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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혁 Aug 12. 2021

해가 뜨고 지는 모든 걸 한번에, 나의 여수 여행기

여름이면 항상 가고 싶은 곳이 있다. 일렁이는 파도와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는 바위의 타격 음이 들리는 곳, 무리 지은 갈매기가 떼창을 부르는 곳, 정처 없이 떠도는 바람이 부딪쳐 시원한 마찰음을 내는 곳, 여름 바다다. 


버스커버스커가 목놓아 불렀던 밤바다의 도시 여수, 그곳에 몸을 맡겼다. 몇 년 전인가 들렀던 여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다시 찾기로 마음먹고 필수 코스를 정해뒀다. 동백꽃의 전설이 묻혀있는 오동도, 여수 바다를 내려다볼 해상 케이블카, 일출과 일몰의 낙원 향일암이다. 


첫걸음은 돌산공원에 디뎠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곳이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돌산공원과 오동도를 잇는다. 양쪽 어디서 타도 상관없다. 편도로 돌산공원과 오동도를 여행해도 상관없고 왕복으로 다녀와도 상관없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아시아에서 홍콩, 싱카폴, 베트남에 이어 네 번째로 만들어졌다. 일반 케빈과 크리스탈 케빈으로 나누어져 운영하는데 크리스탈 케빈은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발밑으로 흐르는 바다, 그 짜릿함과 스릴감이 포인트다. 


야밤에 더 빛나는 거북선대교와 하멜 등대, 덩그러니 떠있는 오동도, 연신 바삐 움직이는 조선소, 잔잔한 바다에 한 점이 되어주는 케이블카 그림자까지 모든 게 낭만이다. 남해 바다의 정취를 내 몸에 새기는 방법, 여수 해상케이블카에선 그것이 가능하다. 

* 일반 케빈 요금 
왕복             편도
대인 15‚000원 12‚000원
소인 11‚000원 8‚000원

* 크리스탈 케빈 요금 
왕복             편도
대인 22‚000원 17‚000원
소인 17‚000원 12‚000원



오동나무의 전설, 오동도

전라남도 여수 수정동에 자리한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없다. 그런데 왜 오동도라 부를까? 본래 오동도엔 오동나무가 빽빽했다. 섬의 모양도 오동잎을 닮았다. 그래서 오동도라 이름 붙여졌다. 또 다른 이름은 동백섬, 동백꽃 군락지로 유명하기에 동백섬으로 불린다. 


오동도에 오동나무가 사라진 이야기는 고려 시대로 흘러간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승려 '신돈'이 오동나무를 전부 베어냈기 때문이다. 신돈은 한 마리 봉황이 오동도에 날아든 것을 보고 이 지역에서 왕이 나타날 거라 믿었다. 그런 이유로 오동나무 열매를 봉황이 먹지 못하도록 오동나무를 베어버린 것이다. 


오동나무와 신돈의 설화가 잠든 오동도는 동백꽃과 기암절벽으로 신비로움, 경이로움이 들어찼다. 청량한 남해 바다의 풍경과 쉴 새 없이 날아들며 재잘거리는 갈매기가 정취를 끌어올린다. 산책로는 우거진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절벽의 바람골은 발걸음이 머물게 만든다. 


오동도란 작은 섬엔 이미 우리가 잊은 상실된 이야기가 놓여져있다. 동백꽃엔 여인의 순정을 담아낸 설화가, 용골에는 용의 이동 설화가 남겨져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기 참 좋다. 


오동도 정상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작은 상점과 등대가 기다린다. 응원과 위로가 담긴 문구들이 오동도에 오기 참 잘했단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외로울 것 같은 하얀 등대는 남해바다를 더 많이 담아둘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입장이 막혔다. 


등대 앞에 놓인 느림보 우체통, 빠르게 그리고 쉴 새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내보자.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느림의 미학일지 모르니까. 


바다를 품을 수 있는 곳, 향일암

깎아지는 절벽에 세워진 암자, 천혜의 자연과 인위적인 건축의 조화가 얼마나 빼어난지 알고 싶다면 향일암을 올라보자. 향일암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습으로 바위와 바위가 서로 기대고 있다. 이곳을 해탈문이라고 부른다. 마치 동굴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해탈문을 지날 때면 바위에 머리가 부딪힐 것만 같아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나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기 때문에 해탈문인가? 싶다. 향일암에 존재하는 해탈문(석문)을 모두 지나게 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으니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이색적일 테다. 


바위 틈새를 오가다 보면 대웅전, 천수관음전, 관음전에 다다르게 된다. 발걸음이 멈춘 곳엔 염원이 놓여져 있다. 누군가는 동전을 던져 희망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금빛 나뭇잎을 걸어 미래를 기도한다. 또 누군가는 불을 밝혀 소원을 빈다. 


향일암이라 하면 가장 유명한 것, 바로 일출이다. 새 희망, 새 다짐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출 장소를 찾는데 향일암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명소다. 거북이 닮은 형상, 용과 거북이, 봉황 등으로 꾸며진 사찰, 확연히 드러나는 수평선은 많은 걸 내려놓는 동시에 많은 걸 얻게 만든다. 이곳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볼 때면 누군가 나에게 빛을 밝혀주는 것만 같다. 때론 초라했던 내 자신을 한 꺼풀 벗겨주는 느낌도 든다. 관음전 앞으로 원효대사 좌선대가 자리했는데,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과 푸르른 나무숲을 보고 있자면 왜 원효대사가 왜 그곳에서 수행했는지 알 것도 같다. 

여행에서 무언갈 남기지 않아도 좋다. 무언갈 담아내지 않아도 좋다. 무언갈 얻으면 된다. 기억이든 추억이든 위로든 희망이든 말이다. 그 무언갈 얻기에 가장 좋은 곳, 나는 그곳을 향일암이라 적는다. 

* 향일암 입장료         
어른 2‚500원
군, 경,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여수 밤바다가 궁금해?

버스커버스커가 목놓아 불렀던 여수 밤바다, 사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은 여수 밤바다란 노래를 만들 때 여수에 가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저 상상과 감성만으로 만들어진 노래다. 실제 여수 밤바다는 찰랑이는 파도 소리와 짙은 바다 냄새가 감정을 간질인다. 

화려한 조명으로 여수 밤바다를 비추는 돌산대교와 거북선 대교를 돌아보자. 지나가는 자동차 라이트 불빛과 바다에 비친 다리 조명이 몽환적인 여행을 안겨줄테다. 


어릴 때 한 번쯤 들여다봤을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 하멜 전시관과 하멜 등대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사라진 버스킹 거리의 해양공원도 거닐어 보고 전라좌수영 거북선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자. 어디선가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노랫말처럼 들려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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