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식상 사이 그 어딘가의 한국형 신파.
의 인기가 연초에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특히나 영화포스터를 이용한 <히말라야>관람 인증샷 열풍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0분 내내 눈 밖에 안나오는데 다행히 <대호>때만큼 춥지는 않았다.
제작사의 감성팔이가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지고 말았던 영화다.
눈물 짜내는 거 다 보이는데, 코끝이 찡해지고 마는...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일단 실화인만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직접 듣고 보면 영화에 훨씬 몰입하기 쉬울 것 같다.
MBC에서 방영했던 <아! 에베레스트>라는 다큐로, 위는 9분 편집본, 아래는 40분짜리 풀버전이다.
http://tvpot.daum.net/v/ho6mSB19Iz0%24
3문장 요약.
스포랄것도 딱히 없는 간단한 구조의 영화다. 관객이 생각하는대로 전개될 것이다.
1. 엄홍길과 박무택은 히말라야를 등정하며 돈독한 우애를 쌓는다.
2. 엄홍길이 건강 악화로 은퇴하고, 박무택이 대장으로 첫 등반에 나선다.
3. 박무택과 대원 2명이 죽고, 엄홍길이 시신을 수습하러 다시 등반에 나선다.
일단 역시 황정민이라는 배우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현재 720만명 정도 관람했는데, 여전히 예매율 상위권인 것을 보면 3연속 천만돌파도 가시권이다.
하지만 다음평점이 6.5일 정도로 떨어지는 작품성이 발목을 잡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남은 280만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오랫동안 끈질기게 상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황정민은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표정과 말투로 엄홍길 대장을 기가 막히게 연기해낸다
박무택의 시신을 보고
애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 너무 딱딱해, 너무 딱딱해
를 연발할 때나,
부상자 속출로 결국 박무택의 시신을 묻기로 결정할 때 팀원들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요즘 너무 다작하시는 것 같아서 걱정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아직까지는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도 고유한 색깔들을 적절하게 뿜어내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정우 역시 좋은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캐릭터가 너무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강렬한 경상도 사투리때문에 뭘해도 <바람>의 짱구, <응사>의 쓰레기가 겹쳐보이는데다 비슷한 배역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우가 연기한 박무택은 사람 좋고 산 좋아하는 전형적인 의리맨이자, 도전정신이 투철한 상남자로, 이전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처음엔 의외의 조합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케미가 제법 잘 맞았지만,
경쟁작인 <내부자들>의 이병헌+조승우 커플만큼은 아닌 것 같다.
<내부자들>의 두 주인공은 그 두 사람이 아니면 대체불가처럼 보이지만(특히 안상구는.....ㄷㄷ)
<히말라야>의 엄홍길과 박무택은 굳이 황정민, 정우가 아니었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경구, 송강호의 엄홍길 대장도 이미지가 제법 잘 어울리지 않은가?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광은 생각보다 머리에 남는게 없다.
사실 요즘 TV에서나 유튜브만 해도 고퀄의 히말라야 영상을 볼 수 있고, 자연의 위대함만을 느끼려면 오히려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많은 부분을 CG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칸첸중가 등정 직전 비박 중에 맞이하는 오로라나 일출, 박무택의 사망지점에서의 경치는 볼만하다.
이 영화 참 감동적이다. 슬프고, 코 끝도 시리고, 가슴도 찡~헌게 참... 그렇다.
그런데 사실 뭘 얘기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다는게 문제다.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더 드라마틱하게 만드는데만 신경쓰다보니 1)정작 메세지가 비어버린 느낌이랄까.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이 어떻게 서로 그토록 끈끈한 사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2)설득력이 부족하다.
너무 심하게 박무택에게 집착(?)하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3)인간 엄홍길이 잘 드러난 것도 아니다. 엄홍길 대장의 철학이 명쾌하게 전달되는 것도 역시 아니다.
게다가 4)스토리는 너무 뻔하게 전개된다.
엄홍길 대장이 박무택의 시신수습을 위해 팀원들을 모집하다 모두에게 거절당하고 혼자 쓸쓸히 술을 마실때
하나둘 나타나 술잔을 추가하는 장면에선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얼마나 속으로 외쳤는지 모른다.
실화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대장과 대원, 형과 동생의 끈끈한 우정을 그리고 싶었다면,
눈물과 감동은 굳이 히말라야가 아니어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마 많은 분들에게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재미있다고 할 순 없지만, 또는 식상하다고 할 순 있지만, 한번쯤은 볼만한 것 같다.
눈물 콧물 짜낸다고 불편해하지 마시고, 그냥 그 순간 영화를 즐기면 좋겠다.
신파라는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노골적인거 뻔히 티 나는데도 그렇게 되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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