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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n 11. 2022

한 사람을 위한 책

 어릴 적부터 꿈꾸던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내 이름을 단 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그 꿈은 변함없이 지속되었지만, 실현 불가능한 소망처럼 느껴졌다.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이름을 널리 알린 유명인도 아니기에 출간을 하는 일은 더욱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출판사 투고를 거쳐, 기획 출판으로 약 1주일 후에 내 책이 출간되는 것이다. 내 이름을 대문짝만 하게 단 책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니, 또한 유명 포털 사이트에도 검색만 하면 내 책을 볼 수 있게 되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썩 기쁘지 않았다.


 1년 동안 학교 일과 육아를 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1년을 돌아보면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힘겨웠다. 출간을 앞두고, 그간 힘들었던 내 노력도 알아주고 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말도 많이 듣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일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몸과 마음을 온통 쏟아부어서 마침내 결과물을 얻었는데, 주변 사람들의 관심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여서 서운했다. 인사치레로 지인들이 간혹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긴 했지만, 쑥스러워하며 그 상황을 피해 버렸다. 사실 민망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는 말처럼 건네는 인사는 받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육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한창 육아로 지친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 키우는 것 참 힘들지? 고생이 많다.”


 육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육아의 힘듦을 구체적으로 모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위로가 전혀 와닿지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나 책 쓰기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도 출간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볍게 건네는 인사가 진정성 있게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시선을 SNS로 향했다. 한 번도 본 적도 없지만, 책을 출간한 교사들과 SNS 상에게 이웃을 맺었다. 그들이라면 내 상황을 이해해 주고, 진심 어린 축하를 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로 SNS에 수시로 드나들며,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일상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았다. 또 그들의 삶을 틈 날 때마다 지켜보고, 좋아요도 누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야, 그들도 내 삶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공감받고 싶어서 SNS 활동을 했지만,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SNS 이웃들은 이미 책도 여러 권 출간했고 인지도도 얻었으니, 이후에는 편안하게 삶을 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였다. 그들 대부분은 대학원 과정, 연구 대회, 육아, 새 책 작업, 강연 등 자신을 지속적으로 채찍질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과 비교하면 나는 고작 책 한 권 출간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닌가? SNS 활동을 하며 은연중에 그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마음속으로 더욱 몰아붙이게 되었다. 성과가 많은 그들도 아직까지 노력하며 사는데, 나는 그들보다 훨씬 더 애써야 할 게 아닌가?


 부쩍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하는 내게 아내가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요?”

“더 열심히 분투해서, 글도 책도 더 많이 써야겠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처럼 인지도도 쌓고 유명해지죠.”

“당신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유가 단지 유명해지고 싶어서였나요?”


 아내의 말을 듣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그것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꾸준히 글을 쓰며 내면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었고, 상처들도 이전보다 많이 회복되었다. 그래서 더 신나게 글을 써왔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글 들이 쌓여서 책으로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를 통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는 내재적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더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외재적인 목표만 남게 되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부끄러웠다. 그제야 출간을 앞두고도 기쁨보다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컸던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아내가 말했다.

“물론 책이 많이 팔리고 당신이 이전보다 더 특별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가장 큰 목표가 된다면, 앞으로 글을 더 많이 쓰고 계속 책을 낸다고 해도 당신은 결코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그럼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지금까지 직장 생활(교직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던 것처럼, 지금 현재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 한 사람에게 당신의 글과, 당신의 책이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출간의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이 된다면 당신도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당신 얘기를 들으니, 그렇게 된다면 내 글쓰기가 정말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이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나도 당신의 글쓰기와 책 쓰기를 계속 기도하며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책을 많이 팔고, 유명해지는 것은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했다. 단순히 노력한다고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진솔한 글을 써서 책을 읽을 단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마음이 편한 일이었다. 그리고 전자보다 더욱 의미가 있어 보였다. 아내의 조언으로 전보다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출간 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1주일 후에 출간될 책이, 꼭 필요한 한 사람에게 잘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이나 학교생활이 버거운 그 한 사람에게 삶을 버텨낼 작은 용기라도 줄 수 있었으면 진심으로 기쁠 것 같다. 많이 읽히는 것보다, 의미 있게 읽히는 것에 더 방점을 둔다면, 개인적으로는 더욱 신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우위에 설 때만 만족감을 느낀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맡겨진 일들을 즐겁게 더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다. 1주 후 출간될 책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를 기대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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