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기술력, 대호를 탄생시키다.
오늘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배우 최민식 주연의 <대호>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광고도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기대와 이슈에는 조금 못 미치는 흥행성적이 아닌가 싶다. 175만명, 다음평점 8.1. 그래도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관객에게 주는 신뢰감이 참 대단하다. 배우라는 직업이 스크린을 통해서 쌓은 이미지와 필모그래피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영화가 끝나고 어머님 한분께서 시원하게 하신 영화평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 보고 나니까 더 춥네!"
그렇다. 맞다. 우리의 몸도 마음도 춥게 만드는 무거운 영화다. 배경 자체가 지리산의 초겨울로 시종일관 흰 눈이 덮여있고, 꽁꽁 싸맨 연기자들이 나온다. 거기다 뭔가 밝고 희망찬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이라...
안그래도 요즘 날씨가 찬데, 따뜻해 지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새드엔딩이라 말했다고 너무 발끈하진 마시길...
스포가 별로 필요없는 간단한 스토리니까.
1. 일본군 장군이 지리산 호랑이 가죽을 원하고, 조선 출신 일본군 장교가 그 일을 맡는다.
2. 포수대는 매번 실패하게 되고, 은퇴한 명포수 만덕에게 계속 도움을 청한다.
3. 만덕은 동료들, 일본군의 부탁과 별개로, 지리산 대호와 마주하러 간다.
딱히 중요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이 정도 아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아주아주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화승총으로 전설의 지리산 호랑이를 사냥하는 이야기.
<대호>가 기대를 받았던 건, 다름아닌 민식이 형님이 '대호님'이라고 인격화해서 부르던 바로 애꾸눈 호랑이때문인데, 이게 무려 CG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호랑이CG는 정말 대단하다. 외향은 물론이고, 미세한 표정이나 떨림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해낸다. 심지어 아기 대호의 '가르릉'까지도 말이다.
(이 호랑이를 진짜로 길들여서 촬영했을거라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괴물>에서 야수CG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대호>를 통해서 한국영화의 CG가 또 한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대호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썼는지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의 CG가 조금떨어졌다는 점이다. CG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쉽게 이질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해상도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경우들이 아주 간혹 눈에 띄었다. 제작기 영상을 보면 산 에서의 폭파장면은 직접 숲을 만들어 폭파했다고 되어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대호>의 주연은 최민식이지만, 사실상 주연은 호랑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분량에서도, 스토리에서도 주인공 '만덕'이 가지는 비중이 절대적이진 않다. 전작인 <명량>에서는 최민식의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대호>는 만덕을 비롯해 대호, 구경, 칠구, 석이, 류 등 등장인물의 비중이 균형적이고, 이는 곧 영화가 '사냥'이 주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잘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처음에 "영화가 춥고 무겁다" 라고 했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도 만덕의 아들 '석'은 손난로 같은 존재였다.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에서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로서 영화 중반부까지 '활기'를 불어 넣는다.
2000년생 '성유빈'이라는 배우에게 새삼 놀란 것은 지리산 지방 사투리를 그럴듯하게 구사하는 연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전북,전남,경남 지방에 걸쳐있는 지리산의 지리적 특성상 전남+전북 사투리가 묘하게 섞여있는데 바로 그 점을 꽤나 디테일하게 연기한 점은 16세 배우로서 높이 평가받을만 한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더 성장해갈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또한 '김상호' 역시 약방의 감초로서 시종일관 진중한 텐션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한다. 영화가 너무 무거워서 크게 빛날 수는 없었지만, 칠구의 농담과 애드립마저 없었더라면 이 영화는 더욱 무거워져 보기에 팍팍했을지도 모른다.
정만식, 정석원 이라는 주연급 조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며 이미지에 잘 들어맞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
구경(정만식)은 복수, 류(정석원)는 출세를 위해 각자의 목적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 대호를 잡아야만 했고, 정만식은 복수의 화신이 되어 결국 파멸을 맞이하는 비운의 사냥꾼을 정말 잘 연기해낸다. 정석원의 경우, 비중이 적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수동적인 역할로 인해서 당시 수동적이었던 조선의 현실이 보다 현실적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호>는 <명량>처럼 '민족주의'에 편승한 홍보를 많이 했다.
실제로 영화 내의 '대호'는 조선의 얼, 혹은 지리산이라는 조선의 상징적 영토를 수호하려는 정신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일본을 막론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간들에 대한 경고를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산짐승들의 씨를 말려버리는 일본군과 복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개인의 욕망에 대한 거대한 자연의 가혹한 대답.
몇 가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호>는 충분히 웰메이드 영화다. 제작기 영상에서도 보듯이 <신세계> 박정훈 감독과 제작진, 최민식을 비롯한 배우들이 다방면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고, 실제 영화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무거운 이야기를 진중하게 다뤄야 할 때도 있다. 최근 경제난과 취업난 등 사회가 흔들리고 미,중,일 강대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눈치싸움을 해야하는 현재 대한민국에게 힘과 감동, 자긍심을 주는 영화다. 무겁고 진중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너무 가벼웠다면 또 대호의 특색이 나타나지 않았을테지.
p.s) 요즘 사극물에는 유명강사들을 통해 배경지식을 전달하는 홍보를 하곤 하는데, <대호>에서도
<역사저널, 그날>에서 큰 인기를 얻은 EBS큰별쌤 최태성의 호랑이 이야기를 홍보영상으로 사용하더라.
이런 홍보는 현재 국사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호 호랑이이야기 특별영상 http://tvcast.naver.com/v/648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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