기존 적재량보다 3배 많은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4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창고가 가득 찼으며, 보관 공간을 찾지 못한 제품이 제조사에 묶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필자는 영문도 모른 채 밀려드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간 골머리를 앓았고, 결국 외부 창고업체에 재고를 분산하는 것으로 문제를 임시 해결했다. 이 문제에 당황한 것은 비단 물류팀만이 아니었다. 물류팀과 협업관계에 있는 MD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의 문제를 다시 떠올려봤다. 창고의 확장이전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넘쳤던 원인은 신제품의 지속적인 출시와 이로 인한 SKU(Stock Keeping Unit)의 증가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물류 관점에서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제품의 적정재고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품의 생산 리드타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안전재고점을 낮게 설정하여 재고 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케팅과 판매 계획에 따라 재고를 설정하여 발주를 진행하고, 이후 판매 동향 및 재고 추이에 따라 이후 발주를 진행함으로써 일정량의 재고를 유지하는 것이다. 

제3자의 눈에 이는 분명 물류팀의 업무처럼 보인다. 그러나 커머스 물류에서 이를 예측하거나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커머스 업체는 축적된 판매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요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일례로 커머스 업체가 많이 사용하는 SNS마케팅은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 수십 배의 판매량 차이를 발생시킨다. 마케팅 결과에 따라 재고의 최소단위 또한 일 단위, 혹은 주 단위로 변동한다. 

제품 출시 초기 SNS마케팅을 통해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는 제품의 상당수는 7~8차 발주 이후에도 매진이 되곤 한다. 라인 증가에 따른 제조 리드타임보다 수요 증가가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제품의 판매량 하락 또한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그러면 커머스 업체는 그 많은 재고를 끌어안게 되고, 재고 비용으로 인해 현금 흐름에 병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장 없는 생산,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한편 대부분의 뷰티 이커머스는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제품별로 각각의 생산업체에 아웃소싱하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방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OEM 업체는 대개 여러 업체의 제품을 함께 생산한다. 따라서 OEM 업체는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자체 보유하지 않고, 제품이 ‘발주’되고 일정 비율의 선입금이 이뤄진 뒤 원료사에 원료를 ‘발주’한다. 

그런데 커머스 업체가 이 두 번의 발주 과정을 거쳐 원료가 공급(10일 내외)되고 제품이 생산(20일 내외)되기까지의 리드타임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커머스 업체는 최대한 많은 재고를 보유하려 하는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물류팀 역시 결국 재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B2C 판매뿐 아니라 B2B 사입 판매에서도 재고 관리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가령 미팩토리는 오프라인 공급사(Vendor) 혹은 커머스에서 사입을 할 때 발주일시와 발주량을 지정하지 않고, 공급사와 커머스의 재고 상황에 맞춰 ‘발주 익일 납품’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납품 이후 오프라인에서 제품 판매량에 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커머스 사입의 경우, 판매량에 관한 정보는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르나, 어느 재고 지점에서 얼마만큼의 수량을 재발주할 것인가는 예측하기 힘들다. 결국 커머스의 재고는 ‘모자라거나 넘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문내역정리, 손으로 해도, 안 해도 문제 

지금까지 커머스에서 수요 예측과 발주주기 설정, 그리고 재고관리가 왜 어려운지, 즉 ‘입고’와 ‘재고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부터는 입고 후의 ‘출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는 커머스 물류에서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제품의 입고 후 판매는 크게 B2B와 B2C 두 가지로 나뉜다. B2B는 다시 오프라인 공급사와 커머스 사입으로 나뉜다. B2B의 경우 발주 수량에 맞게 파렛트에 물량을 적재한 뒤 용차를 사용해 정해진 일자와 시간에 출고를 진행하거나, 택배 발송을 통해 박스 단위로 납품을 하면 되기에 업무상 큰 어려움은 없다. 

문제는 B2C다. ‘시간’이라는 조건 때문이다. 오프라인 판매는 고객이 제품을 직접 선택하고 수령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여러 주문건이 전체 영업시간 동안 나눠져 출고된다. 때문에 재고만 넉넉하면 상품이 재진열되고 판매되는 시간 외에 판매 병목을 야기하는 부분은 드물다. 

반면 커머스에서는 주문 마감시간이 지정돼 있고, 전일 주문 마감부터 당일 주문 마감까지 처리된 모든 제품을 정해진 시간 내에 출고해야 한다. 당연히 주문내역 정리부터 송장 출력, 송장번호 업로딩, 제품 포장, 송장 부착, 집하까지의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만 고객이 원하는 ‘익일배송’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각각의 과정은 아직도 표준화와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문 내역 정리’와 ‘제품 포장’ 과정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A라는 제품이 있다고 해보자. A의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커머스 업체는 자사몰뿐 아니라 위탁판매를 위해 입점한 소셜커머스와 포털 판매 사이트 등 여러 판매 채널에 맞게 물류를 준비해야 한다. 

가령 커머스 물류팀은 각 판매 채널의 모든 구매 양식 리스트를 바탕으로 각각의 송장을 출력하고, 각 판매 채널에 송장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이후 택배사의 송장 양식이 맞춰 다시 몇 번의 편집 과정을 더 수행해야 한다. 송장을 제품별로 구분하기 위한 편집, 합포장 편집 등 출고 수량과 내역을 명확히 위한 편집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출고되는 제품 수량 파악에 어려움을 겪거나, 출고가 누락되거나, 송장 내역의 비(非)직관성으로 인해 추가 분류 시간이 들고 포장 효율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문수집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문제는 상존한다. ‘송장 출력 이후 포장 업무를 연계하기 어려움’, ‘주문마감 시간에 임박하여 수집된 주문의 처리 오류 및 취소·교환에 대한 우려’, ‘각 판매 채널의 특성을 반영한 커스터마이징의 어려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자사몰 위주의 커머스 업체는 인력에 의존한다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수기 편집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이주문 처리를 가능케 하고 인지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수기 편집을 할 때도 문제는 어김없이 발생한다. 특히 수기 편집 방식으로는 주문 내역 데이터와 변동 기록을 관리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산상의 재고와 실제 재고의 차이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다. 

이에 따라 소규모 커머스의 주문 수집과 출고를 묶어 관리할 수 있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물론 WMS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WMS는 복잡한 주문처리 과정을 효율화하며, 특히 대부분의 커머스 물류에서 가장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합포장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포장, 시간이 필요해 

주문처리 이후 포장단계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연관성 없는 제품을 합포장할 때 제품 구분’과 ‘포장 수량의 낮은 인지성과 시간 문제’ 두 가지다. 대부분 당일 배송 주문마감 시간은 오후 12시~오후 2시 무렵인데, 주문이 마감되고 포장을 시작한 순간부터 택배 집하 마감까지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서로 연관성이 없는 두 제품을 피킹, 포장하고, 검수하여 출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대개 주문당 1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시간과 인력이 넉넉하면 더블체킹과 검수를 통해 오포장을 방지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인건비 지출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 또 시간과 인력을 더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주말 동안의 주문이 한 번에 처리되는 월요일이나 휴일 다음날 등에는 집하 마감 시간에 쫓기는 일이 빈번하다. 뿐만 아니라 SKU의 증가가 숙련 작업자의 증가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숙련도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많은 인원을 현장에 투입하게 되는데, 이는 노동 효율성의 저하를 초래한다. 또한 시간에 쫓겨 출고되지 못한 주문건에 대해 고객에게 지급되는 적립금 등 역시 비용 손실을 발생시킨다. 결국 출고를 위해 허겁지겁 포장과 검수를 하면 오패킹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문제는 가까이는 CS, 멀게는 MD에게까지 전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편법으로, 상품은 출고하지 않고 택배사에 송장을 스캔하고 집하처리만 먼저 하는 ‘가송장’의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고객 신뢰를 저버리는 자충수가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커머스 초창기부터 지속돼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특히 포장 시 바코드를 활용한 검수와 프로그램을 통한 포장 작업 효율화는 비용 문제와 업체별 출고 특성에 맞는 시스템의 부재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자연히 오패킹으로 인한 재고 불일치로 이어지고, 나아가 커머스 물류 관리의 혼란을 야기한다. 


Small SCM을 위해 필요한 것 

지금까지 언급한 입출고, 재고관리, 주문처리 및 합포장에서의 문제는 대부분의 커머스 물류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커머스 물류는 조만간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이것이 화려한 얼굴을 한 물류의 이면이다. 입고-재고-출고로 이어지는 물류의 기본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혁신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빠르고 친절하게 제품을 고객에게 배송한다 한들 그 안에 든 내용물이 주문과 다르다면 그것이 과연 좋은 물류겠는가. 수많은 유통업체가 ‘할인행사’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첫 주문부터 불만이 생긴다면 그렇게 쌓은 인지도는 또 무슨 소용이겠는가. 

신(新)물류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물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커머스 물류의 기초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위기를 넘어 기회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라 한다. 결국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이를 해결하고 나아가 더 커다란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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