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카드라는 ‘엄마카드’, ‘아빠카드’. 이전에는 주로 맞벌이 부모가 밥을 챙겨주지 못해 항상 사 먹어야 하는 청소년 자녀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엄카’를 쓰는 직장인이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본인 월급은 모두 저축하면서 생활비를 부모님의 신용카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엄카족” 이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성인이 된 후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과는 다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해 또래 직장인보다도 훨씬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부모로부터 이중으로 지원받기 때문이다.
“생활비 용돈은 다 부모님한테 받아쓰고 내 월급은 꼬박꼬박 저축해야
훗날 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거야”
-드라마 더 뱅커(2019) 속 대사
하지만 엄카 사용, 사실은 불법이라는 것! 몇 가지 연령대별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알아보자.
부모 동의 하에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불법일까?
어린 자녀에게 경제 및 사회 공부를 시키기 위해 마트에서 과자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럴 때 무심코 부모의 신용카드를 건네기도 하는데, 아이가 결제를 하게 되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신용카드 발급 대상을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신용카드를 발급 받은 성인은 이를 양도, 양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서는, 회원은 카드를 발급받는 즉시 카드 서명란에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하고, 본인 이외의 배우자,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카드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따라 어린 자녀에게 부모의 카드로 계산하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만 12세부터 후불 교통카드 가능!
그동안 중ㆍ고등학생들은 선불형 교통카드만 사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체크카드가 있어도 늘상 ‘버카충(버스카드충전)’의 고충을 겪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청소년들은 성인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후불형 교통카드가 가능한 부모님 신용카드를 통해 교통비를 해결하기도 했다.
교통카드 내역도 마찬가지로 자녀가 부모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는 만 12세 이상이라면 후불형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들이 더 이상 충전에 따른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된다.
중ㆍ고등학생 자녀들은 엄카를 사용하기보다 본인 명의의 체크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청소년 할인 혜택을 받아 대중교통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용돈을 스스로 관리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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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몰래 사용한 내역은 환불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게임이 가능해지면서 비밀번호만 알면 신용카드 결제가 손 쉽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이 별도의 인증절차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부모님 몰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2018년, 미성년자가 부모의 신용카드를 입력한 다음 이를 게임 아이템 결제에 사용했다면 부모와 구글이 절반씩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2017나69021)이 있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소유자인 부모는 자녀가 허락 없이 신용카드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도록 지도 및 교육할 의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구글은 유로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로서 유로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신용카드 정보가 차후에 무단으로 사용 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인이 서로 다르고 계정 이용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신용카드 정보를 새로 입력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무단 사용 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부모는 자녀가 몰래 결제한 내역을 환불 받기 위해서는 자녀가 신용카드 명의자인 부모의 동의 없이 결제했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의 무단 결제가 인정 되더라도 50%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직장인의 엄카 사용, 증여세 내야할까?
소득이 있는 자녀가 엄카를 사용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직장인들의 생활비를 부모가 내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불법 증여에 해당해, 증여세 회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세무조사에서 걸리게 되면 증여세에 미신고분에 따른 가산세까지 내야된다.
증여세란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받은 경우 증여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이때 부모와 자식 간에는 10년간 5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참고로 미성년도 비과세 증여가 가능하다. 10년 기준 2000만원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그를 초과할 시 직장인 자녀의 소득수준과 지원받은 생활비 금액에 따라 10~50%까지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물론 소득이 없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적은 경우는 사회통념상 인정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받으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성인이더라도 자녀가 소득이 적기 때문에 아직 부모가 부양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의 신용카드를 자녀가 사용했는지 알 수 있을까? 답을 먼저 하자면 그렇다. 최근 국세청은 ‘빅데이터 센터’를 열어 세무조사에 필요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런 형태의 증여세 탈세 사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자금출처조사에 착수하면 일가족 계좌를 모두 들여다보기 때문에 법망을 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로부터 10년동안 5000만원이라는 한도 넘게 증여 받게 된다면 증여세를 피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신용이력이 적어 카드발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모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타인 명의의 신용거래라는 불법의 소지를 벗어날 수 있는 “가족카드”를 발급받는 방법도 있다. 가족카드는 한 사람의 신용도를 이용해 가족들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 가족카드는 어떤 카드로 해야할까?
지금까지 연령대별로 엄카 사용이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았다. 여신전문금융업법 법률 제16957호 제15조(신용카드의 양도 등의 금지)에는 명확하게 '신용카드는 양도(讓渡)ㆍ양수(讓受)하거나 질권(質權)을 설정(設定)할 수 없다.'고 명시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이든 아니든, 또 아무리 부모님이더라도 타인의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잊지 말자.
글, 에디터 WI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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