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사고에서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핸들 중앙에 새겨진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라는 글씨는 많은 운전자에게 안전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용어의 본질은 ‘보조 구속 장치’라는 뜻이다.
즉, 에어백은 독립적으로 생명을 지켜주는 장치가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최후의 보완책이다. 모든 사고에서 무조건 전개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불필요하게 터질 경우 탑승자에게 추가 부상을 줄 수 있다.
경미한 접촉 사고 후 “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에어백은 ▲충격 강도 ▲충돌 방향 ▲주행 속도 등 여러 요소가 일정 기준 이상일 때만 전개된다.
범퍼가 긁히는 수준의 사고에서도 터진다면, 수백만 원의 교체 비용뿐 아니라 폭발 충격으로 인한 타박상 위험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에어백의 침묵은 결함이 아니라, 불필요한 피해를 막기 위한 정밀한 설계 결과라고 이해해야 한다.
에어백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벨트 착용이 전제 조건이다. 안전벨트가 신체를 고정해 1차 충격을 흡수해야만, 에어백이 상체를 부드럽게 받치며 2차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함께 사용하면 치명상 발생 확률을 약 61%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백이 전개되면, 초고속으로 터져 나오는 압력이 목이나 가슴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한 에어백도 또 다른 위험을 만들 수 있다. 팽창한 에어백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2차 추돌이나 도로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백은 한 번 터지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재생품 에어백을 장착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사실상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로 주행하는 것과 같다.
필요한 순간 전개되지 않는 가짜 에어백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일 뿐이다.
에어백을 절대적인 방패로 생각하기보다는, 운전자가 지켜야 할 기본 안전 수칙을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하고 ▲12세 이하 어린이는 뒷좌석에 탑승시키며 ▲운전대와 가슴 사이 거리를 최소 25cm 이상 유지해야 한다.
또한 사고로 에어백이 전개됐다면 즉시 차량을 안전한 곳에 정차하고 대피해 2차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에어백은 안전 습관이 전제될 때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마지막 방어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