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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멜팝콘 Jan 12. 2016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1

늑대는 결국 우리로 돌아간다.

  월스트리트. 세계 경제의 중심이자 전 인류의 숨통을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우리는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 하고, 정말 많은 돈을 벌게 되면 그 돈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흘러들어간다. 물론 그건 대다수 사람들의 막연한 로망일 뿐, 실제론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사 주식 한 주 사는데도 마우스에 손을 올린 채, 꽤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하는 게 우리들이다.


  영화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는 이런 우리들에게 달콤하게 속삭인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최신형 벤츠에 최고급 양복을 입고, 먹고 마시고 즐기게 해주겠다고. 할리우드에서 평생을 보낸 마틴 스콜세지는 조던 벨포트처럼 늑대가 되어 미쳐 날뛰고 싶은 우리들에게 세 시간 동안 이야기한다. 정신 차리라고. 영화 초반 조던은 스스로를 소개할 때, 지폐로 빨대를 만들고 마약을 흡입하면서 말한다.

"세상의 많은 마약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돈이야."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아?


  영화는 희대의 주식 사기꾼 조던 벨포트의 자서전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또 배우길 원했지만, 그건 정당한 방법으로 얻어진 것들은 아니었다. 감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으로 접근하고, 한 마디로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영화에서 스콜세지의 메시지는 영화 초반부에 조던 벨포트의 상사 마크 헤나(매튜 맥커너히)의 대사에 모두 들어가 있다고 본다. 대낮에 레스토랑에서 마약을 하며 술을 계속 가져오도록 주문하고 가슴을 치며 마치 고대 의식과도 같은 노래를 부르는 이 괴짜 상사는 고객도 돈을 벌고 나도 돈을 벌면 좋은 거라 생각하는 순진한 조던에게 인생을 바꾸는 가르침을 선사한다.

“워런 버핏 같은 거물도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 허공을 떠도는 먼지처럼 실체가 없고, 존재조차 없는 허상이지. 8달러 주식이 16달러가 되면 누구나 팔아서 현금을 쥐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두어선 안 된다. 그럼 현실이 되니까.”
조던의 선배, 마크 헤나(매튜 맥커너히)


  결국 월스트리트의 주식들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허상을 원하게 되고 마크 헤나나 조던 벨포트 같은 주식 브로커들은 아무것도 없는 허상을 통해 수수료를 얻어 주머니를 불리고, 투자자들이 산 그 허상들이 바로 기업을 움직이고 경제를 움직이게 되는 아주 중요하지만 대다수가 간과하는 사실. 부와 성공을 가져다 줄 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감독은 처음부터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우리들에게 전한다. 마크가 권한 마약과 섹스는 그들에게 돈을 불리기 위해 혹은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유이한 창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다시 돈이 필요하다. 결국 이 세 가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나중에 이것들이 가져올 파멸에 대해서는 조던도 전혀 알지 못한다.

벼락부자에게 세컨은 필수코스?


  조던 벨포트라는 인물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가난한 중산층의 아들로 태어나 26세 한 해에 49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감옥에도 다녀왔으며, 그 이후에는 강연가로  또다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조던 벨포트가 있는 곳에는 항상 돈이  따라다녔다. 조던이 정말로 자신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쳤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고, 굳이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가 주식 브로커일 때부터 돈을 버는 사람은 자신 외에는 없었다. 페니 주식을 팔 때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청소부들에게 쓰레기를 팔고 수수료를 쓸어 담았다.”
쓰레기는 이렇게 처리하는거야.


  FBI의 감시를 피해 방송인을 할 때의 광고 문구는 다음과 같다.

“당신이 조던의 말대로 했는데도 돈을 벌지 못 한건, 당신이 게으르기 때문이다.”

  복역 후, 강연비를 받고 나서도 돈 버는 사람들이 없다면 아마 똑같이 말하겠지. 당신이 게으른 탓이라고. 월가에서 누군가의 상처는 곧 기회가 되고, 그 기회는 돈으로 직결된다. 영화 속에서 ‘기회’라는 단어는 수도 없이 반복된다. 조던에게 가식은 없다. 모든 것을 느끼는 대로 말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그것이 조던이 소위 ‘기회’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고, 나아가 창출하는 방법이다.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브로커들이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우리들에게 조던의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감독은 조던에게 비난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조던 벨포트를 그려내지만 사실은 이 월가의 늑대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우스꽝스럽게 비꼰다. 그 절정이 바로 금단의 마약 레먼을 복용하고 뇌성마비 단계에 빠지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기억과 현실이 정반대로 일어난 가장 다이내믹하고 코믹한 장면이 바로 늑대가 덫에 빠지는 모습, 영화 내내  계속되는 ‘돈=마약=섹스’라는 공식을 대입하면 돈에 중독된 한 인간이 결국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가를 교묘하게 그려낸다.

마약에 취해 정신을 몸을 못 가누는 조던과 도니


  영화는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조던의 성공과 실패를 균등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조던의 성공과 환락의 나날들을 보여주는데 2/3를 할애하고 있고, 조던의 사기행각이 밝혀지고, FBI에게 결국 붙잡혀 몰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그 절반도 채 쓰고 있지 않다. 딱히 클라이맥스라고 말할만한 부분이 없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나가는데 굳이 말하자면 시간구조상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조던이 몰락하기 시작한 지점이 된다. 사람들은 보통 클라이맥스를 지나면 정점에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스콜세지는 그 반대를 말한다. 심지어 그는 조던의 사기나 주가조작 등 주요 범죄와 구속에 대해서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고 환락의 생활과 대조적으로 ‘아니 이게 언제 어떻게 이렇게까지 된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빠르게 전개시킨다. 마치 망하는 건 한 순간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조던은 모든 걸 다 잃고 나서 아버지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뿌린 대로 거둔단다.”
카드값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온거야?


  이 영화는 다른 장르를 갖다 붙일 수 없을 만큼 명백한 블랙코미디다. 블랙코미디는 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한다. 셰익스피어의 희비극에는 고통스러운 웃음 뒤에 기적적인 희망이 찾아왔지만, 지금의 블랙코미디는 섣불리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보다 부조리한 현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려 한다. 조던 벨포트를 향한 감독의 조롱이 그를 좇고 싶어 하는 우리들까지 포함하는 것 같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조던의 행동들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실제로 그를 따라 할 사람들은 없지만 누구나 마음 속으로 '나도 한 번쯤...' 하는 생각을 가질 테니까.

한번쯤 꿈꾸는 술과 마약과 미녀의 파티

 

  돈에 사로잡힌 우리의 가식을 비웃는 영화다. 영화는 끝으로 갈수록 재밌는 장면들이 많아진다. 스크래튼 오크몬트 사무실에 FBI가 들어와 주요 인물들을 연행해 갈 때 영화에서 매우 이상한 장면이 3번 등장한다. 1) 알듯 말듯한 야릇한 표정을 지으면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수많은 직원들을 가르며 카메라가 이동한다. 15초가량 되는 이 장면을 꽤 많이 돌려 봤다. 뜬금없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2) 조던을 구속하는데 성공한 FBI요원 던햄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고, 지하철을 탄 승객들을 무심하게 둘러본다. 3) 영화는 세미나에서 펜을 파는 방법을 묻는 조던 벨포트를 경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후반부의 이 3가지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같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돈에 미쳐 관객들을 음흉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늑대들.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고, 성공 후에 따라오는 부산물들을 부러워하지만 사실은 성공의 의미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 혹은 ‘돈’이라는 것에 현혹되어 기꺼이 늑대가 되려고 한다는 것. 스콜세지는 조던 벨포트의 광기나 엔딩의 청강생들을 비웃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비뚤어진 모습을 드러내길 원하는 노감독의 외침이 가슴에 맴돈다.

 “늑대가 사람을 물면 우리에 갇히는 법. 그래도 기꺼이 늑대가 되시겠습니까?”



제 영화 디깅 브런치의 첫 글은 작가신청을 위해 제출한 이 글이 되었군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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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함께 이야기하고픈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다음에 함께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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