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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혁 Jul 28. 2021

볼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었어. With 단양

여행을 계획하길 몇 날 며칠, 문뜩 떠오른 곳이 단양이다. 단양이 머릿속에 떠오른 계기는 단순했다. 지방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정표에 적힌 '단양'이란 단 두 글자였다. 단양엔 뭐가 있지? 싶은 호기심이 단양으로 이끌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단양이란 지역이 이렇게 힘이 나는 곳인 줄 말이다. 


근심 걱정을 내려놓는 곳 '사인암'

단양 여행의 첫 번째 코스는 사인암이다. 단양 8경 중 다섯 번째에 속하며 기암과 계곡이 만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고려 유학자 우탁 선생이 임금을 보필하는 직책인 정 4품 ''사인(舍人)''이라는 벼슬을 지냈고 이후 그의 고향인 단양 땅으로 낙향하여 이곳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쳤다. 그로 인해 사인암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사인암 앞으로 계곡 운선구곡에 시원한 물줄기가 흐른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바람, 흔들거리는 소나무, 반듯한듯 매서운 듯 깎여진 사인암의 조화는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운선구곡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사인암을 즐기는 방법 중 하다. 

※ 대강면 사인암리 산 27


초록의 싱그러움 '이끼터널'

사인암 다음으로 들를 곳은 이끼 터널이다. 이끼 터널은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옆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 철길이 놓여있던 곳이다. 울창한 나무가 지붕이 되고 도로 양쪽면이 이끼로 가득차 이끼 터널로 불린다. 초록빛 이끼가 낄 무렵 연인끼리 손을 맞잡고 걸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많은 연인들이 찾는다. 


해가 쨍쨍한 여름에서 가을 무렵의 이끼 터널은 매미소리와 새소리가 매력적이다. 짧게나마 이끼 터널을 걸어보면 싱그러운 미소가 지어진다. 자동차도 이곳에선 서행하며 여유를 만끽한다. 단양에 들른다면 절대 빼놓아선 안될 필수 코스.

※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129-2


벼랑 끝에서 나를 찾다 '단양강잔도'

단양강잔도는 단양 시그니처 관광지인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붙어있다. 1.2km의 남한강 암벽을 거닐며 유유자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벼랑길을 따라 걷기 때문에 남한강 정취는 물론이고 벼랑길의 날카로움, 짜릿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단양강잔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아주 가까이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트래킹 코스인 동시에 야경이 끝내주는 곳이다. 지난해 야간관광 100선에 꼽힐 정도다. 야간 조명이 인도하는 발길을 따라 벼랑길을 걷는 기분이라... 여름밤의 공포영화보다 짜릿할 수도? 

※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산 1-12


<이끼 터널과 단양강잔도 사이 마주할 터널들>

옛 철길이 자동차 도로로 바뀌며 천주 터널, 애곡 터널, 상진 터널이 각광받고 있다. 일방통행의 세 터널은 어둡고 컴컴한 분위기를 화려한 조명으로 탈바꿈시켰다.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채 5분이 안 되는 시간에 황홀함을 맛볼 수 있다. 일방통행이다 보니 터널 입구에서 신호를 받아 통과해야 한다. 무작정 진입했다간 터널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자연의 위대함 '고수동굴'

어라? 들어본 거 같은데? 싶은 사람도 있을 테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가봤을 테니까 말이다. 종유석, 석순, 동굴산호, 동굴진주 등 신비한 동굴 세계가 펼쳐져있다. 1,700m 길이의 고수동굴은 석회암 동굴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게 다 있다. 


고수동굴에 들어서면 태초의 신비, 자연의 위대함을 곧바로 체감한다. 때론 아름답게, 때론 웅장하게, 때론 무섭게 배치된 종유석과 바위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인디애나 존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으려나? 동굴 입구에선 추위를 느낄 수 있는데 출구에선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힘든 코스기도 하다. 

※ 충북 단양군 단양읍 고수리 185


하늘과 맞닿은 곳 '카페 산'

땅속 위대함을 엿봤다면 하늘 위 위대함도 엿봐야겠지? 단양에 유명한 카페 '산'이 그 주인공이다. 패러글라이딩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굽이진 산길을 따라 한참 이동해 도착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눈에 담기는 단양의 풍경은 정말 그림 같다. 


카페 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움과 비명소리를 들어보자. 생면부지의 남을 응원하게 될 뿐 아니라 내적 용기가 샘솟을 테다. 어른이 돼 잃어버렸던 용기를 붙잡아 직접 하늘을 날아보는 것도 강추.

※ 카페 산 :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246-33


정도전이 반한 곳 '도담삼봉'

남한강 물줄기가 흐르는 곳 중간에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 세 개, 이곳이 도담삼봉이다. 가운데 봉우리를 장군봉이라 부르며 양쪽으로 첩봉과 처봉이 자리한다. 장군봉이 바라보고 있는 쪽이 첩봉인데 첩이 아이를 가져 사랑과 관심이 첩에게 갔다고 한다. 장군봉과 등지고 있는 처봉의 애처로운 모습에 괜히 먹먹해진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젊은 시절을 보낸 곳이며 자신의 호를 삼봉으로 지었을 만큼 좋아했던 곳이다. 주변에 공원과 생태천도 마련돼 산책하며 거닐기도 좋다.

※ 충북 단양군 매포읍 하괴리 84-1


빛으로 만들어낸 판타지 '수양개 빛터널'

단양강잔도의 야경이 좋다곤 하지만 수양개 빛터널만 못하다. 처음 길을 다시 돌아와 수양개 빛터널로 가자. 수양개 빛터널은 선사유물전시관과 붙어있으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철도 터널을 새롭게 꾸몄다. 


수양개 빛터널은 빛터널과 비밀의 정원으로 나뉜다. 빛터널은 LED 조명과 음악이 조화롭게 반응하며 은하수, 꽃길, 레이저 공간 등을 만들어낸다. 반딧불이 날아다니듯 주변을 감싸고 머리 위론 화려한 그래픽이 혼을 쏙 빼놓는다.


6개의 빛터널 테마존을 거치고 나면 비밀의 정원을 만나게 된다. 일루미네이션 꽃들로 정원이 채워졌고 곳곳에 선사시대 조형물을 세워뒀다. 선사시대 조형물은 살짝 섬뜩하다. 비밀의 정원은 포토스팟으로도 뛰어나 카메라를 꺼내지 않곤 못 배긴다. 여행의 끝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수양개 빛터널을 꼭 들르도록.

※ 적성면 애곡리 산 24-19

(수양개 빛터널 오픈 시간은 오후 5시다. 하지만 오후 5시는 아직 해가 쨍쨍해 조금 더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추천 여행 코스 

사인암 → 이끼 터널 → 단양강잔도 → 고수동굴 → 카페 산 → 도담삼봉 → 수양개 빛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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