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부터 시작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파헤치기
시행까지 10년이 걸린 법이 금융업계를 뒤흔든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이번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금소법의 필요성은 지난 10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법률안을 의결하고 시행하기까지는 무려 10년이 걸렸다.
금소법 시행으로 인해 지금 금융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카드사, 은행 등의 금융업계는 전문인력을 준비하고, 상담창구에 녹음기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과연 금소법이 어떤 내용이길래, 금융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는 걸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금융소비자를 권익을 보호하고, 금융회사의 사전규제와 제재수준을 강화하는 법이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 간의 금융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체계를 정비한다.
금소법의 필요성은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대두되어왔고, 이후 DLF사태, 라임펀드사태, 옵티머스펀드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되면서 본격적인 법안으로 구체화되었다.
금소법에서 중요한 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6대 판매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둘째,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금융분쟁조정 소송 시 소비자부담을 완화한다.
셋째, 정부의 금융소비자 보호 노력 강화된다.
그동안 일부 금융권과 금융상품에만 한정되었던 6대 판매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 적용된다. 6대 판매규제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행위 금지, 광고규제가 해당된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금융회사가 준수해야 할 6대 판매규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6대 판매규제가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면서, 상품을 숙지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소비자가 이해하지 않았는데 서명을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6대 판매규제를 위반할 경우,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징벌적 과징금이 부여된다. 권유한 직원에겐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소비자에겐 선택권이 확대된다. 바로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덕분이다.
청약철회권은 일정기간 내 사유와 관계없이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권리다. 이 때 금융회사는 이미 받은 금전이나 재화를 반환해야 한다.
CHECK POINT #청약철회권 행사 기한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때, 상품 종류에 따라 기한이 달리 적용된다.
1) 대출성 상품: 14일 이내
2) 보장성 상품: 15일 이내3) 투자성 상품: 7일 이내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신설된 제도다. 금융회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계약일로부터 최대 5년, 위법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위약금이나 수수료 부담 없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CHECK POINT #위법계약해지권
- 금융회사는 해지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금융소비자에게 수락여부 통지
- 해지 요구를 거절할 경우, 거절사유를 함께 통지해야만 한다.
신용카드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그리고 리볼빙 서비스는 금소법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금융상품에 대한 위법계약해지권이 도입되어도 대출이자, 카드 연회비, 수수료 등 초기 발생 비용은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반환되지 않는다.
또한 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회사와 분쟁 시 소비자부담이 완화된다. 소비자가 신청한 소액분쟁은 분쟁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금융화사가 제소할 수 없다. 소비자가 분쟁조정 또는 소송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관련 자료의 열람을 요구하면 금융회사는 이를 수용해줘야만 한다.
위에서 말한 설명의무가 위반되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면 금융회사가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해야 한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위원회는 판매제한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판매제한 명령권은 재산상 현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상품 계약 체결의 권유를 금지 또는 제한/금지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이다.
또한 대출모집인을 법상 감독 대상 (판매대리•중개업자)로 규정한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3년마다 금융소비자의 금융역량 조사를 실행한다.
금소법의 시행을 앞두고 카드사,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카드사들은 고객패널 제도를 적극 활용해 고객의 불만사항을 파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소리’를 활용한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고객의견을 수집해 발굴해 고객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원인을 파악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고객소통채널 ‘신한사이다’를 활용해 전문 프로슈머 체계를 갖추며 전문성을 강화한다.
KB국민카드는 자체 고객 패널인 ‘이지 토커’를 통해 개선 의견과 아이디어 제안 등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는 2014년부터 진행 중인 고객패널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 금융취약계층이 고객 패널로 참여하고 있어,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상품절차를 정비하고 직원교육을 강화하는 대응책을 세웠다. 우리은행은 자사 지식정보 공유플랫폼인 ‘위튜브(WeTube)’에서 금소법의 주요 내용을 담은 영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나아가 금융사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상품 판매시 고객 상담내용을 녹취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일부 은행들은 AI시스템을 활용해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본격적인 금소법 시행에 앞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금소법 시행되어 금융사와 소비자간 분쟁을 우려해 금융상품 판매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소법의 구체적인 세칙이 확정되지 않고, 조항이 모호한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불분명한 기준으로 소비자가 확실하게 보호받는 게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금융소비자의 권익은 보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금융상품을 이용하면서 소비자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금융소비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글, 에디터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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