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운전 사고 예방, 시야 확보·차량 점검
비 오는 날 운전은 단순히 시야가 흐려지는 불편을 넘어선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빗길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맑은 날보다 약 1.3배 높다.
특히 수막현상(Hydroplaning)으로 인해 타이어가 노면과 분리되면 차량은 사실상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진다.
타이어 마모가 심한 경우 시속 70km에서도, 새 타이어라 해도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수막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빗길 운전이 감각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과학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빗길 사고 예방의 첫걸음은 차량 점검이다. 타이어는 법적 마모 한계가 1.6mm이지만, 빗길 안전을 위해서는 최소 2.8mm 이상의 트레드 깊이가 필요하다. 100원짜리 동전으로 홈 깊이를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또한 공기압을 평소보다 약 10% 높이면 배수 능력이 개선된다.
와이퍼는 6개월~1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권장되며, 소음이 발생하거나 줄이 남는다면 교체 시점이다. 앞유리 유막을 제거하고 발수 코팅을 하면 선명한 시야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흐린 빗길에는 낮에도 전조등을 켜는 것이 필수다. 이는 내 시야 확보뿐 아니라 타 차량에게 내 위치를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차량 점검과 더불어 주행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빗길에서는 평소 속도보다 최소 20% 이상 감속해야 하며, 폭우 시에는 최대 50%까지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제동거리는 젖은 노면에서 마른 노면 대비 최대 1.7배 길어지므로, 앞차와의 간격은 최소 1.5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
급가속·급제동·급핸들 조작은 접지력을 잃게 하는 주요 원인이므로 부드러운 운전이 필수다. 특히 빗길에서는 절대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수막현상이 발생할 경우 차량은 헛돎을 정상 주행으로 인식해 속도를 오히려 높이려 하며, 이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다면 2차 사고를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비상등을 켠 뒤 차량을 갓길 등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주간에는 후방 100m, 야간에는 200m 지점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후 모든 탑승자는 즉시 가드레일 밖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경찰과 보험사에 신속히 연락해 사고 상황을 기록·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빗길 운전은 운전자의 ‘감’이 아니라 차량 관리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접근이 생사를 가른다. 타이어, 와이퍼, 전조등 같은 기본 점검과 올바른 주행 습관, 사고 시 대응 절차를 숙지한다면 비 오는 날에도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흐릿한 시야와 미끄러운 도로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조건이지만, 준비된 운전자만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