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사실같은 대한민국 정치느와르
19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자들>이 7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5년 마지막날에는 감독판인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 개봉했고, 2주만에 벌써 170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면서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내부자들>과 청불영화로서 도합 천만이라는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감독판이 나오기 전부터 <내부자들>을 한번 더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이 개봉하면서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50분이 추가된 감독판은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짚어볼까 한다.
스토리는 그대로이니 추가된 50분은 당연히 더 설명적이고 디테일 한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내부자들>은 인물관계도가 필요할만큼 다양한 등장인물이 얽히고 섥혀 있다.
영화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처음에 이 관계설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중반까지 따라가는데 급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에서는 인물끼리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는지 과거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안상구(이병헌)와 이강희(백윤식)이 어떻게 호형호제하게 되었는지,
-안상구가 어떤 사업을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왠지 모래시계의 최민수를 보는듯한?)
-<내부자들>캐릭터 예고편에 나온 "나는 쏴버리는 놈이여~ 전갈이라고!" 라는 대사가 어디서 나오는지,
-손을 잘린 이후 안상구가 어떻게 살아왔고 복수를 계획하게 되었는지,
-우장훈(조승우)가 왜 검사가 되었고, 어떻게 서울지검에 픽업되었는지,
이러한 내용들을 이번 감독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부자들>을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을 보시기 전에 간단히 인물관계도를 한 번 훑고 가시는 걸 권한다. 훨씬 수월하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 개봉판에서 편집국장인 김의성이 통편집 되었는데 이번에는 편집국장의 분량이 대폭 늘어나 미안함을 좀 덜게 되었다고 인터뷰했다. 편집국장은 보통 논설주간 이강희와 함께 나오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들간의 대화를 통해 이강희의 캐릭터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언론권력으로 그려지게 된다.
드라마 <송곳>의 정부장이 언뜻 떠오르게 하지만, 정부장 역시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또 다른 을이었고 정작 이강희는 "회사 방침"을 만들어 온 갑이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결국 이강희의 저 대사는 "내 방침에 따르라"는 무언의 명령.
또 이강희가 원고를 작성할 때도 단어 하나, 마침표 하나에도 회사이익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지도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강희 주간은 명대사를 읊는다.
"회사 방침에 따라야죠"
<내부자들> 개봉판에서 백윤식은 자신이 인생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 편집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고 하는데, 이번 감독판에서 김의성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강희'라는 캐릭터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에서 가장 큰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은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 시퀀스가 새로 추가되었고, 마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와 같은 느낌이다. 프롤로그는 안상구가 왜 기자회견을 열고 증인으로서 증거물을 내놓으려 하는지 사전인터뷰를 한다.
"정의심? 복수? 그딴 것은 난 상관없소. 하지만 빌어먹을 내 손이 없어졌단 말이오."
이 명대사에서 안상구의 캐릭터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상구는 적어도 이 영화 안에서는 정의가 아닌 개인의 복수를 위해 싸우는 복수의 화신일뿐.
"근디 몰디브가 어디여? 알어알어~ 일본? 중국인가?"
이병헌의 찰진 애드립으로 끝이 났던 <내부자들>과 달리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에는 백윤식의 에필로그 영상이 있다. 크레딧이 잠깐 나오다 시작되니 다들 기다리시길. 실제로 많은 분들이 나가시려다 서서 보더라는...
"오징어가 질기면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우리는 질겨지면 됩니다."
"손이요? 왼손으로 쓰면 되죠~"
교도소에서 최고급 독방을 차지한 이강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면서 하는 독백인데, 부감에서부터 시작해 백윤식의 얼굴을 주욱 훑는 롱테이크이다.
끊을법도 한데 끊지 않은건, 지지리도 근절되지 않는 부패권력의 습성을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
소름끼치게 기분 나쁜 장면을 연기해 주신 윤식이 형님께 또 한번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이게 또 너무 길지는 않았나 싶다. 주절주절 감독의 의도를 자꾸 설명하려고 해서 아쉽다.
설명이 많다는 건 연출이 의도한대로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크기 때문인데, 사실 이 영화 자체도 미완결 웹툰에 대핸 우민호 감독 본인의 해석대로 연출한 영화가 아닌가? 스스로는 웹툰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해놓고 어찌보면 관객에게는 자신의 해석을 강요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내부자들>은 그 당당한 유쾌함 자체로도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는데,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은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너무 겸손해지는 느낌이랄까.
<내부자들>과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언론, 지하세계를 모두 망라하며 극단적으로 표현한 영화다.
정경유착+언론+조폭이라는 소재는 사실 한국에서 너무 진부하지만, 우민호 감독의 이 영화처럼 참신한 것은 또 없었다고 본다.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주제는 모두 묵직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무겁거나 진중하다고 느끼기기보다 그 장면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원작과 그것을 유쾌하게 풀어낸 연출의 해석, 배우들의 막강한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내부자들>과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의 비슷한듯 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는 결말에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개봉판에서는 덜 악한 쪽이 더 악한 권력을 축출해 내는데 성공했다면, 감독판에서는 부패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개봉판에서 통쾌함을 맛본 관객들이라면 감독판의 에필로그는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이병헌, 조승우가 소름돋는다고 말했던 백윤식의 그 에필로그 영상은 누구나 소름끼치게 기분이 나빴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우민호 감독은 개봉판에서 관객들이 '회의'와 '절망'을 느낄까봐 그 장면을 들어냈다며, 감독판에서는 권련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라는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감독의 의도는 경고였지만, 아무래도 감독의 우려가 더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권력을 깨부순 것은 결국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안상구는 출소 후 농담식으로 우장훈과 국회 진출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렇게 느낄 공산이 크지 않을까?
"그 밥에 그 나물이여.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쁜건 똑같애."
안상구가 출소했다고해서 홍길동이 될까?
대선후보를 저격하고도 검찰에서 물러난 우장훈이 박문수가 될까?
오른손을 잃은 이강희가 갑자기 손석희가 될까?
결국 처음부터 착한 놈이 없던 이 지독한 대한민국 정치느와르의 감독판에선
부정부패비리의 연속성을 더 크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의 분노를 대리해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역할은 충분히 지대하다고 본다.
긴 만큼 이야기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영화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내부자들>을 보셨든 안 보셨든 꼭 한 번 보시면 좋을 영화다.
글이 유익하셨다면 라이킷과 구독,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함께 이야기하고픈 영화를 추천해 주시면 다음에 함께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카라멜팝콘's 네이버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